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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화. 비밀통로에 대해 알다.

172화. 비밀통로에 대해 알다.

"무례하구나!"

"감히 우리의 왕 우르치 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

테오가 우르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자 블랙오크 병사들이 분노하며 세준과 테오를 좀 더 좁게 포위하며 공격을 준비했다.

"뭐야? 테부회장, 너의 부하의 부하라며?"

"맞다냥! 근데 쟤네들이 나를 못 알아보는 것 같다냥!"

"에이. 거짓말한 거는 아니고?"

"아니다냥! 나는 박 회장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냥! 쟤네들이 바보인 것이다냥!"

무시무시하게 생긴 수백 마리 블랙오크들에게 포위됐지만, 세준은 전혀 긴장한 모습 없이 테오와 대화를 나누며 핀잔을 줬다. 상당히 여유로운 모습.

하지만 세준은 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용아병-투구에, 카이저의 비늘, 로 웬만하면 죽지 않을 방어력을 갖췄고 무엇보다 근처에 포악한 맹슈 꾸엥이가 있기 때문.

"이익! 우리를 바보라고 부르다니!"

"저 두 놈을 공격해······."

블랙오크들이 세준과 테오를 공격하려 할 때

"병사들은 공격을 멈춰라! 빨리 멈춰!"

병사들의 뒤를 따라오던 루켄이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있는 테오를 알아보고는 다급히 달려오며 소리쳤다.

그리고

쿵!

"테오 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저희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루켄이 무릎을 꿇고 간곡히 외쳤다.

"루켄 님, 왜······?"

병사들이 루켄의 행동에 당황할 때

"멍청한 놈들! 어서 예를 갖춰라! 저분은 우리들의 왕 우르치 님께 위대한 검은 용의 증표를 내려주신 테오 박 님이시다!"

루켄이 병사들에 호통을 치며 소리쳤고

"네?!"

쿵.쿵.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 치명적인 노랑 고양이 테오 박 님을 뵙습니다! 제발 저희의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병사들이 서둘러 루켄을 따라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푸후훗. 박 회장, 봤냥?! 내 부하의 부하들이 맞다냥!"

블랙오크들의 태도에 테오가 우쭐해하며 말했다.

"응. 진짜네!"

세준이 300이 넘어가는 블랙오크들을 보며 기뻐했다. 체구도 크고 일을 잘하게 생겼기 때문.

"푸후훗. 내가 탑 41층에 농장을 만들라고 지시해서 블랙오크들은 농사도 할 줄 안다냥!"

세준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테오가 말했다.

"오! 농장까지?"

"푸후훗. 어떠냥?"

"아주 훌륭해!"

"좀 더 칭찬해 보라냥!"

그렇게 세준의 칭찬을 받자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으스대던 테오.

"근데 너희들 아직 최신 정보를 듣지 못한 것이다냥?!"

갑자기 루켄을 타박하기 시작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이 몸은 이제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 치명적인 용 발톱 노랑 고양이 테오 박 님이다냥!"

빳칭!

테오가 자신의 발톱을 꺼내 자랑하며 루켄에게 자신의 새로워진 자기소개를 외우게 했다.

"오! 위대한 검은 용께서 직접 발톱을 내려주신 겁니까?! 테오 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푸후훗. 그렇다냥! 내가 이번에 엄청난 일을 해서 받은 것이다냥!"

그렇게 테오가 루켄의 찬양을 받고 있을 때

꾸엥?!

[아빠 무사하다요?!]

꾸엥이가 갑자기 땅속에서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수상한 몬스터들이 감나무 농장을 포위하고 있자 두더지들이 판 굴로 이동해 온 것.

"응. 약간 오해가 있었는데 지금은 다 풀렸어."

세준이 꾸엥이를 안심시키며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근데 두더지들은 다 가르쳤어?"

꾸엥!꾸엥!

[그렇다요! 지금은 심기를 직접 해보고 있었다요!]

"그럼 다 가르친 거네? 우리 꾸엥이 잘했어."

세준이 꾸엥이를 칭찬하며 궁둥이를 두드리자

꾸헤헤헤.

세준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꾸엥이가 웃으며 세준의 다리를 살포시 안고는 자신의 궁둥이를 조금 더 내밀었다. 꾸엥이 더 칭찬받고 싶다요!

그때

다다다.

멀리서 뭔가가 빠르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위대한 검은 용 세준 님을 뵙습니다!"

블랙울프들이 빠르게 달려와 세준 앞에 엎드렸다. 그들은 삼두사회의 냄새를 쫓아 주변을 수색하던 중 세준의 냄새를 맡고 빠르게 달려온 것이다.

"너희들 왜 여기에 있어?"

세준은 견고한 칼날 대파를 훔쳐 간 헌터들을 추적하고 있을 블랙울프들이 탑 49층에 있자 의아해했다.

"저희는 삼두사회를 쫓고 있었습니다."

"삼두사회?"

"네. 삼두사회는······."

블랙울프들이 한태준에게 전해 들은 정보를 설명했다.

"그······ 그러니까 마피아, 삼합회, 야쿠자 출신의 헌터들이 만든 게 삼두사회라고?!"

세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다. 그들의 잔인함에 대해서는 미디어를 통해 잘 알려져 있기 때문.

'정말 그 잔인한 놈들이랑 엮인 거야?!'

세준은 덜컥 겁이 났다. 삼두사회보다 훨씬 무서운 존재들이 세준의 주변에 즐비했지만, 세준은 직접 본 적 없는 삼두사회가 더 무섭게 느껴졌다.

꾸엥!꾸엥?

[아빠 손에 땀 많다요! 아빠 덥다요?]

세준의 손에 난 땀을 보며 꾸엥이가 물었다.

"아······ 아니야. 안 더워."

쓱쓱.

세준이 긴장으로 손에 난 땀을 서둘러 바지에 닦아 내고 있을 때

"위······ 위대한 검은 용을 뵙습니다!"

루켄과 블랙오크들이 서둘러 세준에게 절을 했다.

덜덜덜.

설마 테오 옆에 있는 존재가 위대한 검은 용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그들은 세준을 보며 겁에 질려있었다.

위대한 검은 용의 기분이 조금만 나쁘게 했다는 것만으로 죽을죄. 그저 그 화가 자신의 종족 전체로 향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때

쿵.쿵.쿵.

멀리서 엄청난 진동과 함께 200만의 블랙오크 대군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검은 용 문신과 함께 복사된 테오의 발바닥 깃발을 휘날리며.

"박 회장, 저기 가장 덩치가 큰 블랙오크가 내 부하 우르치다냥!"

대군의 선두에서 달려오는 우르치를 보며 테오가 우쭐해하며 말했다.

쿵!

"위대한 검은 용 님을 뵙습니다! 테오 박 님의 부하이자 블랙오크들의 왕 우르치라고 합니다!"

우르치가 세준에게 절을 하자

쿵.쿵.

"위대한 검은 용 님을 뵙습니다!"

이어서 뒤따라온 200만의 블랙오크들이 우르치를 따라 절을 하면서 외쳤다.

"와······."

병사들의 외침에 짜릿한 전율과 함께 온몸의 털이 쭈뼛쭈뼛 서는 섰다. 자신이 지금까지 삼두사회를 두려워했다는 게 우습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래. 지구에서는 모르지만, 이곳 탑에서는······.'

세준은 탑에서 자신의 위치를 자각했다. 탑에서 자신이 두려워하기에는 삼두사회는 너무 하찮은 조직이었다.

"블랙오크들은 들어라!"

자신감을 얻은 세준이 외치자

"네!"

블랙오크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이제부터 농사를 시작한다!"

"······?!"

"왜 대답이 없어?!"

"네!"

농사는 스피드다. 하루라도 빨리 심어야 빨리 수확할 수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밭이 완성된 오늘 밤부터는 세준도 견고한 칼날 대파의 씨앗을 뿌릴 생각이었는데.

그런 세준의 앞에 농사를 할 줄 아는 200만의 일꾼이 나타난 것이다. 이 정도 수면 하루에 밭 수십만 평은 뚝딱 만들 수 있다.

늑대들이 삼두사회를 추적하는 사이 블랙오크들과 농사 일을 하고 삼두사회의 위치를 알아내면 그때 병력을 움직이면 된다. 이렇게 좋은 일꾼들이 있는데 그냥 놀릴 수는 없었다

"그럼 저희는 삼두사회의 냄새를 계속 추적하겠습니다!"

"그래. 이거 중간에 먹고."

"감사합니다!"

세준이 늑대들에게 먹을 간식을 챙겨주고

"너희들 농사할 줄 안다고 했지?"

세준이 우르치에게 묻자

"그렇습니다! 얘들아! 세준 님께 우리의 농사를 보여드려라!"

"네!"

블랙오크들이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뭘 심으려는 거지?"

세준이 기대한 찬 눈빛으로 블랙오크들을 바라봤다. 블랙오크들에게 뭔가 새로운 씨앗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

어린 블랙오크를 땅에 묻고 있는 블랙오크들을 보면서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우르치, 뭘 하는 거야?!"

"어린 블랙오크들을 심고 있습니다! 땅에 심어서 키우면 대지의 힘을 쓸 수 있으니까요."

"뭐?!"

우연히 주운 돌이 다이아몬드였다. 땅에 심어진 어린 블랙오크들은 땅에 심어지자 땅의 지기를 흡수하며 대지의 힘으로 자신의 몸을 단단하게 하는 능력을 얻은 것이다.

덕분에 우르치는 적극적으로 어린 블랙오크를 땅에 심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었다.

"에휴. 모두 작업 중지!"

세준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위대한 검은 용이시여. 왜 그러십니까? 저희가 무슨 잘못이라도······."

세준이 멈추라고 하자 우르치가 세준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내가 말한 심기는 그게 아냐. 꾸엥이 교관, 블랙오크들에게도 심기 좀 알려줘."

꾸엥!꾸엥!

[알겠다요! 블랙오크들은 꾸엥이를 따라온다요!]

