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막을 내린 연극 (3)

77화. 막을 내린 연극 (3)

다른 주인에게 양도할 수 있다는 조항은 인신매매 업자에게 팔 수 있다는 조항과 달랐지만, 본질적으로 비슷했다. 이런 각주가 붙어 있었다.

‘구수운의 전체적인 판단 아래, 재력과 권력이 상당한 자와 묵자의 가치를 교환할 수 있다. 그 가치는 쌍방이 모신 덕망 높은 인물 셋이 정당성 여부를 판단한다. 세 사람이 모두 정당하다고 판단하면 묵자는 양도에 이의를 표할 수 없다. 한 사람이라도 정당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면 양도할 수 없다. 두 사람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면 묵자의 노비 문서는 효력이 사라진다.’

구수운이 마지막 조항을 읽을 때, 묵자는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한 번만 양도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덧붙이긴 했지만, 구수운이 독심을 품고 그녀를 미치광이에게 팔기라도 하는 날에는 인생이 끝나는 것이었다.

게다가 덕망 높은 인물 셋의 정의도 굉장히 모호했다. 게다가 묵자가 아닌 쌍방이 모시는 것이니, 그들이 은자를 써서 수작을 부릴 수도 있었다.

묵자가 기절한 사이, 이 문서는 보증인을 찾고, 관아에 넘겨져, 직인이 찍혔다. 원본은 구수운이 보관하고, 계약서의 사본과 구수운의 호적 아래 묵자의 이름을 넣은 호적 사본은 묵자에게 주어졌다. 행여나 신분이 불분명한 사람으로 내몰려서 억울한 옥살이를 할 수도 있기에, 묵자는 외출할 때마다 이 문서들을 들고 다녀야 했다.

이 시대에는 관아를 매수하고 호적과 신분을 위조하는 게 가능했다. 다만 묵자처럼 배경도, 인맥도 없는 과거가 불분명한 난민들은 문서 위조가 쉽지 않았다. 더구나 대주국은 노비를 관리하는 법률이 매우 엄격하기에, 관아의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 주인이 먼저 속량해주지 않으면 아무리 도망쳐도 노비의 신분을 벗어날 수 없었다. 추노꾼에게 잡히는 날에는 그야말로 죽느니만 못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