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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장. 풍문

273장. 풍문

두 사람은 나란히 사황자부 안으로 들어갔다. 길 양쪽으로는 엄숙한 얼굴을 한 시위들이 좁은 간격으로 빽빽하게 서 있었다.

“어머나!”

두 사람이 큰길의 모퉁이에 이르렀을 때, 맑고 가녀린 목소리가 귓가에 닿아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길 위에 쓰러져 있는 한 여인을 발견했다.

두 사람을 발견한 여인은 당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몸을 움직여보았다. 그러나 발목이 부은 탓에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소근언은 곁눈질도 하지 않고 곧장 돌아서려 했다. 그런데 가냘픈 손이 불쑥 뻗어와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소 총통, 소녀가 그만 발목을 삐고 말았습니다. 혹시 소녀를 업고 가주실 수 있을까요?”

여인의 눈빛은 비에 젖은 배꽃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가련해 보였다. 그러나 소근언은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즉각 거절했다.

“싫다.”

그는 여인의 손에 잡힌 옷자락을 거세게 잡아당긴 후, 단호하게 뱉은 두 글자만을 남기고서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 갔다.

그의 옷자락이 손가락 끝에서 미끄러지듯 빠져나가 손이 텅 비어버리던 그 순간, 여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가면 안 돼!’

그녀가 다시 손을 뻗으며 소근언을 부르려 할 때, 위엄이 서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봐라. 이 여인을 당장 쫓아내라.”

잠시 멍해졌던 여인이 곧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 소인이 잘못했습니다. 부디…….”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르르 나타난 병사들이 그녀의 팔을 양쪽에서 잡고 질질 끌고 갔다.

여인은 발목을 다쳤다는 사실도 잊은 채 거세게 발버둥 쳤다.

“총통, 소인이 이런 저급한 수를 써서는 안 되었습니다. 부디 소인을 용서해 주세요!”

하지만 이 외침을 끝으로 질질 끌려가던 그녀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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