꾸엥이가 블랙오크 병사들을 데리고 씨 뿌리기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때

"박 회장, 우르치에게도 증표를 주라냥!"

테오가 세준에게 우르치에게 증표를 줄 것을 부탁했다. 테오는 우르치의 정수리에 검은 용 문신이 자신의 발바닥과 함께 새겨진 것이 줄곧 미안했기 때문에 이 기회에 없애주고 싶어 했다.

"증표?"

그렇지 않아도 늑대들과 얘기를 하면서 삼두사회를 추적하는 데 400만의 병력을 흔쾌히 움직여준 우르치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던 세준.

"좋아. 우르치는 나를 따라와."

"네!"

세준이 우르치를 따로 불러냈다.

그리고

"엎드려봐."

"네!"

우르치의 정수리에 카이저의 비늘을 올리고 용의 증표를 새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증표를 복사한 것이 아니기에 테오의 마력이 아닌 우르치의 마력에 따라 용 문신이 머리 전체를 덮었다.

"푸후훗. 우르치, 나에게 아주 고마워하라냥! 알겠냥?!"

미안함과는 별개로 생색은 엄청나게 내는 테오였다.

쿵.

"감사합니다. 세준 님, 테오 님. 앞으로 저 우르치는 죽을 때까지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복사한 것도 아니고 진짜 검은 용의 증표를 얻은 우르치가 감격한 눈으로 세준과 테오에게 충성의 맹세를 하며 다시 절을 했다.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해."

그렇게 우르치에게 증표를 새기고 우르치와 몇 시간 동안 여러 가지를 얘기를 나누고 다시 감나무 치료를 위해 일어난 세준.

"아! 근데 너희들 어떻게 삼두사회가 탑 49층에 있는 줄 알고 추적한 거야?"

아까 늑대들에게 물어보려다 물어보지 못한 내용이 기억나 우르치에게 물었다.

삼두사회는 분명 헌터들일 테니 층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웨이포인트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늑대들이 어떻게 삼두사회의 냄새를 추적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밀 통로를 통해 올라왔습니다."

"비밀 통로?"

"네!"

우르치가 삼두사회를 추적하다 발견한 비밀 통로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러니까 헌터도 사용할 수 있는 탑 49층과 탑 39층, 탑 39층과 탑 33층과 연결된 2개의 비밀 통로가 있다고?"

"네!"

"그런 비밀 통로가 있었다니······."

세준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삼두사회가 그 통로를 이용해 이곳으로 올라왔다면 반대로 자신이 내려가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미. 그게 가능하면 다른 헌터들과 만날 수 있게 된다.

"우르치, 지금 당장 나를 비밀 통로로 안내해줘."

"알겠습니다."

우르치가 부하 몇과 바로 떠날 준비를 했고

"꾸엥아!"

세준도 자신의 보디가드인 꾸엥이를 불렀다. 블랙오크들은 이미 꾸엥이에게 심기를 전수받아 열심히 대파 씨앗을 심고 있었다.

그리고 일행이 비밀 통로를 향해 떠나려 할 때

"세준 님! 찾았습니다!"

블랙울프들이 생각보다 일찍 삼두사회의 아지트를 발견했다.

173화. 멸망의 사도와 만나다.

173화. 멸망의 사도와 만나다.

탑 49층 삼두사회의 비밀 아지트.

"아키로 님! 긴급입니다!"

"뭐냐······?"

하의만 입은 가벼운 차림에 양쪽 허리에 검을 하나씩 찬 장발의 남자가 부하를 보며 권태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남자의 왼쪽 가슴에는 3개의 뱀이 원을 그리고 있는 검은 문신이 선명하게 보였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뱀 하나만 눈의 색이 황금색을 하고 있다는 것.

"탑 33층의 비밀 아지트가 공격받고 있다고 합니다!"

"탑 33층······? 그게 왜 긴급이지? 탑 33층의 아지트는 천혜의 요새.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데."

"그게······ 그렇게 가벼운 상황이 아닙니다. 비밀 아지트가 블랙오크 200만에게 포위당했습니다."

"뭐?! 200만? 크하하하! 그럼 파블로 녀석이 고생 좀 하겠군."

아키로의 말대로 탑 33층의 아지트는 높고 좁은 절벽 꼭대기에 있어 100명으로도 능히 수백만을 상대할 수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특히 정상 근처는 절벽의 기울기가 90도를 넘어 150도 정도라서 아지트에서 마력 엘리베이터를 내려주지 않으면 올라오는 것이 불가능하다. 버티면 적들은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그 미친 블랙오크들이 나무를 패듯이 절벽의 밑부분을 파 쓰러트리려 하고 있습니다."

상대는 그들의 상식을 벗어난 존재들이었다.

"뭐?! 그런 미친 짓을?!"

"네."

"그래도 낙하산을 이용해 탈출할 수 있잖아."

"그것도 어렵습니다."

"그건 또 왜?!"

"블랙오크와 같이 있는 200마리의 블랙울프들이 낙하산으로 도망가는 헌터들을 쫓아가 사로잡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로잡힌 헌터들에게서 다른 아지트의 위치를 알아냈을지도 몰랐다.

"끄응······ 서둘러 전 병력을 준비시켜라! 탑 33층의 아지트를 지원한다."

탑 33층은 삼두사회의 중요한 시설이 있는 곳. 그곳이 무너지면 계획이 모두 뒤로 밀려 버린다.

"그래도 전 병력을 다 움직이는 건······."

"괜찮아. 이곳이 어떤 곳인지 잊었어?"

"아!"

아키로의 말에 부하가 납득했다. 이곳 아지트는 엄청난 함정들로 도배되다시피 한 곳. 함정 설치자에게 듣기로는 탑 70층 대의 몬스터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정도의 함정이라고 했다.

만약 이곳 아지트로 적들이 오면 그들에게는 지옥이 될 것이다.

"그럼 저는 아키로 님의 지시를 전달하겠습니다!"

그렇게 부하가 아키로의 지시를 전달하기 위해 뒤돌아설 때

콰앙!

머리 위에서 거대한 폭발과 함께 천장이 무너지며 삼두사회의 비밀 아지트가 매장됐다.

***

"여기가 입구라고?"

블랙울프의 안내를 받아 안이 새카만 동굴의 입구에 도착한 세준이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흐음. 들어가기 싫은데······."

왠지 이런 곳은 함정도 많고 무너질지도 몰랐다.

"박 회장, 들어가지 말라냥! 기분이 안 좋다!"

거기다 테오까지 이렇게 말리자

"으음. 꾸엥이, 거대 슈퍼히어로 랜딩 어택이다!"

세준은 그냥 적의 아지트를 무너뜨리고 수색을 하기로 했다.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방법이지만, 안전제일주의자인 세준에게는 이게 최선이었다.

거기다 냄새를 후각이 좋은 꾸엥이와 늑대들이 있으니까 수색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거다!

꾸엥!

[알겠다요!]

콰앙!

세준의 말을 들은 꾸엥이가 신난 목소리로 제자리에서 풀점프를 하며 공중에서 거대화를 했다. 세준이 이렇게 힘을 마음껏 쓰라고 하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

순식간에 거대화를 하며 100m 높이까지 올라간 크기 27m의 꾸엥이가 대충 동굴의 입구와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멋지게 슈퍼 히어로 랜딩을 하며 착지했다.

쿠웅!

거대한 폭음과 함께 꾸엥이를 중심으로 반경 100m 내의 지역이 20m 정도 내려앉았다.

그리고

콰과광!

꾸엥이가 착지하며 불어넣은 마력이 폭발하며 2차 붕괴가 일어나며 꾸엥이를 중심으로 반경 500m 내의 지역이 주저앉아 버렸다.

꾸엥?

[아빠 꾸엥이 멋있다요?]

그렇게 주저앉은 대지의 중심에서 꾸엥이가 만세를 부르며 세준을 향해 우렁차게 외쳤다.

척.

세준이 엄지를 들며 꾸엥이를 칭찬했다. 말이 필요 없었다. 우리 아들 최고!

꾸헤헤헤!

그런 세준의 칭찬에 꾸엥이가 신나서 춤을 추고 있을 때

파앗!

땅속에서 황금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콰앙!

땅을 뚫고 피투성이를 한 황금뱀 하나가 기어 나왔다.

"꾸엥아 잡아!"

왠지 도망치게 놔두면 안 된다는 느낌이 든 세준이 외쳤다.

꾸엥!

[알겠다요!]

쾅!

꾸엥이가 뱀의 머리를 발로 밟아 황금뱀이 도망가지 못하게 제압했다.

-크악!!

황금뱀이 꾸엥이의 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하지만 꾸엥이의 발은 요지부동.

-이익!

황금뱀이 방법을 바꿔 자신의 몸으로 꾸엥이의 다리를 옥좼지만, 꾸엥이에게는 전혀 타격이 없었다.

잠시 후

쿵.

몸부림치던 뱀의 몸이 힘없이 쓰러졌다.

꾸엥!

[기절했다요!]

꾸엥이가 축 늘어진 황금뱀을 들어 세준에게 가져갈 때

파앗.

황금빛이 폭발하며 황금뱀이 가루로 변하며 부서지기 시작했다.

꾸엥?

황금뱀은 꾸엥이가 처음 머리를 밟았을 때 머리뼈가 부서지며 이미 죽어가고 있었던 것.

땡그랑.

황금뱀이 완전히 사라지자 바닥에 뭔가가 떨어졌다.

그리고

[파수꾼 꾸엥이가 검은 탑에 침투한 멸망의 사도 10좌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뱀, 히드라의 7번째 머리를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꾸엥이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1000만을 획득했습니다.]

나타나는 경험치 획득 메시지.

"멸망의 사도? 히드라?"

세준이 처음 듣는 단어에 의아해할 때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세준이 레벨업을 3번이나 하고 60레벨이 됐다. 엄청난 경험치 덕분이었다.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직업 퀘스트 : 1000만 개의 씨앗을 싹 틔워라.]

