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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테오아칸 방어전(3).

186. 테오아칸 방어전(3).

비공정에서 내린 암 드로운이 검을 뽑았다.

주변을 경계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지난 몇 개 월간 함께 훈련한 거신 기사들이 있었다.

지옥 같은 훈련을 버틴 자들이었지만, 다들 긴장한 눈빛이다.

자신들은 별동대!

최종 보스를 죽이기 위한 자살 특공대였으니 그럴 수밖에.

"검을 들어라!"

암 드로운의 명령에 거신 기사들이 검을 들었다.

"대형을 넓혀라!"

척척척!

기사들은 훈련받은 대로 자리를 넓게 잡았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위엔 검게 타버린 괴수 시체가 가득했고,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우리는 기사다! 기사는 주군의 명을 받는다!"

"끼이이아!"

암 드로운은 포탄에 쓰러진 동료 괴수를 밟고, 다가오는 괴수를 쳐다봤다.

놈들은 거침없이 달려오고 있었다.

자신들의 임무는 하나였다.

"주군의 명이다! 괴수를 통과시키지 마라!"

"하아!"

암 드로운이 한 손으로 방패를 다른 손으론 검을 겨눴다.

휘잉! 퍼엉!

콰앙! 화아아아!

그때 하늘에서 비공정에 탄 서리 오크 해병대들이 포탄을 던져 달려드는 괴수들을 공격했다.

엄호 포격에 괴수들이 쓰러졌다.

하지만 거대 괴수들은 포탄을 뚫고, 기어이 거신 기사들 앞까지 달려왔다.

"죽여라!"

"와아아아!"

암 드로운이 코앞까지 다가온 거미 괴수를 향해 방패를 휘둘렀다.

"얼음 방패!"

콰앙!

두꺼운 얼음 방패에 맞은 거미 괴수가 충격에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뒤이어 암 드로운의 검이 찔러졌다.

쉐엑! 푸우욱!

"끼이이아!"

15미터 크기의 거대 거미가 그대로 절명했다.

쾅! 콰콰쾅!

다른 거신 기사들도 거대 괴수를 맞아 싸웠다.

그들은 모래사막에서 늘 훈련했기에 이 장소는 익숙했다.

"단 한 놈도 지나가게 하지 마라!"

암 드로운이 또 다른 거대 거미를 공격해 몸을 반으로 잘랐다.

자신은 원래 타일러 주군과 함께 가장 위험한 임무인 대군주와 괴수 군단장을 공격해야 했다.

하지만 타일러 주군은 자신에게 거신 기사들과 함께 괴수의 접근을 막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주군은 내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건가?'

암 드로운은 여왕개미와 싸울 때, 큰 활약을 하지 못했고 상처를 입고 기절까지 했다.

나중엔 힘을 합쳐 여왕개미를 죽이고 분신인형이 됐지만, 그는 그날 자신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자신은 늘 주군과 함께 움직였는데, 지금은 그 자리를 말도 못 하는 드라우켄과 괴수 꼭두각시 인형들에게 빼앗겼다.

아무래도 주군은 그들을 더 신뢰하시는 것 같아 씁쓸했다.

그러니 더 열심히 싸워야 했다.

자신은 주군의 오른팔이었고, 다시 그 자리를 찾아야 했다.

[트라스의 개는 괴수들을 막아라!]

마키아스 단장과 30기의 오리지널 기간트 기사들은 거신 기사단 반대편에 자리를 잡았다.

자신들의 임무는 하나였다.

타일러 주군와 마법병단이 거신 괴수 군단장과 대군주를 죽일 때까지, 괴수들의 접근을 막는 것!

쾅! 콰콰쾅!

하늘에서 비공정이 달려드는 괴수를 폭탄으로 휩쓸었다.

하지만 그 틈을 비집고, 자기 몸보다 더 거대한 턱을 가진 거대 곤충 괴수들이 달려왔다.

[괴수를 죽여라!]

[이야!]

마키아스의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가 괴수의 턱을 피해 몸을 숙이더니, 검으로 거대 괴수의 배를 찔렀다. 그리고 그대로 배를 갈랐다.

괴수는 뒤집힌 채로 내장을 쏟으며 죽었다.

마키아스가 외쳤다.

[우리가 이곳을 지켜야 주군께서 거대 괴수를 죽일 수 있다! 무조건 막아라!]

마키아스는 얼마 전에 발레리온 공국의 백작이 됐다.

그리고 자신이 단장으로 있는 트라스의 개 기사단은 주군과 늘 함께 움직이는 최정예 기간트 부대가 됐다.

