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화. 구사일생
교용에게 문 앞을 지키라 명령한 뒤, 정요는 다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둘째 나리의 얼굴에 짜증이 역력했다.
“어찌 또 왔느냐?”
정요는 한 걸음씩 다가서며, 둘째 나리와 반 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살포시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 정요가 아버지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둘째 나리는 굳은 표정의 서녀를 보자 뭔가 깨달은 듯 불쾌한 말투로 물었다.
“요야, 이 혼사에 불만이 있는 것이냐?”
둘째 나리는 아주 기분이 나빴다.
‘내가 며칠 동안 바삐 알아보며 정한 혼사인데, 불만을 가진다고? 정말 생각이 짧군!’
정요가 대답을 하지 않자, 둘째 나리는 화를 꾹 참으며 말했다.
“요야, 너는 어려서부터 시서를 많이 읽었으니 잘 알 것이다. 사람을 보고 일을 볼 때는 멀리 봐야 하고, 당장 눈앞의 일에 마음을 빼앗겨선 안 된다. 네 정혼자가 그저 현승의 아들일 뿐이라도, 앞길이 창창하고 십몇 년이 지나면 네게 고명부인이라는 자리를 안겨주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닐 게다.
네게 다른 훈귀 가문들의 서자를 붙여주는 건 당장에야 듣기 좋을지 몰라도, 나중에 분가하게 되면 평민들보다도 못한 나날을 보낼 수도 있다!”
둘째 나리는 사실 이 정도로 인내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정요에게 이렇게 자세히 설명한 이유는 그저 자신이 직접 정한 혼사가 아주 자랑스러웠고, 정요가 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요는 확실히 침착해진 채로, 둘째 나리의 말을 얌전히 듣고 난 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아버지, 늘 저를 위하시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저는 이 혼사가 불만스러운 게 아니라…….”
“아니라?”
“할 수 없는 겁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
둘째 나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고 정요를 빤히 쳐다봤다.
정요는 이를 악물고 또박또박 말했다.
“왜냐하면 저는 이미 위국공 세자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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