보상 : 61레벨 개방, 50만 탑코인, 직업 전투 스킬

60레벨이 되며 새로운 직업 케스트가 나타났다. 1000만 개 씨앗의 싹 틔우기. 이번에도 직업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한 엄청난 노가다가 예상됐다.

하지만 세준의 눈에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보상 때문이었다.

직.업.전.투.스.킬.

탑농사 직업에도 전투 스킬이 있을 줄이야! 세준이 자신도 이제 떳떳하게 전투 스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감격했다.

그때

[탑농부 최초로 멸망의 사도와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을 획득했습니다.]

100% 꾸엥이 혼자 처치했지만, 꾸엥이가 세준의 파수꾼이었기에 황금뱀을 처치한 공로를 세준의 것으로 인정받았다.

"오! 멸망 사냥꾼?"

이름만 들어도 대단하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꾸엥!

[아빠 꾸엥이가 이거 주웠다요!]

황금뱀이 떨어트린 청동색 동전을 주워온 꾸엥이가 세준에게 건넸다. 동전의 앞면에는 9개의 머리를 가진 뱀이 뒷면에는 7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이게 뭐지?"

세준이 동전을 살펴봤다.

[히드라의 7번째 청동 코인]

???

감정이 되지 않아 아무런 내용도 없었다.

"에일린 이것 좀 감정해줘."

[탑의 관리자가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말합니다.]

10분 후.

[탑의 관리자가 이건 탑 밖의 물건이라 자신의 능력으로는 감정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지금 할아버지한테 물어보겠다며 기다려 달라고 말합니다.]

"알았어."

카이저까지 봐야 하는 물건이라면 오래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들아, 일단 주변에서 수상한 게 있는지 찾아줘."

에일린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세준이 늑대들에게 주변을 수색을 지시했다.

"네!"

늑대들이 꾸엥이가 내려 앉힌 대지로 달려가 코를 대고 냄새를 찾기 시작했고 블랙오크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여기서 냄새가 납니다!"

"여길 파라!"

블랙울프들이 냄새를 찾으면 블랙오크들이 땅을 파서 안에 뭐가 있는지 확인했다.

블랙울프와 블랙오크들이 무너진 삼두사회 아지트를 수색하는 사이

"여기다 대파나 심어야겠다."

할 게 없는 세준은 이곳에 대파를 심기로 했다.

꾸엥!

[아빠 다 했다요!]

세준의 부탁을 받은 꾸엥이가 열심히 땅을 밀어 밭을 만들었다. 세준도 스킬로 땅을 움직여 밭을 만들 수 있지만, 최대한 마력을 아끼기 위해 꾸엥이에게 부탁했다.

"잘했어. 땅 움직이기!"

세준이 견고한 칼날의 대파의 씨 500개를 밭에 뿌리고 마일러의 괭이를 휘두르며 스킬을 사용했다.

퍽.

[마력이 담긴 땅에 견고한 칼날 대파의 씨앗을 500개를 심었습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견고한 칼날 대파가 뿌리를 내릴 확률이 증가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24시간 동안 견고한 칼날 대파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999만 9500번 남았습니다.]

"좋아."

괭이질 한 번에 씨앗 500개를 심었다. 이렇게 2만 번만 하면 직업 퀘스트 완료였다. 물론 그 전에 세준이 마력 고갈로 퍼지겠지만.

꾸엥!

[다 했다요!]

"응. 땅 움직이기!"

그렇게 꾸엥이가 밭을 만들고 세준이 씨앗 심기를 반복하며 2만 개 정도의 씨앗을 심었을 때

[탑의 관리자가 감정이 끝났다고 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할아버지와 켈리온 할아버지까지 힘을 합쳐 감정했지만, 완벽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에일린의 메시지와 함께 세준의 손에 동전이 나타났다.

[히드라의 7번째 청동 코인]

멸망의 12사도 중 10좌를 맡고 있는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뱀, 히드라의 7번째 머리가 삼킨 세상의 기운이 희미하게 느껴집니다.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가 있습니다.

사용 제한 : ???

제작자 : 멸망의 사도 10좌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뱀, 히드라

등급 : ???

"근데 에일린 멸망의 사도가 뭐야?"

[탑의 관리자가 멸망의 사도는 멸망에게 직접 힘을 받은 존재들로 할아버지들도 자세히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래?"

용들도 자세히 정체를 모르는 존재라······ .세준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까 꾸엥이가 먼저 선빵을 날리지 않았으면 상황이 어떻게 됐을지 몰랐다.

'우리 꾸엥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갑자기 꾸엥이가 너무 이뻐 보였다.

"우리 꾸엥이 간식 먹자!'

세준이 창고에서 꿀과 고구마 등을 꺼내자

꾸엥!꾸엥!

[간식이다요! 신난다요!]

앞발로 흙을 밀던 꾸엥이가 재빨리 네발로 열심히 달려왔다.

그리고

꾸엥!

[꾸엥이 자리에 앉았다요!]

세준의 앞에 얌전히 앉아 간식을 기다리는 꾸엥이. 귀엽다. 귀여워. 흐흐흐.

"자. 여기 많이 먹어."

세준이 꿀이 담긴 유리병 하나와 아껴뒀던 바나나까지 꺼냈다.

꾸엥!

[잘 먹겠다요!]

꾸엥이가 허겁지겁 꿀과 다른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꾸엥이가 먹는 것을 흐뭇하게 보고 있을 때

"박 회장, 뭐 잊은 거 없다냥?"

테오가 심기 불편한 목소리로 세준을 불렀다. 아직 식사 시간이 아니라 꾸엥이 먼저 준 건데 그게 섭섭한 모양이었다.

"응?! 뭐? 내가 뭘 잊었지?"

세준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테오 몰래 미리 꺼내둔 유리병의 뚜껑을 열었다. 테오의 보양식으로 만든 참치어죽이었다. 세준이 만든 수제 츄르라고 할 수 있었다.

"실망이다냥! 어떻게 모를 수가 있다냥! 냥?!"

테오가 서운함 가득한 표정으로 세준에게 말하다가

킁.킁.

뭔가 맛있는 냄새를 맡았다.

"푸후훗. 박 회장, 뭐냥? 뭘 숨겨둔 거냥? 빨리 꺼내라냥!"

테오가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세준의 무릎에 발라당 누워 애교를 피우며 물었다.

"알았어. 테오도 맛있는 거 먹자."

세준이 숨겨둔 참치어죽을 숟가락으로 퍼 작은 접시에 담아 테오에게 주었다.

"냥! 난 박 회장을 믿고 있었다냥!"

촵촵촵.

테오가 열심히 참치어죽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 테오의 눈가에는 약간의 물기가 보였다.

'녀석 거짓말은······.'

세준이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척 눈에 있는 물기를 닦아줬다.

조난 319일 차. 멸망의 사도를 만났지만, 평온한 하루였다.

174화. 나의 손이 강하게 끌리고 있다냥!

174화. 나의 손이 강하게 끌리고 있다냥!

검은 탑 99층.

-어떻게 멸망의 사도가 탑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거지?

-멸망의 사도는 블랙문이 완전히 열려야만 나타나는 건 줄 알았는데······

카이저와 켈리온이 술을 마시며 심각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것보다 켈리온 너도 청동 코인에서 뭔가를 느낀 것 같던데?

-그래. 엘리시엔이라는 곳의 기운을 느꼈어.

엘리시엔은 1000년 전쯤 하얀 탑이 지키지 못한 세상의 이름이었다.

-켈리온, 네가 느낀 건 엘리시엔인가?

-카이저, 너는 다른 곳이야?

-그래. 나는 오튼의 기운을 느꼈다.

오튼은 1500년 전 검은 탑이 지키지 못한 세상. 멸망의 사도들이 멸망시킨 세상의 기운을 직접 삼키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멸망의 사도를 처치하면 놈이 삼킨 세상의 기운을 해방해 멸망한 세상을 다시 창조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켈리온, 어떻게 생각해?

-충분히 가능성은 있어. 근데 다른 탑에도 멸망의 사도가 침입했을까?

하얀 탑이 걱정되기 시작하는 켈리온이었다.

-글쎄. 히드라의 7번째 머리만 운 좋게 들어온 건지 아니면 탑의 감지에 걸리지 않고 들어오는 방법이 있는 건지 모르겠군.

-혹시 모르니 탑을 점검해봐야겠어.

-조금만 있다···

카이저가 붙잡기도 전에 하얀 용 조각상이 멈췄다.

-쳇. 세준이 자랑 좀 하려고 했더니만······ 크으. 좋다.

켈리온에게 세준이 세운 공을 자랑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카이저가 혼자서 술을 마셨다.

***

쿵.

블랙오크들이 땅속에서 파낸 물건들을 가져왔다. 검 조각, 방패 조각, 갑옷 조각 등. 대부분 부서져 있어 쓸 수 있는 물건은 없었다. 그만큼 꾸엥이의 공격이 엄청났다는 걸 의미였다.

그나마 건질 건 몇천 탑코인 정도의 푼돈. 얼마 안 되는 돈이기에 블랙울프와 블랙오크들에게 쓰라고 줬다.

그렇게 삼두사회 비밀 아지트의 수색이 끝나갈 때쯤

"박 회장! 빨리 이쪽으로 오라냥!"

심심하다며 주변을 돌아다니던 테오가 갑자기 기세등등한 목소리로 견고한 칼날 대파를 심고 있던 세준을 불렀다.

"테 부회장, 설마?!"

테오의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세준이 서둘러 달려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척.

"그렇다냥! 나의 손이 강하게 끌리고 있다냥!"

테오가 자신의 앞발을 앞으로 뻗으며 외쳤다.

"정말?! 역시 테 부회장! 어디야?"

그냥 끌리는 것도 아니고 '강하게'라고 얘기하는 테오. 이건 대박 아이템을 찾을 기회였다.

"푸후훗. 저쪽이다냥!"

테오가 대답하며 세준의 무릎에 매달렸다. 지금은 기고만장해질 타이밍. 푸후훗. 박 회장, 어서 나를 이동시켜라냥!

