166화. 제 발등을 제가 찍다
그 사람은 가노(*家奴: 주인의 집 안에 살며 일하는 사내종)의 차림을 하고 있었고, 나이는 스무 살 정도 되어 보였다. 그의 이름은 순자(順子)였고, 원래는 앞뜰에서 일하는 자였지만,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는 자신을 신경 쓰지 않았기에 지금까지도 장가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순자는 준수한 외모를 가져 요 2년 동안 어린 여종들이 몰래 추파를 보내곤 했다. 오늘 몰래 화원에 들어온 것도 노부인의 처소에 있는 아희와 만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셋째 아가씨가 갑자기 다가왔고, 순자는 급히 꽃밭에 숨어 대담하게 미인의 활 연습을 구경하며 눈이 즐겁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셋째 아가씨의 화살이 한 번 빗겨나가 하마터면 그에게 맞을 뻔했고, 순자는 깜짝 놀라 식은땀을 흘리며 그곳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희도 멀리서 셋째 아가씨가 여기 있다는 걸 보았는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순자는 속으로 오늘 하루 참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넷째 아가씨가 온 뒤, 이런 놀라운 정보를 듣게 된 것이다.
‘난꽃처럼 고아하고 단정한 둘째 아가씨가, 사내를 빼앗았다고?’
순자는 기억을 되돌아봤고, 곧바로 청려한 모습의 정요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러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대부호 가문의 이런 일은 순자도 많이 보고 들었었다.
‘둘째 아가씨가 사내를 빼앗아서 가둬진 것이고 바깥엔 병이 났다고 알렸다면, 얼마 뒤에 죽었다고 알리겠지. 쯧쯧, 그런 미인이 이렇게 사라지게 되다니, 정말 아깝구나.’
순자는 일찍이 아희와 그런 관계를 맺어왔기에 원래도 도둑놈 심보가 가득한 사내였다. 게다가 혈기왕성한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하니, 고양이가 발톱으로 가슴을 쥐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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