게다가 제국의 영웅이라 불리며, 황제를 구해 최고의 훈장을 받은 라이너와 후버, 크리스티나, 브라운 같은 최고의 기간트 기사들을 부하로 두었다.

물론 기사단 서열전을 통해 모두 자신이 눌러버렸다.

그리고 지금도 실력을 쌓아서 자신에게 도전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모두 쟁쟁한 실력을 갖춘 기사들이었고, 특히 서열 2위인 라이너는 한 시간 안에 승부를 낼 수 없을 정도로 강했기에 늘 긴장하고 있었다.

자신은 가디언 제국 출신.

자기 뜻과 상관없이 가문 전체가 반역자가 되었고, 대수림의 전진 기지나 발굴지에서 순찰이나 하다가 쓸쓸하게 죽었을 운명이었다.

그리고 타일러 주군을 만났다.

그는 발굴기지의 마장기 기사들을 모두 죽였고, 자신 역시 사로잡혀 죽을 운명이었다.

그런데 주군은 날 살려주었다.

그리고 내 능력을 인정해 기간트에 탈 수 있게 해주었고, 기사단의 중책까지 맡겼다.

'이곳은 무조건 막는다!'

[괴수를 막아라!]

촤악! 촤악!

마키아스는 이를 악물고 달려드는 거대 괴수를 베어 넘겼다.

그러니 이젠 자신이 증명해야 했다.

자신이 주군에게 필요한 존재인지.

그는 오늘 누구보다 열심히 괴수를 죽였다.

"마법을 준비해라!"

알리사 엘가와 거신 마법사들은 비공정에서 내리자마자, 마법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자신과 마법병단의 마법사들은 지난 몇 개월간 괴수의 위협도 없고, 평화롭고 안전한 발레리온 영지의 호숫가에서 심신을 쉬면서 마법을 수행했다.

마법이란 것이 극단적인 전투 상황에서 실력이 더 빨리 늘지만, 너무 혹사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었다.

특히 정신적인 면이 중요했기에 다른 고민 없이 오로지 마법만 연습하다가 돌아왔기에 심신이 매우 안정된 상태였다.

그러니 이제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줄 때였다.

그때 몸을 웅크려 화염 공격을 막아낸 대군주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주문을 준비하는 마법사들을 발견했다.

"그어어어!"

대군주는 괴성을 지르더니, 거대한 검을 들곤 마법사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쿵쿵쿵!

"침착해! 마나를 모아!"

마법사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주문을 외웠다.

20미터나 되는 대군주가 성큼성큼 달려오더니, 알리사의 지척에서 거대한 몽둥이를 높이 들었다.

알리사가 바닥을 향해 손을 뻗었다.

"프로즌 필드!"

쩍! 쩌쩌쩍!

땅이 얼어붙더니, 곧장 대군주의 다리를 휘감았다.

"크릉?"

순식간에 대군주의 하체 절반이 얼음이 뒤덮였다.

알리사의 장기인 빙결 마법이었다.

대군주는 당황해 발을 빼려 했지만, 그녀가 계속해서 냉기를 쏘아내고 있었기에 꼼짝할 수가 없었다.

"마법병단이여! 마법을 발사하라!"

알리사가 소리치며 몸을 옆으로 날렸다.

그러자 20명의 마법사가 일제히 마법을 쏘았다.

"파이어 볼!"

"플레임 블라스터!"

"파이어 버스트!"

펑! 화르르! 화르륵!

화아아아아!

거센 화염이 쏟아지고, 바닥에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쿠아아아아!"

대군주는 끔찍한 괴성을 지질렀다.

거신 마법병단의 마법이 대군주에게 일제히 작렬하자, 몸이 녹아내리고, 살점이 터져나갔다.

곧 모든 마법 효과가 사라지고.

"끄어어어!"

대군주는 고목이 쓰러지듯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쿠우웅!

S급 괴수인 대군주가 죽었다.

커다란 마법 지팡이를 든 릴리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 우리가 괴수를 죽였다."

알리사가 일어서며 소리쳤다.

"다음 마법을 준비해라!"

"네!"

그때였다.

"끄어어어!"

또 다른 대군주가 마법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문제는 다시 마법을 펼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다.

'모두 공격해라!'

[주군의 명령이다! 괴수를 죽여라!]

기이잉! 쿵쿵쿵!

막 비공정에서 내린 자동인형이 탄 십여 기의 기간트가 대군주를 공격했다.

그리고 다른 기간트들은 괴수 군단장을 향해 달렸다.

난 드라우켄과 대군주 꼭두각시를 인형의 집에서 꺼냈다.

"크아아앙!"

