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4화. 뱃멀미를 하다니
묵자는 흙을 파서 꽃을 심기 시작했다. 묵자는 멀지 않은 곳에 피어있던 야생 작약을 옮겨와서 무덤 앞에 빽빽하게 심을 요량으로 이렇게 말했다.
“왕양도 분명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을 거예요. 안 그랬다면 제 어머니의 이름을 꽃 이름으로 짓진 않으셨겠지요.”
찬진이 서둘러 꽃삽을 낚아채며 말했다.
“제가 하겠습니다.”
“얼른 기를 끌어내서 내상이나 치료하세요. 꽃 심을 줄도 모르면서 걸리적거리지 마시고요.”
묵자는 두록에게 겉핥기 정도는 배운 것이 있었다.
“왔네요.”
찬진이 말했다.
묵자는 그렇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지 이렇게 말했다.
“오면 오는 거죠. 그들이 급하게 재촉한다고 해도 어쨌든 제가 꽃을 다 심어야 갈 수 있으니까요.”
해야 할 일은 다 했다. 원수들은 한꺼번에 다 깔끔하게 처리했고 더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이 출몰하지 않을 것이다. 묵자는 자신이 지금 점점 더 침착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뒤에서 아무 기척이 없자 묵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눈앞에 검은 형체가 확 나타났고, 잠시 후 묵자는 따뜻하고 온화하고 익숙한 품에 안겨있었다.
“원징?”
뜻밖이었지만 빠르게 알아차리고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명년이 그 새 소식을 전했나 보네요. 이 녀석, 어떻게 일의 가볍고 무거움과 급함과 급하지 않음도 구분하지 못해요? 돌아가면 제대로 교육해야겠어요.”
원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팔로 묵자를 꽉 끌어안아 조금은 모질다 싶은 복수를 했다.
“아파요.”
묵자의 아프다는 소리에 원징은 마음이 약해져서 길게 탄식하며 이렇게 말했다.
“묵자, 교육받아야 하는 건 당신이야, 명년이 아니고.”
묵자가 작게 앓는 소리를 내더니 그의 품속에서 고개를 들며 이렇게 말했다.
“왜요?”
“찬진만 데리고 이렇게 나와서 숨겨진 보물을 찾아 나서다니. 내가 당신을 남덕국 도성으로 안 데려갔다고 이렇게 혼자 특별한 일을 찾아서 벌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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