그렇게 세준이 테오의 앞발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자 땅이 주저앉으며 생겨난 절벽 앞에 도착했다.

"저기를 파라냥!"

테오가 절벽의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를······?"

"그렇다냥! 박 회장, 지금 내 앞발을 의심하는 것이냥?!"

"어? 당연히 아니지! 땅 움직이기!"

세준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자 바로 발끈하는 테오. 세준이 서둘러 마일러의 괭이를 이용해 절벽에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땅 움직이기!"

"땅 움직이기!"

10번 정도 구멍을 내자

후두둑.

"어?"

벽이 무너지며 벽 너머에 작은 방이 나타났다. 그리고 방의 중심에 있는 작은 나무 상자.

달칵.

세준이 조심스럽게 나무 상자를 열자

"응? 이건 콩?!"

안에는 3개의 오백원짜리만 한 거대한 콩이 들어있었다.

[하늘에 닿는 콩]

심으면 7일 만에 하늘에 닿을 만큼 높게 자라납니다.

빠르게 자라는 만큼 수명이 짧습니다.

섭취 시 키가 3cm 커집니다.

등급 : C-

"이게 왜?"

이건 B급 미만의 아이템. 테오의 앞발 탐지기에 걸릴 만한 아이템이 아니었다.

'역시!'

오물오물.

꿀꺽.

세준은 카이저의 발톱을 받으며 테오의 앞발에 부정이 탄 게 틀림없다고 확신하며 하늘에 닿는 콩 하나를 삼켰다.

[하늘에 닿는 콩을 섭취했습니다.]

[키가 3cm 커졌습니다.]

예전부터 키 180cm를 찍어보고 싶었던 세준.

"가자."

그렇게 평생소원인 키 180cm를 찍었으니 나름 만족스러운 성과라고 위로하며 테오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덕분에 상의와 하의가 조금 짧아졌지만. 3cm 높은 세상을 보는 대가로는 충분히 감내할만한 것이었다.

"냥······."

세준의 반응이 뜨겁지 않았기에 테오는 자신의 앞발을 보며 시무룩해졌다.

그렇게 밖으로 나왔을 때

휙!

테오는 갑자기 자신의 앞발을 잡아끄는 강렬한 힘을 느꼈다.

"냥?! 박 회장! 끌린의 방향이 바뀌었다냥!"

테오가 갑자기 하늘을 향해 앞발을 뻗으며 말했다.

"갑자기 방향이 바뀌다니 무슨 소리야?"

"나도 모르겠다냥! 갑자기 앞발이······ 냥?"

말을 하던 테오의 몸이 살짝 떴다 가라앉았다. 엄청난 끌림. 이건 정말 초대박 아이템이 분명했다. 그리고 테오의 앞발이 왜 바로 하늘을 가리키지 않고 이곳을 먼저 안내했는지 알 것 같았다.

'카이저 님의 발톱으로 부정을 탄 게 아니라 오히려 테오의 앞발의 성능이 업그레이드된 거였어!'

하늘에 닿는 콩을 심어 하늘에 가라는 의미. 끌리는 아이템으로 갈 수 있는 아이템을 먼저 찾게 해준 것. 테오의 앞발에 공략집 기능이 탑재됐다.

"뭐야? 테 부회장 앞발 성능이 왜 이렇게 좋아졌어?!"

"푸후훗. 그런 것이다냥! 테 부회장인 나에 맞게 내 앞발도 성장한 것이다냥!"

덕분에 테오의 우쭐함은 다시 하늘을 찔렀다.

"일단 이걸 심어야겠지?"

세준이 꾸엥이가 만든 분지의 중앙에 하늘에 닿는 콩 하나를 심었다.

[마력이 담긴 땅에 하늘에 닿는 콩을 심었습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하늘에 닿는 콩이 뿌리를 내릴 확률이 증가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24시간 동안 하늘에 닿는 콩의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998만 4499번 남았습니다.]

뿌드득.

뿌리를 내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자라는 콩.

"먹구름 만들기. 비 내리기."

혹시나 하늘에 닿는 콩이 말라 죽지 않게 세준이 서둘러 작은 먹구름을 만들어 비를 내려줬다.

그리고 뿌리가 단단히 자리 잡은 걸 확인하자

"일단 돌아가자."

콩나무가 자라는 데 시간이 걸리기에 며칠 후에 다시 오기로 하고 세준은 일행을 데리고 감나무 밭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감나무 농장으로 돌아오자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두더지들이 블랙오크들과 열심히 밭에 씨를 뿌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퇴근도 잊고 열심히 일하다니."

세준이 두더지들을 대견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위대한 검은 용 님을 위해 쉬지 말고 심어라! 허리를 펴는 놈은 허리를 반대로 접어주마!"

"당연합니다! 누가 감히 허리를 편단 말입니까! 그런 놈이 있다면 제가 팔다리도 접어 버리겠습니다!"

두두······

자세히 보니 블랙오크들의 살벌한 말에 두더지들이 눈치를 보며 퇴근도 못 하고 겁에 질려 죽기 살기로 일하고 있었다. 역시 아무리 재미있어도 퇴근을 이길 수는 없었다.

"모두 휴식!"

세준이 서둘러 작업을 멈추게 하고는 두더지들을 지옥 같았던 야근에서 퇴근시켰다. 의도치 않게 야근을 시킨 미안함에 고기를 100g씩 추가해줬다.

"비밀 통로라는 곳은 내일 가야겠다."

시간이 늦었기에 세준은 저녁을 먹고 오늘은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황금박쥐, 우르치에게 비밀통로는 내일 가겠다고 전해줘."

(네!)

꾸엥이의 등에 조용히 숨어 있던 황금박쥐가 세준의 지시에 빠르게 우르치에게 세준의 말을 전달했다.

잠시 후

우르르르.

분주하게 움직이는 블랙오크들.

"너희들 어디가?"

세준이 블랙오크들을 지휘하는 우르치에게 묻자

"사냥하러 갑니다."

"사냥?"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정찰병이 저기 웨이포인트를 지키는 거대한 두더지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웨이포인트를 지키는 거대한 두더지? 그거 두쿠잖아!

"잠깐! 모두 멈춰!"

세준이 서둘러 블랙오크드들을 멈춰 세웠다.

"왜 그러십니까? 혹여 저희가 무슨 잘못이라도?"

우르치가 세준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우르치. 여기서는 사냥 금지야."

생각해 보니 이렇게 많은 블랙오크들이 배를 채우려면 사냥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탐 49층에서 사냥을 하면 그 사냥감은 두더지들이 될 수밖에 없고 그건 앞으로 세준의 농장으로 올 일꾼들이 줄어드는 걸 의미했다. 제 살 깎아 먹기였다. 말려야 했다.

"그러면··· 저희는······."

블랙오크들에게 마냥 굶으라고 할 수는 없으니 대책이 있어야 했고 세준에게는 당연히 대책이 있었다.

"저녁은 내가 줄게."

철컹.

세준이 아공간 창고를 열며 말했다.

"세준 님이 직접 말입니까?!"

"응. 농작물 거대화."

세준이 대답하며 힘의 호박고구마에 스킬을 사용하자 고구마가 순식간에 3m로 커졌다.

"이럴 수가!"

엄청난 기적을 목격한 것처럼 우르치가 경악했다.

'흐흐흐. 뭐 이 정도 가지고.'

세준이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속으로 우쭐거렸다.

"자."

세준이 거대 고구마를 우르치에게 건네고 다시 새로운 고구마를 거대화하려 할 때

꾸엥!

[꾸엥이 배고프다요!]

꾸엥이가 우르치에게 앞발을 내밀며 거대 고구마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 그럼요! 꾸엥이 님, 어서 드시죠!"

우르치가 공손하게 꾸엥이에게 거대 고구마를 넘겼다. 우르치는 꾸엥이가 해츨링이라고 확신했다. 위대한 검은 용인 세준을 아빠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는 자식인 해츨링뿐이니까.

그리고 아까 삼두사회의 비밀 아지트를 파괴할 때 본 꾸엥이의 거대 슈퍼히어로 랜딩 어택을 보면서 우르치는 세준을 더욱 우러러보게 됐다. 해츨링의 가벼운 점프 공격이 저 정도면 세준은······

꾸엥!

[고맙다요!]

거대 고구마를 받은 꾸엥이가 열심히 고구마를 먹는 동안 세준이 고구마, 감자, 옥수수 등을 거대화하며 블랙오크들에게 줬다.

그렇게 대략 1만5000개 정도의 농작물을 거대화했을 때

[체력의 옥수수에 농작물 거대화를 사용합니다.]

[체력의 옥수수가 가진 마력을 강제로 성장에 집중시킵니다.]

[농작물 거대화 Lv. 3의 숙련도가 미약하게 상승합니다.]

[농작물 거대화 Lv. 3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농작물 거대화 스킬의 레벨이 상승하며 4레벨이 됐고 스킬에 새로운 효과가 추가됐다.

-10% 확률로 농작물의 거대화 크기가 3배로 커집니다.

덕분에 더 빨리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그렇게 블랙오크들의 식량 보급을 끝내자

"박 회장, 배고프다냥! 박 회장의 정성이 들어간 츄르가 먹고 싶다냥!"

세준의 작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테오가 참치어죽을 요구했다.

"알았어."

테오가 자신이 만든 참치어죽을 찾으니 괜히 뿌듯해진 세준이 서둘러 아공간 창고에서 참치어죽이 들어간 유리병을 꺼내

"자 여기."

작은 접시에 담아 테오에게 줬다.

촵촵촵.

테오가 참치어죽을 먹는 동안 세준도 늦은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살금.살금.

핥짝.핥짝.

어느새 몰래 다가온 꾸엥이가 테오의 참치어죽이 든 유리병에 얼굴을 받고 열심히 먹어 치우고 있었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큰형아 거 몰래 먹는 거 맛있다요!]

그렇게 신나게 테오의 참치어죽을 모두 먹고 조용히 사라지려했던 꾸엥이.

