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안목 (1)
한참 후에 대문이 열리고 스무살 안팎으로 보이는 피부가 창백한 청년이 한 손에 책을 쥔 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눈이 거의 책에 달라붙을 지경이었다. 그는 한 손으로 문을 눌러 지탱하고 서서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누굴 찾으십니까?”
너무 몰입한 거 아닌가. 도순흠은 내심 절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육함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형님, 저예요.”
그 청년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그는 별로 크지 않은 눈으로 한참 동안 육함을 바라보고 나서 비로소 누군지 알아보았다.
“돌아왔구나? 어머니께서 부엌에 너희들 밥을 남겨 두셨어.”
그리고 곧 눈을 가늘게 뜨고 목을 길게 빼며 도순흠을 바라보았다.
이 고씨 가문 책벌레가 책을 읽느라 눈이 멀었나 보군? 도순흠은 손가락 두 개를 갖다 눈꺼풀을 위아래로 벌려 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가까스로 웃음을 참았다.
“자네, 혹시 날 기억하나?”
이 고씨 가문 책벌레의 이름은 고검덕(顾俭德)이었다. 예전에 고씨 가문의 부인이 도씨네 집에 와서 바느질 일을 한 적이 있어 그는 당연히 도순흠을 알고 있었다. 그는 목소리를 듣고도 아직 미심쩍은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인사를 했다.
“도 대노야셨군요,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그는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는지 얼굴색이 확 변했다. 그러더니 무의식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뒤로 숨기며 불만스러운 눈길로 육함을 바라보았다.
“육함, 너…….”
육함은 그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재빨리 웃으며 말했다.
“안심하세요, 전 그저 물건을 좀 가지러 왔을 뿐이에요. 한동안 여기서 지낼 거예요.”
고검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장수에게 지시했다.
“물을 좀 끓여서 네 주인 대신 손님을 대접하거라. 난 책을 좀 읽어야 해서…….”
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개도 들지 않고 책만 바라보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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