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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화 금(琴)과 비파 : 부부간의 금슬 (1)



120화 금(琴)과 비파 : 부부간의 금슬 (1)

그 후, 곧바로 법불사의 주지가 이 시위를 데리고 장경각 안으로 들어왔다.

보운 대사는 평상시와 똑같은 안색으로 문 앞에 서있었다. 바람이 불어 그의 승복이 바람에 날리자, 더욱 짙은 고승(高僧)의 위엄이 느껴졌다.

“사숙(*師叔: 사부의 사제), 이분은 폐하가 파견하신 이 시위입니다. 폐하의 명을 받고 책을 한 권 가지러 왔습니다. 바로 남진 20년에 회절 대사님께서 베껴 쓰신 심경입니다.”

주지가 앞으로 나와 보운 대사에게 합장을 하며 고했다.

“보운 대사!”

그리고 이 시위도 앞으로 한 걸음 걸어 나와, 보운 대사에게 인사를 올렸다. 이내 보운 대사가 고개를 끄덕인 뒤, 두 손을 합장하고 말했다.

“아미타불, 폐하께서 경서를 보려 하신다면 장경각에 많이 있으니 얼마든지 가져 가셔도 무방합니다. 허나, 이 시위께서 이리 힘들게 오셨지만 하필 그 책은 가져가실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순식간에 안색이 변한 이 시위가 황급히 물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 말에 보운 대사가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그 책은 이미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소승이 주지의 자리에서 물러난 후, 장경각에 와서 모든 책을 살펴봤지만, 그 책은 아예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시위가 전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하고서 다시 되물었다.

“법불사가 비록 불교의 성지이기는 하지만, 스님들의 무공이 모두 높으시질 않습니까? 그런데 어찌 장경각의 책을 훔쳐갈 수 있는 것입니까?”

보운 대사가 이 시위를 보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무리 경비가 삼엄해도 소홀할 때가 있는 법입니다. 출가인이 어찌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만약 이 시위께서 믿지 못하시겠다면, 장경각에 직접 들어가셔서 찾아보셔도 됩니다. 혹은 법불사 전체를 수색하셔도 괜찮습니다. 말씀하신 심경 외에도 다른 두 권의 경서도 함께 없어졌습니다. 한 권은 금강경(金剛經)이고, 하나는 제 사부님께서 베껴 쓰신 약사경(藥師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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