완전범죄를 노렸지만

꾸엥?꾸엥!

[어? 꾸엥이 얼굴이 안 빠진다요!]

다 먹고 얼굴을 빼려 하자 유리병에 얼굴이 끼어버렸다.

꾸엥!

[꾸엥이 큰일 났다요!]

"박 회장! 꾸엥이가 내 츄르를 먹고 있다냥!"

덕분에 너무나 허술하게 걸려버린 꾸팡. 역시 꾸엥이의 적성은 꾸탐정이었다.

175화. 집에 빨리 가고 싶다요!

175화. 집에 빨리 가고 싶다요!

다음 날 아침.

세준이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오자 아직 밭을 일구지 않은 곳들이 심하게 파헤쳐져 있었다.

"토룡이가 그랬나?"

세준은 토룡이의 짓으로 생각하고 서둘러 아침을 준비했다. 오늘은 비밀 통로를 찾아가기로 한 날. 빨리 비밀 통로를 확인하고 싶었다.

"여깁니다!"

그렇게 아침을 먹은 세준은 우르치의 안내를 받아 그들이 이용했다는 비밀 통로 앞에 도착했다.

"이게 비밀 통로라고?"

세준이 꺼림직한 표정으로 통로의 입구를 바라봤다. 비밀 통로라기에 동굴 같은 것을 상상한 세준.

하지만

[레드 린드겐]

세준의 앞에 있는 건 입을 쩍 벌린 거대한 붉은 꽃. 통로의 정체는 차원을 뚫고 자라는 린드겐이라는 식물 몬스터였다.

"푸후훗. 박 회장, 이걸 처음 보냥?! 내가 린드겐에 대해 설명해 주겠다냥!"

세준이 모르는 것 같자 테오가 우쭐해하며 나섰다.

그리고

"큼냥!큼냥! 잘 들어라냥! 린드겐은 총 5가지 종류가 있다냥! 흰색, 노랑, 붉은색, 녹색··· 어······."

자신만만하게 허리에 손을 올리고 설명을 하던 테오. 하지만 마지막 색 하나가 기억이 안 났다.

그때

"테오 박 님, 파란색입니다."

같이 따라온 루켄이 뒤에서 조용히 얘기했다. 하지만 블랙오크들의 기본 목소리가 워낙 컸기에 세준의 귀에도 다 들렸다.

"큼냥! 파란색이다냥! 그리고 린드겐은 색에 따라 통로의 길이, 이동속도, 수송량 등의 성능이 다 다르다냥! 그리고······."

테오의 설명이 이어졌다. 세준이 모르는 걸 처음 알려준다는 것이 신나는 모양. 물론 설명은 중구난방, 빼먹기 일쑤여서 뒤에서 루켄이 계속 귀띔해 줬다.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테오와 루켄의 설명으로는 린드겐은 시중에 풀려도 금세 비싼 가격에 팔려나가 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린드겐은 보통 삼두사회 같은 범죄조직이나 밀수조직이 주로 사용합니다. 참고로 유랑 상인 협회의 상인 통로도 린드겐의 구조와 원리를 분석해 만든 겁니다."

라고 루켄이 부연 설명을 했다.

"그랬구냥! 그리고 린드겐은 싹이 나면 이파리 하나를 떼 연결하고 싶은 장소에 심으면 줄기가 이파리를 찾아 이동하고 통로가 연결되는 것이다냥!"

테오는 이제 대놓고 루켄의 말을 세준과 같이 듣다가 아는 내용이 생각나면 다시 얘기를 시작했다.

"푸후훗. 마지막으로 최우수 유랑 상인인 나 테오 박 님이 이용하는 광속 상인 통로는 최고 성능을 가진 흰색 린드겐보다 더 성능이 좋다냥!"

기승전, 자기 자랑으로 마무리하는 테오. 왠지 이 마지막 말을 하기 위해 앞의 그 많은 설명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근데 린드겐은 탑에서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도 이용할 수 있는 거야?"

"아니다냥! 그게 이상하다냥! 인간은 린드겐을 이용할 수 없다냥!"

"그래?"

세준이 테오의 대답을 듣고는 비밀통로 앞으로 갔다. 직접 겪어보면 알겠지.

세준이 앞으로 가자

턱.

세준이 들어오지 못하게 입을 다물어 버리는 린드겐. 입구컷을 당했다.

하지만

"꾸엥아. 이것 좀 열어줘."

세준에게는 만능 오프너 꾸엥이가 있었다.

꾸엥!

[알겠다요!]

쩌적.

꾸엥이가 두 앞발로 가볍게 린드겐의 입구를 강제로 벌렸다.

꾸엥!

[아빠 꾸엥이가 열었다요!]

"응. 고마워."

세준이 꾸엥이가 벌린 린드겐의 입구로 들어가려 할 때

[탑의 관리자가 들어가면 안 된다고 다급하게 말합니다.]

에일린이 세준을 말렸다.

"에일린, 왜? 들어가만 보려고 했는데."

[탑의 관리자가······.]

세준의 물음에 에일린이 세준을 말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니까 탑 소속으로 완벽하게 인정된 존재만 통로를 이용해도 위험하지 않다는 거야?"

[탑의 관리자가 그래서 헌터들만 이용하는 웨이포인트가 따로 있는 거라고 말합니다.]

"흐음."

세준이 생각에 잠겼다. 에일린의 설명으로는 린드겐이나 통로라는 것들을 이용하면 이동하는 동안 탑의 외부로 나오게 된다고 한다. 여기서 탑 소속으로 인정받은 존재는 그대로 통로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처럼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존재들은 통로를 이용해 탑의 외부로 나가는 순간. 진짜 외부로 나가버린다고 했다.

그 이후는 추락사, 운이 좋아 살아도 그곳은 지구가 아닌 탑의 본체 외부, 멸망과 싸우는 최전선이다. 세준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럼 삼두사회는 어떻게 이용한 거지?"

[탑의 관리자가 자신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멸망의 사도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아쉽네."

세준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린드겐의 꽃을 자세히 살펴봤다.

"어디 씨앗 없나?"

린드겐의 씨앗을 구해 심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씨앗은커녕 열매도 보이지 않았다.

서걱.서걱.

어쩔 수 없이 세준은 꽃잎을 몇 개 잘랐다.

'맛있으려나?'

먹을 수 있는 건지 살펴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린드겐의 꽃잎을 잘라 세준이 다시 감농장으로 돌아왔다.

***

탑 33층.

"무너진다!"

"피해라!"

밤낮으로 쉬지 않고 절벽을 판 블랙오크들이 서둘러 외치며 흩어졌다.

그리고

쿠구궁!

기울어지며 쓰러지기 시작하는 돌기둥. 동시에 삼두사회의 아지트에서 낙하산 몇 개가 펼쳐졌다.

"늑대들은 낙하산을 추적하고 블랙오크들은 적의 아지트를 포위하라!"

"네!"

블랙울프 족장 헤겔의 지시에 블랙울프와 블랙오크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때

콰앙!

삼두사회의 아지트에서 큰 폭음과 함께 불덩이 하나가 비밀 통로의 입구로 날아갔다. 그리고 불덩이 안으로 사람의 실루엣. 비밀 아지트의 관리자 파블로였다.

"쫓아라!"

헤겔이 늑대 5마리를 데리고 불덩이를 추적했다.

쿠웅!

"이놈들! 두고 보자!"

땅에 착지한 파블로가 분노하며 서둘러 비밀 통로로 들어갔다. 일부러 화염 냄새를 강하게 풍기며.

"탑 49층으로 오거라."

파블로는 적들을 치명적인 함정이 가득한 아키로가 관리하는 탑 49층의 비밀 아지트로 유인해 모두 죽일 생각이었다.

***

"흐아암."

비밀 통로에 갔다 돌아와 점심을 먹고 낮잠을 늘어지게 잔 세준이 기지개를 켜며 잠에서 깼다.

그리고

고로롱.

꾸로롱.

배로롱.

"애들아 일어나."

테오와 꾸엥이, 황금박쥐를 깨웠다.

하지만

(네!)

세준의 부름에 바로 일어난 건 황금박쥐뿐. 테오와 꾸엥이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어쩔 수 없군. 황금박쥐 이리 와봐. 마사지해줄게."

세준은 다른 애들이 일어나는 동안 마사지를 해줄 생각이었다.

(네! 좋아요!)

세준의 말에 잽싸게 세준의 손바닥 위로 올라온 황금박쥐.

쭉.쭉.

세준이 황금박쥐의 날개를 잡고 옆으로 당기며 스트레칭을 시켜주고

조물.조물.

조심스럽게 황금박쥐의 다리도 마사지해줬다.

(뱃뱃. 시원해요!)

그렇게 황금박쥐를 마사지해주자

꾸엥······

세준의 엉덩이에 궁둥이를 붙이고 있던 꾸엥이가 비몽사몽 상태로 몸을 옆으로 구르며 세준의 앞으로 왔다.

그리고

꾸엥!

[아빠 꾸엥이도 마사지 받고 싶다요!]

마사지를 받고 싶다며 세준의 앞에 대(大)자로 당당하게 누운 꾸엥이.

"알았어. 아빠가 키 크는 마사지 해줄게."

쭉.쭉.

세준이 꾸엥이의 다리와 몸을 당기며 스트레칭을 해줬다. 세준의 힘이 부족해 효과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꾸헤헤헤.

그냥 아빠가 놀아주는 게 좋은 꾸엥이였다.

그렇게 다시 10분쯤 마사지를 하자

"뭐냥?!

마지막 손님이 일어났다. 자신을 빼고 꾸엥이만 이뻐하자 심기가 불편한 테오.

척.

"박 회장, 나도 마사지 해달라냥!"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발라당 누워 마사지를 기다렸다.

"알았어."

세준이 대답하며 테오의 두 앞발을 잡고 들어 올리자

주우욱.

찹쌀떡처럼 쭉 늘어나는 테오의 몸.

그리고

부웅.부웅.

