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장. 무릎을 꿇다
류의가 막 앞으로 나서 훈계하려 할 때, 진운서가 손을 뻗어 그녀를 가로막았다. 그녀를 향해 분부하는 진운서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싸늘했다.
“가서 문지기 집사를 불러오너라.”
사동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 이런 평범한 옷을 입은 여인이 뭐라고 집사를 불러온단 말인가? 그녀의 옷차림은 자기 집 아가씨가 입은 것만도 못했다. 아니, 심지어 이낭이 낳은 다른 세 아가씨와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사동이 어이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눈이 삐어서 길을 제대로 보지 못해놓고선, 사과도 하지 않고 거들먹거리기나 하다니. 내 적잖이 살았지만, 너처럼 오만한 여인은 난생 처음 본다! 게다가 집사들은 지금 모두 이방 부인께 가 있다고.”
류의는 화가 치밀어 올라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그런데 왜 아가씨께선 호통을 치지 않으시는 걸까? 류의는 심지어 저놈의 배를 깔고 앉아서 흠씬 때려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때 그녀는 순간 아가씨의 눈동자를 스치고 지나간 날카로운 빛을 발견했다. 아가씨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싸늘한 눈빛으로 사동을 응시하자, 방자하게 굴던 그는 그 눈빛을 보곤 몸을 살짝 움츠렸다.
‘왜…… 왜 저런 눈으로 사람을 보는 거야? 그런다고 누가 겁먹을 줄 알고!’
사동은 진운서의 눈빛에 담긴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리고 그녀의 몸을 위아래로 훑기 시작했다. 아까 그는 이 여인을 제대로 보지 못했었는데, 그저 자신의 앞을 막은 여인이 수수한 차림새를 하고 있기에 성질대로 욕을 내뱉은 것뿐이었다.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사동은 발바닥에서부터 한기가 솟구쳐 올라 온몸에 번지는 것만 같았다.
‘어쩜 이렇게나 아름다울까!’
진운서의 뽀얗고 부드러운 피부와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를 발견한 그는 기고만장하던 태도를 순식간에 누그러뜨리고, 헤벌쭉 웃으며 그녀의 신분을 물어보려 했다. 그런데 그때, 진부의 하인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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