몸길이가 40미터나 되는 드라우켄이 먼저 거대 지네를 덮쳤다.

드라우켄은 억센 네 다리로 거대 지네의 등에 올라타서 이빨로 마구 공격했다.

하지만 지네 괴수의 등은 너무나도 단단했다.

그리고 대군주(lv.11) 꼭두각시는 검을 들고 군단장 괴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아!"

부웅! 태앵!

대군주의 공격을 손쉽게 막은 군단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난 괴수가 신기한 것인지, 아니면 한때 자신의 부하였던 대군주가 자신 앞에 멀쩡하게 나타난 것이 신기한지, 영문을 모를 표정을 지었다.

그사이 난 킹콩인형이 꺼낸 13미터의 퀸급 오리지널 기간트에 올라탔다.

[킹콩, 지네 괴수를 공격해!]

"쿠어어어!"

쿵쿵쿵!

킹콩인형이 자신의 가슴을 두들기더니, 드라우켄과 싸우고 있는 거대 지네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난 웨슬리와 마법인형이 탄 30기의 기간트와 SS급 군단장 거신 괴수를 향해 달렸다.

퍼억! 쿠웅!

SS급 괴수의 발차기에 대군주 꼭두각시가 쓰러졌다.

크기는 같은 20미터였지만, 움직임과 파워에서 대군주 꼭두각시는 거신 괴수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플레임 더스트!]

파파파파팍!

퍼퍼퍼퍼펑!

먼저 마법진을 발동시켜, 주변에 연막탄을 피웠다.

그리고 난 마나를 보는 눈으로 군단장의 움직임을 보며, 마법인형에게 명령을 내렸다.

[웨슬리, 네 앞에 괴수가 있다! 모두 놈을 공격해!]

[네! 주군!]

***

그 시각 테오아칸에서는 앞 공격보다 두 배나 많은 두 괴수 군단을 맞이해 싸우고 있었다.

마르틴이 소리쳤다.

[괴수 따위에게 밀리지 마라! 우린 수많은 전장을 누빈 기사들이다! 버텨라!]

기이잉! 촤악!

마르틴의 우가스가 거대한 낫으로 10미터 크기의 거대 벌레 괴수를 반으로 갈랐다.

그리고 아리칸의 기사들이 있는 힘을 다해 괴수를 죽였다.

하지만 기간트가 죽이는 괴수보다 몰려오는 괴수가 더 많았다.

그나마 앞에 있는 높은 성벽과 거신병들이 괴수를 막고 있었기에 그래도 버틸 수 있었다.

다다다닥! 다다다닥!

5미터 길이의 작은 지네 괴수들이 성벽 안으로 몰려들었다.

기간트가 검을 찌르고 발로 짓이겼다.

그런데!

[전하! 마석 배터리가 부족합니다!]

[배터리를 교체해야 합니다!]

여기저기서 부하들이 소리쳤다.

마르틴이 명령했다.

[크루세이더 기사단부터 뒤로 물러선다!]

앞에서 가장 격렬하게 싸웠던 크루세이더 기사단이 두 번째 성벽의 성문으로 향했다.

그러자 비공정에서 보고 있던 에테나가 무전기로 명령했다.

"하얀 악마 기사단과 발루아 기사단은 성벽 앞으로 나가라!"

두 번째 성벽 뒤에 대기하던 펠릭스 기사단장이 소리쳤다.

[이제 우리 차례다! 성문을 열어라!]

[가자!]

끼이이이이익! 쿠웅!

가운데 성문이 열리고 하얀 악마 기사단과 발루아 기사단의 기간트 200기가 우르르 몰려나갔다.

[이제 우리가 이곳을 지킨다!]

[괴수를 죽여라!]

[와아아아!]

쿵쿵쿵쿵!

발레리온의 기간트들이 괴수를 공격했다.

그리고 크루세이더 기사단과 아리칸의 기간트들은 차례로 성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쿵! 쿵! 쿵!

다들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해치를 열었다.

"아이고 죽겠다!"

"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니까."

아리칸의 기사들은 이미 마나를 너무 많이 사용했다.

쉬면서 마나를 보충하지 않으면, 기간트를 타다가 마나 번아웃 상태가 되어 쓰러지거나 기절할 수도 있었고,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르틴 국왕은 아직 마나가 남아 있었다.

"마석 배터리를 교체하라!"

마르틴이 소리쳤다.

그러자 드워프들이 마석 배터리를 들고 와 기간트의 배터리를 교체했다.

쉬고 있는 기사들을 향해 수인들이 물과 먹을 것을 가지고 왔다.