세준이 테오를 앞뒤로 흔들며 감나무 농장으로 이동했다.

"냥?! 박 회장, 이건 마사지가 아닌 것 같다냥!"

"아냐. 이것도 마사지야."

"그러냥? 그럼 더 해봐라냥!"

"알았어."

부웅.부웅.

계속해보니 재미있는지 테오는 세준의 손길에 자신을 완전히 맡겼다.

꾸엥!

[꾸엥이는 큰형아가 너무 부럽다요!]

꾸엥이가 그런 테오를 부럽게 바라봤다. 자신을 흔들어 주기에는 세준의 힘이 너무 약했다.

"푸후훗. 걱정 말라냥! 내가 박 회장의 힘을 강하게 해주는 걸 내 앞발로 찾아주겠다냥!"

테오가 큰형아로서 꾸엥이를 위로했다.

꾸엥?

[정말이다요?]

"푸후훗. 큰 형님을 믿어라냥!"

테오가 그렇게 꾸엥이에게 큰소리를 치는 사이 감나무 농장에 도착한 세준.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4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감나무의 뿌리가 조금 치유됩니다.]

..

..

.

세준이 감나무 치유를 시작했다. 테오는 다시 세준의 무릎에 매달렸고 꾸엥이는 뭐 먹을 게 있는지 주변을 탐색했다.

그리고

(마사지. 쭉.쭉. 날개가 시원해~)

세준을 도와 감나무가 기운을 차리도록 노래를 불러주던 황금박쥐.

그렇게 각자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을 때

[파수꾼 황금박쥐가 새로운 재능 : 식물 치유 가수를 개화했습니다.]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응?! 식물 치유 가수?"

메시지를 본 세준이 황금박쥐를 바라봤다.

(나는 다섯째 황금박쥐, 우리 막내는 2022살 토룡이~)

황금박쥐는 열심히 작사, 작곡한 노래를 열심히 부르고 있었다.

그때

"어?!"

세준의 눈에 황금박쥐와 가까운 감나무들의 나뭇가지에 노란빛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스르륵.

노란빛이 일렁이는 나뭇가지에서 돋아나는 녹색 이파리. 비록 1~2개뿐이었지만, 앙상했던 나무에서 이파리가 돋아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황금박쥐의 노래가 세준의 스킬보다 효과가 더 좋았다. 덕분에 세준의 감나무를 치유하는 일은 더 빨리 끝났고 본격적으로 견고한 칼날 대파 농장을 만드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3일이 흐르자 가지고 있는 씨앗을 다 심어 더 이상 견고한 칼날 대파를 심을 수 없게 됐다. 블랙오크들 덕분에 대규모로 씨앗을 심었기 때문.

"이제 이것만 다 자라면 지구를 다 커버할 만큼의 견고한 칼날 대파를 수확할 수 있겠지?"

세준이 씨앗을 심은 밭에 비를 내리며 말했다.

그때

꾸엥?

[아빠 언제 집으로 돌아간다요?]

꾸엥이가 다가와 물었다. 엄마가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이제 곧 돌아가야지. 엄마 보고 싶어?"

꾸엥!꾸엥!

[아니다요! 꾸엥이 참을 수 있다요!]

꾸엥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자신을 신경 써 일부러 밝은 척을 하는 게 보였다. 꾸엥이의 반응을 보니 빨리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얘들아 짐 챙겨. 집에 갔다 오자."

어차피 웨이포인트를 이용하면 금방이었다.

"우르치 잠깐 나 탑 99층에 다녀올 테니까 이곳 관리 좀 부탁해."

"네! 맡겨주십시오!"

"그래. 두더지들은 꼭 제때 퇴근시키고."

"네!"

혹여 두더지들이 또 집에 못 갈까 봐 꼭 칼퇴근을 시키라고 여러 번 당부했다.

그렇게 웨이포인트를 향해 탑 99층으로 가는 길.

"냥냥냥."

꾸에엥!

(뱃뱃.)

집에 돌아가는 게 좋은지 콧노래를 부르며 신나 하는 동물들.

그때

"응?! 사람?"

반대편에서 갈색 머리에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다가왔다.

"안······."

세준이 오랜만에 보는 동족을 향해 인사를 하려 할 때

"죽어라!"

남자가 다짜고짜 세준을 공격했다.

꾸엥!꾸엥!

[꾸엥이 집에 빨리 가고 싶다요! 방해하면 화난다요!]

쾅!

귀가를 방해받은 꾸엥이가 남자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화르륵.

-이놈!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꾸엥이에 맞은 남자가 불에 휩싸인 거대한 붉은뱀으로 변했다. 탑 33층에서 올라온 파블로의 몸에 숨어있던 히드라의 3번째 머리였다.

176화. 잠재력을 늘리다.

176화. 잠재력을 늘리다.

"도착했군."

탑 39층의 비밀 통로를 이용해 탑 49층에 도착한 파블로.

"잘 따라오고 있는 거겠지?"

파블로가 자신이 나온 린드겐의 입구를 보며 말했다. 파블로는 블랙울프들이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일부러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그때

"응?!"

파블로의 눈에 린드겐의 꽃잎이 일부 잘려있는 게 보였다. 세준이 먹어보겠다고 칼로 자른 흔적이었다.

"뭐지? 설마?!"

파블로는 이미 탑 49층의 비밀 아지트도 들켰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탑 49층의 비밀 아지트는 탑 33층 같은 무식한 방법으로는 파괴할 수 없기에 걱정은 되지 않았다.

"일단 가보자."

그렇게 아키로가 관리하는 비밀 아지트로 가던 파블로.

그때

"응?! 아키로?"

파블로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아키로의 기운을 느꼈다.

하지만

"냥냥냥."

꾸에엥!

(뱃뱃)

파블로의 앞에 나타난 건 고양이, 곰, 박쥐와 헌터 한 명. 그리고 헌터의 몸에서 아키로의 기운이 느껴졌다. 정확히는 히드라의 7번째 머리의 기운이 담긴 청동 코인이었다.

'아키로가 죽었다고?!'

파블로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아키로를 죽였으면 당연히 상대는 적.

"죽어라!"

그래서 파블로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세준을 공격했지만

꾸엥!꾸엥!

쾅!

헌터의 옆에 있던 곰이 날린 주먹에 맞아 죽어갔다.

그리고

-이놈!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어쩔 수 없이 파블로의 몸에 숨어있던 히드라의 3번째 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

[멸망의 사도와 조우했습니다.]

[이 발동합니다.]

[100m 이내에 있는 멸망의 사도의 능력을 20% 약화시킵니다.]

메시지와 함께 붉은 용이 두르고 있던 화염의 크기와 열기가 눈에 띄게 작아졌다.

"또 멸망의 사도야?"

세준이 붉은용을 보며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두려워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이미 황금용이 꾸엥이에게 어떻게 죽는지 봤기 때문. 붉은용이라도 다를 건 없었다.

"먹구름 만들기. 비 내리기."

그래도 혹시 불 때문에 화상을 입을지 모르니 주변에 비를 내려 불의 위력을 감소시켰다.

"천둥 던지기!"

콰광!

콰광!

콰과광!

그러면서 3연속 천둥 던지기를 사용하며 기습 공격을 했지만

푸슈슉.

뇌전은 불길에 잡아 먹히듯이 사라졌다. 역시 세준의 공격으로는 택도 없었다.

-이놈! 감히 그따위 허접한 공격으로 나를 모욕해?!

붉은용이 자신을 공격한 세준에게 분노했다. 아니 공격이 약하다고 모욕이라니? 붉은용의 말에 기분이 상한 세준. 그렇게 원하면 주마! 강한 공격!

"꾸엥아! 승룡권!"

세준이 붉은용의 시선을 돌린 사이 붉은뱀의 바로 아래까지 이동한 꾸엥이에게 세준이 소리쳤다.

꾸엥!

[알겠다요!]

쾅!

세준의 지시에 꾸엥이가 무릎을 굽혔다가 피며 그 반동으로 점프했다. 반동으로 땅에 거대한 구멍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꾸엥!

[꾸엥이 아빠 무시하면 안 된다요!]

쾅!

꾸엥이가 세준을 무시한 붉은뱀의 턱을 강하게 올려 쳤다.

-크헉!

그것으로 끝이었다.

쿵.

붉은뱀이 가루로 변하며 쓰러졌고

쾅!

꾸엥이가 슈퍼히어로 랜딩으로 멋지게 착지하며 상황은 종료됐다.

[파수꾼 꾸엥이가 검은 탑에 침투한 멸망의 사도 10좌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뱀, 히드라의 3번째 머리를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꾸엥이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1000만을 획득했습니다.]

아쉽게도 직업 퀘스트 때문에 경험치는 얻을 수 없었다.

"잘했어. 꾸엥아."

세준이 꾸엥이를 칭찬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꾸엥!

[아빠 괴롭히면 꾸엥이가 혼내준다요!]

꾸엥이가 세준의 손에 머리를 비비며 말했다.

"그래. 그래."

역시 효자다. 세준이 기특한 말을 하는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동안 붉은뱀의 시체가 완전히 가루로 변했다.

그리고

땡그랑.

이번에도 청동 코인이 하나 떨어졌다.

척.

세준이 떨어진 코인을 주웠다. 앞면은 전에 얻은 코인과 같은 9개의 머리를 가진 하드라가, 뒷면에는 7 대신 3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히드라의 3번째 청동 코인]

???

"가자."

세준이 청동 코인을 확인하고는 다시 동물들과 웨이포인트로 이동했다.

"잠깐 들어가 있어."

동물들을 아공간 창고에 들여보낸 세준이 붉은 크리스탈 앞에 섰다.

척.

붉은 크리스탈에 손을 대자

[저장된 다른 층의 웨이포인트를 불러옵니다.]

메시지와 함께 갈 수 있는 웨이포인트들이 나타났고

[저장된 웨이포인트]

-탑 99층

-탑 83층

-탑 77층

세준이 탑 99층을 선택해 이동했다.

***

탑 33층.

