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화. 증오
석양이 지자 저녁노을 빛이 온 하늘을 덮었다.
이때, 조용했던 영종 광장에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더니, 장터라도 된 듯 왁자지껄해졌다.
광장 중앙에 놓인 단로 앞에 한 젊은 사내가 서 있었다. 그는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턱을 높이 치켜들고서 시종일관 웃고 있었다.
천계존자와 광장을 찾은 고약운을 그 젊은 사내를 보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존자, 저 사람입니까?”
고약운의 눈동자에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나갔다.
눈앞의 저 사내는 바로 곤남이었다.
신의 시험에 나타나 시운을 구하려 했으며, 영종에서 자리를 얻고자 오라버니를 모함했던 바로 그 사내.
그런데 못 본 사이 곤남의 몸은 그새 다 회복되어 있었다. 저번에 그에게 먹인 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고약운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저 사내에게서 익숙한 향이 났다. 그 향을 맡은 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떠올렸다.
‘……시운? 시운의 기운을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군. 만약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저 남자의 몸을 고쳐준 사람은 바로 시운의 몸을 조종했던 그자일 거야. 시운을 만들어낸 사람이자…… 자사를 봉황알로 만든 원흉.’
자사를 떠올린 고약운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곧이어 그녀의 몸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가 퍼져 나왔다.
천계존자는 그녀의 살기를 똑똑히 느끼곤 의아한 눈빛으로 한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건지 나도 모르겠다. 곤남 저놈은 분명 신의 시험에서 너희들에게 당해 힘을 잃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멀쩡해지더구나.
운아, 네가 저놈과 원한이 있다는 건 나도 알지만, 지금은 복수할 때가 아니다. 복수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고약운은 그 말을 들으며 살기를 천천히 거두었다. 광장 한복판을 차분히 바라보던 그녀의 낯빛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운아, 저 높은 의자에 앉은 사람이 보이느냐? 저 사람이 바로 영종 종주다. 그 옆에 있는 건 곤남의 스승인 영상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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