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6화. 매화꽃 시회 (1)
“네가 아무리 잘해줘도 모르는 사람 때문에 스스로 그렇게 괴롭히지 마. 이 방에 탕약 냄새가 이리도 진한 걸 보니 안 봐도 네가 쓴 약을 얼마나 먹었는지 알 것 같네. 얼마 전 큰 눈이 내린 뒤로 내내 추웠는데 간만에 참 좋은 날씨야. 벌써 다들 뒷산에 매화 구경을 하며 뭐 논시회(论诗会)까지 열렸다던데? 엄청 시끌벅적하다더구나.”
“염 오라버니 바쁘시지 않아요? 황성 사람들도 다 한가한가 보네요.”
“백부님 장례도 지나고, 천경 형님도 잘 보내드렸고, 올해 과거 시험은 내 소관이라 좀 바쁘긴 한데 연말에 시작하니 아직 시간적 여유가 많아. 하루 이틀쯤은 한가롭게 보내도 괜찮아.
도성 사람들도 그간 다 답답했는데 지금 날씨가 엄청 좋잖아. 화려한 옷은 입을 수 없어도 매화 감상하고, 시를 읊는 데는 아무 지장도 없지. 계속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로 살다간 다들 너처럼 아플 수도 있어.”
“좋아요. 그럼 가요.”
“대신 옷도 많이 입고, 겉엔 내가 준 피풍을 둘러. 난로 가지고 가는 것도 잊지 말고. 이제 막 낫기 시작했으니 찬바람을 맞으면 안 돼. 말 보단 마차를 타고 가자. 그게 낫겠다. 대문 앞에 이미 내 마차 세워뒀어.”
능련과 이설도 천월이 기분전환으로 바깥나들이를 간단 말에 크게 기뻐하며 서둘러 짐을 챙겨줬다.
천월은 아직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안색이긴 했지만, 그래도 영 못 봐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자색 피풍을 두르니, 햇살 아래 아리땁고 가냘픈 자태가 어김없이 또 눈부시게 빛났다.
* * *
운 왕가 앞엔 그리 화려하지 않은 마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야경염은 휘장을 걷어준 뒤, 천월이 먼저 올라갈 수 있게 해줬다.
그 순간, 천월은 또 용경이 생각났다. 용경은 매번 마차를 탈 때면 늘 먼저 올라간 다음, 천월의 손을 잡고 그녀를 끌어주었었다. 천월은 한숨을 한번 쉰 뒤 마음을 가다듬고 마차 끝 쪽을 살짝 짚고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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