헤겔은 비밀 통로로 도망친 파블로가 너무 대놓고 따라오라는 듯이 움직이자

"여기서 추적을 멈춘다."

함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추적을 멈추고 다시 돌아와 적의 아지트를 철저히 수색했다. 절벽이 무너지며 대부분 부서졌지만, 남아 있는 것들도 있었다.

그렇게 수색을 하던 중

"헤겔 님! 뭔가를 찾은 것 같습니다."

늑대들이 헤겔을 불렀다.

"어디지?"

"따라오시죠."

헤겔이 늑대들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에는 블랙오크들이 열심히 돌들을 치워내고 있었다. 돌에는 절벽이 무너지며 돌들에 깔려 죽은 뱀의 잔해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몇 개의 돌을 더 치우자

"이게 무슨?"

압사당한 뱀들의 사체가 보였다. 엄청난 수였다. 적게 봐도 100만 마리 정도.

'뱀으로 무슨 짓을 하고 있던 거지?'

헤겔이 생각에 잠겼다.

그때

"헤겔 님, 이 뱀들을 먹어도 되겠습니까? 쓰읍."

블랙오크 하나가 침을 닦으며 헤겔에게 조심히 물었다. 그 블랙오크의 뒤에는 블랙울프들과 블랙오크들이 눈을 반짝이며 헤겔을 보고 있었다.

"휴우. 독이 있는지 확인하고 먹도록."

"와!"

헤겔의 허락에 블랙울프와 블랙오크들이 환호했다. 삼두사회 덕분에 블랙울프와 블랙오크들은 뱀고기 파티를 하며 즐겁게 수색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파블로가 절벽이 무너지기 전 이미 탑 33층의 중요 시설들을 전부 파괴했기에 며칠간 수색하며 얻은 건 뱀고기와 수상한 냄새가 밴 몇 가지 아이템뿐이었다.

"돌아간다!"

"네!"

헤겔의 말에 뱀고기를 배터지게 먹은 블랙울프와 블랙오크들이 기운차게 대답했다.

그렇게 헤겔이 부하들을 데리고 우르치와 합류하기 위해 탑의 위쪽으로 이동했다

***

"고마워."

음머!

세준이 웨이포인트에서 농장까지 태워준 블랙 미노타우루스에게 감사의 표시로 대파를 줬다.

그렇게 농장에 도착하자

꾸엥!

[엄마 꾸엥이 왔다요!]

꾸엥이가 분홍 털을 향해 달려가 몸을 날렸고

쿠어엉!

분홍 털도 팔을 벌리며 꾸엥이를 맞이했다. 감동적인 모자 상봉.

쾅!

분명 꽤 큰 폭음이 들렸지만, 분홍 털은 아무렇지 않게 꾸엥이의 돌진을 받아내며 꾸엥이를 안아줬다. 역시 엄마는 강했다.

그리고

-크하하하! 우리 세준이 왔구나!

세준을 격하게 반겨주는 카이저. 세준이 멸망의 사도인 히드라의 7번째 머리를 처치한 덕분이었다. 물론 막걸리가 거의 떨어져 가는 이유도 있었다.

"네. 카이저 님, 이것도 감정해 주실 수 있나요?"

에일린에게 맡겨도 어차피 카이저에게 가게 될 것이기에 세준은 에일린에게 수고를 끼치고 싶지 않아 바로 카이저에게 새로 얻은 청동 코인을 보여줬다.

-이건?! 설마 멸망의 사도가 또 나타난 거냐?

세준이 감정이 안 된 새로운 청동 코인을 꺼내자 카이저의 안색이 굳어졌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멸망의 사도는 탑으로 들어오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네. 여기로 오는 중에 하나 더 만났어요."

-알았다. 일단 쉬고 있거라. 내가 금방 감정해 줄 테니."

카이저가 청동 동전을 삼켜 감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불꽃이, 잘 있었어?"

세준이 동굴로 내려가 불꽃이에게 인사를 했다.

[주인님!]

불꽃이가 이파리를 붕붕거리며 세준을 격하게 반겼다.

"어? 이파리가 하나 더 늘어났네?"

세준이 불꽃이의 줄기에 난 네 개의 이파리를 보며 말했다.

[네! 이것 봐요! 짜잔!]

불꽃이가 자신의 네 번째 이파리를 파닥파닥 흔들며 자랑했다.

"잡고 싶다냥!"

"테 부회장, 안 돼."

테오가 그런 불꽃이의 이파리를 잡으려고 하자 세준이 급하게 테오를 붙잡았다.

"근데 네 번째 이파리의 능력은 뭐야?"

[설명하는 것 보다는 보여드리는 게 빨라요. 얍!]

불꽃이의 기합과 함께 네 번째 이파리가 불게 변하며 붉은 불꽃이 세준의 몸에 스며들었다.

[성장의 불꽃이 3시간 동안 스며듭니다.]

[성장의 불꽃이 함께 하는 동안 한계에 달한 잠재력을 상승시킵니다.]

"응?! 잠재력 상승?!"

[헤헷. 어때요?]

세준의 칭찬을 바라는지 불꽃이의 몸이 세준에게로 기울어져 있었다.

"최고지."

효과는 아직 두고 봐야겠지만, 벽에 막힌 세준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었다.

쓰담.쓰담.

세준이 기특한 일을 한 불꽃이의 이파리를 쓰다듬어줬다. 농사꾼의 따스한 손길 스킬이 발동하며 불꽃이의 이파리들 회복 속도가 조금 빨라졌다.

[헤헷. 기분 좋아요!]

세준이 불꽃이를 쓰다듬어주며 이뻐하자

"박 회장, 나도 해달라냥!"

둘째인 불꽃이에게 질 수 없다고 생각한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발라당 누워 자신의 배를 당당히 내밀었다. 요즘 경쟁자가 너무 많다냥! 피곤하게 사는 테오였다.

"알았어."

세준이 왼손으로는 테오를, 오른손으로는 불꽃이를 쓰다듬어주며 모두에게 힐링이 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3시간 정도 지났을 때

[성장의 불꽃이 사그라듭니다.]

[성장의 불꽃이 마력 스탯의 잠재력을 6 상승시킵니다.]

[마력 스탯 잠재력이 105로 상승합니다.]

"오!"

성장의 불꽃이 효과가 있었다.

세준이 기뻐하고 있을 때

펄럭.펄럭.

-감정이 끝났다.

카이저가 날아와 청동 코인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감정된 청동 코인을 받은 세준이 코인을 자세히 살펴보려 할 때

-전의 것과 큰 차이는 없다.

카이저가 말했다.

"그런가요?"

-그래. 그것보다 상황이 심상치 않아. 혹시 모르니 이걸 가지고 다녀라.

카이저가 팔찌 하나를 건넸다. 고급진 검은 광택에 금색의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딱 봐도 범상치 않은 아이템.

"감사합니다."

세준이 카이저에게 팔찌를 냉큼 받아 착용하고는 옵션을 확인했다.

[용각의 귀환 팔찌]

위대한 검은 용 카이저 프리타니가 자신의 뿔 조각에 직접 마법을 걸어 만들었습니다.

마력을 불어넣으면 어떤 방해가 있어도 귀환 마법이 발동하며 10명 이내의 인원들을 데리고 탑의 지정된 장소로 귀환할 수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사용 가능합니다.

사용 제한 : 카이저 프리타니의 인정을 받은 박세준

제작자 : 카이저 프리타니

등급 : 측정 불가

"귀환?!"

세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카이저를 바라봤다. 뿔까지 사용해 만든 게 귀환 마법이 걸린 아이템이라니. 좀 더 실용적인 마법을 기대한 세준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당연히 생존기로 있으면 좋지만, 자신에게는 테오와 꾸엥이가 있어 도망칠 일이 없었다.

-자만하지 마라! 지금 너희가 처치한 멸망의 사도는 본체의 작은 파편일 뿐이야.

그런 세준의 표정을 읽은 것인지 카이저가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본체의 파편이요?"

-그래. 처음에는 애매했는데 한 번 더 감정해 보고 확실히 알았다. 멸망의 사도들은 자신의 기운을 분리시켜 탑으로 침투시키고 있는 거다.

물론 그것만으로 탑을 속일 수는 없지만, 다른 기운에 섞인다면 어느 정도 위장은 가능했을 것이다.

-더 강한 기운을 가진 멸망의 사도와 만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꿀꺽.

더 강한 적? 카이저의 말에 세준이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호오! 멸망의 사도라······.]

밑에서 불꽃이가 귀를 쫑긋 세우고 둘의 대화를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177화. 오이, 배추, 무를 수확하다.

177화. 오이, 배추, 무를 수확하다.

-너무 걱정은 하지 말거라. 최악이 그렇다는 거니까.

카이저가 긴장한 표정의 세준을 안심시켰다. 멸망의 기운이 탑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다른 기운과 섞여서 들어와야 하는데 멸망의 기운과 충분히 섞여줄 강한 기운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

꾸엥?!꾸엥!

[아빠 어딨다요?! 꾸엥이 배고프다요!]

분홍 털과 충분히 시간을 보낸 꾸엥이가 세준을 찾기 시작했다. 저녁 시간이 된 것이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세준이 서둘러 일어나 취사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크흠. 요즘 군고구마를 못 먹었는데······

카이저가 세준의 뒤를 따라오면서 혼잣말을 했다. 마치 누구 들으라는 듯이.

꾸엥!

[아빠다요!]

세준이 취사장으로 가는 길에 꾸엥이가 세준을 발견하고 달려왔다.

"꾸엥이 배고프지? 조금만 기다려. 꾸엥이는 착하니까 잘 기다릴 수 있지?"

꾸엥!꾸엥!

[꾸엥이는 착하니까 잘 참을 수 있다요! 근데 간식 주면 더 잘 참을 수 있다요!]

내가 착한 건 맞지만, 배고파지면 포악해질 수 있으니 간식을 내놔라. 맹슈의 말은 잘 해석해야 했다.

"그······ 그래."

세준이 창고에서 보늬밤 한 움큼을 꺼내 꾸엥이의 앞발에 올려줬다.

