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화. 회임
평왕은 불억루를 나오자마자 왕부에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숙비에게로 향했다.
“어디서 왔길래 그리 지친 모습이냐?”
숙비가 평왕을 아래위로 살펴보며 요즘 갈수록 아들의 행동을 헤아릴 수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예전엔 명절 외엔 거의 찾아오지 않던 아들이 최근엔 아무렇지 않게 얼굴을 비췄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기뻐했지만 갈수록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평왕이 숙비와 함께 안방으로 들어가 시종들을 내보내고는 숙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화 귀비와 태자에 대해 얼마나 아십니까?”
숙비의 표정이 갑자기 굳었다.
“진아,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평왕이 숨을 깊게 들이쉬고 뒤집히는 속을 애써 가라앉히며 물었다.
“모비께서 제 다리를 다치게 한 일, 화 귀비로부터 저를 지키기 위함이 아니었습니까? 그럼 무슨 일인지 알려주십시오. 도대체 무슨 일이었기에 그리도 놀라시는 겁니까?”
평왕의 물음에 숙비는 복잡한 표정으로 한참을 침묵하다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진아, 이미 지나간 일 아니냐. 지금 물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느냐?”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평왕이 차갑게 웃었다.
“이 다리를 희생할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왜 오황자와 육황자는 멀쩡한데, 저만 이런 일을 겪은 겁니까?”
“진아!”
아들의 질책에 숙비는 가슴이 칼에 베이는 듯 아파졌고,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몰라 결국 한숨을 쉬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네 다리는 어차피 나을 수 없어. 알아봤자 도움 될 것 없다.”
“아니요, 아들의 다리가 이 꼴이기 때문에 사실을 알아도 괜찮은 겁니다. 어차피 평생 한가로운 왕야 노릇이나 할 텐데,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 눈을 감을 수야 있겠습니까?”
평왕의 말에 숙비는 마음이 약해졌고 속으로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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