"고맙소. 잘 먹겠소."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수인들은 기사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기사들은 물과 고기를 씹었다.

마나도 체력이 있어야 채워지는 법이니까.

급하게 식사를 끝낸, 마르틴이 일어서더니 우가스에 올라탔다.

그러자 기사들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마르틴 전하! 조금 더 쉬시지요. 그러다 큰일 납니다."

"괴수를 하나라도 더 잡지 않으면 성벽 위의 수인들이 너무 많이 죽는다. 난 마나가 남아 있으니 전장으로 가는 것이다."

마르틴의 우가스가 일어나더니 성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부하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 국왕님은 정말 못 말리겠군. 나도 한 1시간은 더 싸울 수 있어."

"난 한 40분?"

"젠장, 우리도 가자!"

아직 마나가 조금이라도 남은 기사들은 기간트에 올라탔다.

그리고 마르틴의 뒤를 따라 성문으로 향했다.

마르틴 국왕은 저 멀리 검은 구름이 피어오르는 사막 하늘을 보고 있었다.

자신은 비교적 안전한 성벽 뒤에서 싸우는데, 타일러와 별동대는 사막 한가운데서 수많은 괴수와 싸우고 있었다.

그러니 한가롭게 쉬고 있을 틈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괴수를 죽여, 피해를 줄여야 했다.

'타일러 대공, 무사히 돌아오시오.'

그는 별동대가 성공하기보다 무사하길 빌었다.

***

뿌연 연기 사이로 내 마법인형의 기간트들이 사방에서 검을 찌르며 달려들었다.

"끄아아아아!"

SS급 거신 군단장 괴수가 거대한 검을 휘둘렀다.

부아아앙!

쾅! 콰콰쾅!

[크윽!]

쿵! 쿠쿠쿵!

먼저 달려든 웨슬리와 기간트들이 힘에서 밀리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단 일격에 두 자동인형과 운명의 실이 끊어짐을 느꼈다.

'위험하다! 인형의 집으로!'

거신 괴수의 검에 두 기의 비숍급 기간트가 반으로 잘린 것이다.

[쉴 틈을 주지 마라! 계속 공격해!]

기이잉! 쿵! 쿵!

거신 괴수 뒤에서 달려든 룩급 기간트!

하지만 거신 괴수는 몸을 돌리지도 않고, 뒷발을 찼다.

콰앙!

룩급 기간트는 해치가 완전히 찌그러졌고, 30여 미터나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 순간 안에 탄 자동인형과 운명의 실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난 재빨리 자동인형을 인형의 집에 넣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완전히 실이 끊어져 사라질 뻔했다.

[놈이 공격한다! 막아!]

이번엔 거신 괴수가 기간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187. 두 번째 복제인형.

187. 두 번째 복제인형.

쾅! 쩌억!

SS급 거신 괴수가 검을 휘두르면 기간트가 힘없이 잘렸고, 발로 차면 수십 미터를 날아가 꼬꾸라졌다.

그때마다 운명의 실이 사정없이 잘려 어쩔 수 없이 자동인형들을 인형의 집에 넣어야 했다.

'제길! 왜 이렇게 강한 거야?'

하긴 눈앞에 거신 괴수는 20미터로 크기는 작지만, 여왕개미와 같은 멸망급 괴수다.

쉽게 죽을 리가 없지.

'대군주 꼭두각시 앞에서 공격해!'

대군주(lv.11)가 다시 공격해 들어갔다.

그나마 대군주가 거신 괴수의 공격을 한 번이라도 막을 수 있었다.

'웨슬리! 뒤에서 공격해!'

웨슬리의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가 바로 뒤에서 달려들었다.

그리고 좌우에서 자동인형의 기간트들이 검을 찌르며 공격했다.

'이젠 피할 길이 없겠지?'

부아아!

거신 괴수가 대군주 꼭두각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카아앙!

대군주가 막았지만, 힘에서 밀리며 바닥을 굴렀고, 뒤에서 달려들던 웨슬리의 오리지널 기간트는 거신 괴수의 뒷발 차기에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됐다!'

푸푹!

좌우에서 달려들던 두 룩급 기간트의 검이 거신 괴수의 허벅지와 옆구리를 찔렀다.

놈은 여왕개미처럼 딱딱한 껍질도 없고, 갑옷도 없었기에 검이 박혔다.

"끄어?"

하지만 놈의 실루엣은 날 보며 비릿하게 웃는 것 같았다.

촤악!

쾅! 쾅!

두 기간트의 몸이 반으로 잘리며 날아갔다.

괴수의 괴력에 자동인형을 둘이나 잃었다.

