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7화. 혼례 (4)
“서방님이 오셨어?”
고근유가 벌떡 일어서는 바람에 손 부인은 미처 너울을 씌워주지 못했다.
손 부인은 흠칫 놀라더니 말했다.
“고 아가씨, 먼저 앉아 계셔요. 신랑은 이렇게 빨리 오지 않을 거예요. 아직 길시(*吉時: 좋은 때)도 안 되었어요.”
고근유는 자신의 실태를 의식하고는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춘류, 가봐.”
“네, 아가씨.”
춘류가 밖으로 나갔다가 바로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어두운 안색으로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죄 없는 손수건만 꽉 잡고 있었다.
조금 전에 고근유가 갑자기 일어서는 바람에 봉관(鳳冠)이 흐트러져 손 부인이 다시 봉관을 만져주고 있었다.
고근유는 춘류를 흘깃 쳐다보고 물었다.
“왜? 할 말이 있으면 어서 해. 우물쭈물하지 말고.”
징 소리와 북소리가 점점 더 크게 울렸다.
춘류가 뭐라고 말을 한마디 했으나 밖의 소리에 눌려 들리지 않았다.
고근유는 혼례를 맺는 날이니 화를 내지 말고 좋은 기분을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크게 말해봐.”
그녀가 재촉하자 춘류는 목소리를 조금 높여 다시 한번 말을 반복했다.
“밖에 온 사람은 권 삼야(三爺)가 아니고…… 경…… 경성의 소후야입니다.”
신랑이 온 것이 맞긴 하나 고근유의 신랑이 아니라 고교의 신랑이었다.
고근유는 주먹을 꽉 쥐었다.
출발하기 전까지 아직 한 시진이나 남았는데 소현이 시간을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멍청해서 일부러 일찍 온 건 아니겠지?
시골에서부터 부부였는데 처음 혼례를 맺는 것처럼 행동할 필요가 있나?
“아가씨, 움직이지 마세요.”
그러나 손 부인의 말은 이미 늦었다.
고근유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떠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봉관에 걸렸고, 그녀는 아파서 찬 공기를 들이마셨다.
손 부인은 십전부인으로 산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심각한 일은 아니었지만 길한 조짐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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