오물오물.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 이제 잘 기다릴 수 있다요!]

꾸엥이가 한 번에 세준이 준 보늬밤의 절반을 입에 넣고 궁둥이를 흔들며 둠칫둠칫 춤을 췄다. 맛있는 걸 먹고 기분이 좋을 때 나오는 맹슈의 행동. 대신 그만큼 더 빨리 배고파진다. 서둘러야 했다.

쏴아아.

세준이 서둘러 냄비에 물을 담아 불에 올리고 유물 :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을 사용해 쌀가루 5kg을 얻어냈다. 그리고 빠르게 반죽을 하고 백설기를 찌기 시작했다.

다다다.

이어서 새로운 냄비에 로커스트 고기와 야채들을 썰어 냄비에 쏟아붓고 끓였다.

"휴우. 이제 생선만 구우면 되나?"

세준이 숨을 돌리고는 생선을 나뭇가지에 꽂아 불에 굽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선구이가 잘 익도록 뒤집어 주면서 틈틈이 파 이파리로 고구마를 감싸 불에 넣어 카이저의 군고구마도 만들었다.

그렇게 바쁘게 세준이 움직이는 동안 취사장 안의 음식 냄새가 밖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삐익!

우끼!

토끼와 원숭이들이 취사장 주변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며칠 만에 먹는 세준의 요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들어와서 이것부터 먹어."

세준이 방금 만들어진 생선구이를 토끼와 원숭이들에게 나눠줬다.

"맛있다냥! 이 생선구이는 만점 주겠다냥!"

물론 세준의 옆에 있던 테오도 맛있게 먹었다.

그사이 세준은 완성된 떡을 냄비에서 빼서 김을 빼고 수프를 푸며 최종 보스를 상대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꾸엥!

[꾸엥이 이제 못 참는다요!]

때마침 포악한 맹슈가 되기 직전인 꾸엥이가 취사장 안으로 들어왔다.

"자. 꾸엥이 님, 여기 앉으시죠."

세준이 꾸엥이의 의자를 빼며 웨이터 역할을 하자

꾸헴!꾸엥!

[엣헴! 요리사가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을 갖고 온다요!]

꾸엥이도 바로 손님 역할을 하며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다. 세준이 서둘러 준비한 음식들을 꾸엥이 앞에 놨다. 첫 번째 음식은 접시에 담긴 케이크 크기의 백설기.

꿀렁.꿀렁.꿀렁.

거기다 필살기로 백설기 위에 꿀 3꿀렁을 부어 단맛을 추가했다.

꾸엥!

[맛있겠다요!]

꿀이 부어지자 환호하는 맹슈. 단숨에 최종 보스에서 귀여운 꾸엥이로 돌아왔다. 그렇게 꾸엥이를 만족시킨 세준. 이어서 수프와 생선구이까지 꾸엥이 앞에 놨다.

"이제 나도 먹어볼까."

세준이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저녁 식사가 끝나자

"빨리 설거지를 끝내는 거다냥! 꾸엥이 더 깨끗이 닦아라냥!"

일을 끝내고 빨리 세준의 무릎으로 돌아가고 싶은 테오의 지휘 아래 동물들이 냄비와 먹은 그릇들을 설거지했다.

후릅

그런 동물들을 보며 세준이 여유롭게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정말 잠깐의 꿀 같은 휴식 시간이었다.

그때

삐익!

아빠토끼가 세준에게 다가왔다.

"왜? 무슨 일 있어?"

삐익!

[무, 배추, 오이를 수확할 때가 됐어요!]

세준의 물음에 아빠토끼가 대답했다. 전에 심었던 농작물들을 수확할 시기가 되자 아빠토끼가 세준에게 계속 길러 씨앗을 채종할지 아니면 수확할지 물어보러 온 것이다.

"그래? 일단 가보자."

세준이 아빠토끼와 함께 농작물이 심어진 곳으로 갔다.

"오!"

세준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주렁주렁 열린 오이와 속이 꽉 찬 배추들이었다.

툭.

세준이 먼저 오이 하나를 땄다.

[민첩의 오이를 획득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50을 획득했습니다.]

"민첩 스탯을 올려주나 보네?"

세준이 이름으로 오이의 능력을 유추하며 자세한 옵션을 확인했다. 오이에는 신장의 기능을 좋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오! 맛있다."

우적.

세준이 오이를 간단히 옷에 닦아 베어 물면서 말했다. 시원한 맛과 은은한 단맛이 나는 게 맛있었다.

"자 너도 먹어봐."

세준이 오이의 절반을 잘라 아빠토끼에게 주고

서걱.

다음 먹거리인 배추의 밑동을 잘랐다.

[바람의 배추를 획득했습니다.]

···

..

.

"바람의 배추?"

신기한 이름에 새준이 배추의 옵션을 확인했다.

[바람의 배추]

탑 안에서 자란 배추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농사에 익숙한 농부가 재배해 배추의 단맛이 강화됐습니다.

섭취 시 바람 속성 친화력이 일시적으로 조금 상승합니다.

장복하면 중급 이하의 바람 속성 관련 재능을 개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90일

등급 : B

"오! 이건 좋은데?!"

바람 속성을 사용하는 마법사들에게 인기가 있을 농작물이었다. 이오나의 마탑에 비싸게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세준이 이오나에게 얼마에 팔까 고민하고 있을 때

삐익.

아래에서 소리가 들렸다.

"응?"

세준이 소리가 나는 곳을 보자 아빠토끼가 세준이 들고 있는 배추를 간절하게 바라봤다. 맛있게 보였나 보다.

뿌득.

"자."

세준이 배추 이파리 하나를 잘라 아빠토끼에게 줬다.

삐익!

[감사합니다!]

아사삭.아사삭.

아빠토끼가 감사를 표하고는 정신없이 배추 이파리를 먹기 시작했다.

뿌득.

우적.우적.

세준도 배추 이파리 하나를 잘라 맛을 봤다. 오이보다 더 단맛이 났다.

"무도 먹어봐야지."

쑤욱.

세준이 배추를 먹으며 옆에 있는 무의 줄기를 잡아 뽑았다. 세준의 종아리만 한 거대한 무였다.

[체력의 무를 획득했습니다.]

...

..

.

옵션을 보니 체력의 무는 폐의 기능을 좋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사각.사각.

"자."

세준의 무를 깎아 아빠토끼와 한 조각씩 나눠 먹었다.

아삭.

무를 씹자 아삭한 식감과 함께 달고 시원한 맛이 느껴졌다. 시원한 무가 들어간 뭇국과 얼큰한 매운탕이 저절로 그려졌다.

"맛있겠다."

세준의 입에 침이 고였다.

그때

"꾸엥아 저기 박 회장이 혼자 뭐 먹는다냥!"

꾸엥이를 타고 세준을 찾고 있던 테오가 세준을 보고 소리쳤다.

그리고

꾸엥!

[아빠 혼자 뭐 먹는다요?!]

테오를 등에 태운 꾸엥이가 세준을 향해 맹렬히 달려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오이, 배추, 무 모두 단맛이 그렇게 강하지 않았기에 꾸엥이는 맛을 보고는 금방 관심을 끊었다.

"테 부회장, 무 20개랑 오이 100개는 봇짐에 챙겨둬."

"알겠다냥..."

세준은 테오에게 오이와 무를 봇짐에 담으라고 지시했다. 나머지는 기다렸다가 채종할 생각이었다.

이렇게 세준이 테오에게 따로 농작물을 챙기게 한 이유는 조만간 테오를 내려보내 헌터들과 거래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슬슬 테오도 다시 일할 때가 됐다.

"냐앙······."

그걸 아는지 테오가 시무룩해졌다.

"테 부회장, 기운 내. 이제 금방 다녀올 수 있잖아. 어차피 나도 다시 내려갈 거고."

세준도 탑 49층에 심은 하늘에 닿는 콩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내려가야 했다. 내려갈 때는 테오 혼자 내려가지만, 올라올 때는 탑 40층에서 탑 49층까지만 이동하면 된다.

빨리 움직이면 1시간 안에도 갈 수 있는 거리.

"푸후훗. 알겠다냥! 이제 자러 가자냥!"

생각보다 세준의 무릎과 오래 떨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은 테오가 다시 활기를 찾았다.

***

하얀 탑 관리자 구역.

켈리온은 오자마자 각 층의 수장들에게 최근에 나타난 수상한 존재가 있는지 보고하게 했고

"최근 헌터들 중 손이나 이마에 자색 수정을 이식해 다니는 존재들이 나타났다고?"

수상한 존재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리고 자색 수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켈리온은 그것이 멸망의 12사도 중 11좌의 위치에 있는 온몸이 자색 수정으로 이루어진 파멸의 수정거인 바이올렛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내가 직접 확인하겠다."

켈리온은 직접 수장들이 수상한 존재들의 아지트가 있다는 지역으로 가서 사실을 확인했다.

이미 켈리온이 등장한다는 것만으로 그곳을 몰살시키겠다는 의미. 켈리온은 다른 존재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렇게 켈리온이 등장해 기운을 뿜어내는 것만으로 근처에 있던 모든 존재들이 죽었고

-오랜만이구나. 켈리온.

파멸의 수정거인 바이오렛의 파편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멸망의 사도의 기운이 담긴 파편이기에 켈리온은 가볍게 처치했다.

땡그랑.

멸망의 사도 바이올렛의 파편을 처치하자 자색 코인이 떨어졌다.

"우리 탑에 멸망의 사도가 다섯이나 있었다니······."

켈리온은 수상한 지역을 다 들렸고 그 과정에서 얻은 5개의 자색 코인을 보면서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멸망의 사도들이 탑에 침투하고 있었다.

그리고

-크크크. 우리가 왜 탑에 들어오냐고? 당연히 탑의 파멸을 위해서다!

그들의 목적은 탑의 파멸. 멸망의 사도들은 블랙문이 열릴 때의 싸움에 앞서 탑을 먼저 파괴하려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