공격에 성공했지만, 놈은 역시 SS급 괴수.

이 정도로는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그리고 연막탄의 연기가 거쳤다.

'연막이 소용없어······.'

놈은 나처럼 마나를 보는지 뿌연 연기 속에서도 내 마법인형의 기간트 움직임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러니 더는 연막을 쓸 필요가 없었다.

[놈을 포위해라!]

기간트들이 거신 괴수를 둘러쌌다.

놈이 탈출하면 더는 기회가 없다.

그런데 거신 괴수는 탈출할 생각이 아예 없는 것 같았다.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네 괴수는?'

내 괴수인형 군단은 그래도 지네 괴수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등에 탄 드라우켄은 몸길이가 40미터에 달했고, 어깨높이가 20미터에 달할 정도로 체구가 거대했다. 지네 괴수는 몸길이가 100미터에 달하지만, 몸 두께는 10미터로 드라우켄의 체격이 더 컸기에 쉽게 뿌리치지 못했다.

그리고 괴조인형이 공중에서 머리를 노리고 계속 공격하고 있었고, 킹콩인형은 지네 꼬리에 매달려 주먹으로 계속 때리고 있었다.

퍼어엉! 화아아아!

화르르르!

"끄아아아아!"

고개를 돌려보니 마법사들의 마법에 대군주가 화염에 휩싸여 고통스러운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내 자동인형의 기간트들이 놈을 막았고, 후방에서 마법병단이 공격한 것이다.

"끄어어!"

하지만 마법 공격이 좀 약했는지, 놈은 죽지 않았다.

[놈을 죽여라!]

[으아아!]

쿠쿵! 쿵!

푹! 푸푸푹!

사방에서 기간트들이 달려들어 대군주의 몸과 다리를 향해 검을 찔렀다.

그리고 자할리 자동인형이 동료 기간트를 밟고 올라가 대군주의 머리를 베어버렸다.

서걱!

쿵! 쿠쿵!

대군주가 쓰러졌다.

[운명의 실타래 레벨이 올랐습니다.]

'잘했어!'

마법인형들이 대군주를 죽이자, 스킬 레벨이 올랐다.

대군주 둘이 죽자, 그를 따르던 두 괴수 군단이 폭주했다.

당장 공격력은 더 흉포해졌으나, 지휘관이 사라졌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괴수들은 구심점을 잃고 흩어질 것이다.

이제 우린 거신 괴수와 지네 괴수만 죽이면 끝난다.

'헛! 인형의 집으로!'

거신 괴수가 달려들어 대군주 꼭두각시를 베어버렸다.

다행히 죽기 전에 인형의 집에 넣었다.

그리고 주변의 기간트들을 거침없이 베어 버렸다.

그 단단한 기간트가 거신 괴수의 검에 무처럼 썰렸다.

그리고 애써 만든 내 자동인형들도 레벨이 초기화하거나 소멸하기도 했다.

벌써 놈에게 소멸한 내 피 같은 자동인형이 일곱이나 됐다.

[마법사들은 거신 괴수를 공격하라!]

알리사와 마법사들이 곧바로 마법 주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몇몇 마법사들은 이미 마나를 다 썼는지,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사방에 괴수들은 더 흉포해져 달려들고 있었고, 암 드로운과 기사들은 더욱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

그리고 비공정에서 더는 포탄이 떨어지지 않았다.

보유한 포탄을 다 쓴 것이다.

'나도 나설 수밖에······.'

내가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었기에 전투를 지휘하고, 나서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마법인형들이 너무 빨리 당하고 있었다.

방금도 거신 괴수의 공격에 기간트 3기가 파괴되었다.

놈이 한번 움직일 때마다 기간트들이 속절없이 당했다.

내가 탄 13미터의 퀸급 기간트는 메제트의 탑(불)에서 가져온 것으로 제국의 위대한 열두 기사인 카디스 렌블럼 후작이 입던 갑옷을 기간트로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이름도 카디스라고 지었다.

'웨슬리, 놈의 시선을 끌어!'

'네!'

웨슬리와 마법인형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러자 거신 괴수도 검을 들고 기간트들을 향해 달렸다.

그와 동시에 나도 카디스를 몰아 놈의 뒤쪽으로 달렸다.

'파이어 스워드!'

파지지직!

붉은 마법진이 검 손잡이 위쪽으로 번쩍였다.

화르르르!

카디스가 들고 있는 대검의 검날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난 계속해서 마나를 공급했다.

워낙 마나를 많이 소모하기에 지금 내 마나량으론 오래 펼칠 수 없는 공격이었다.

"끄어어어!"

부아아앙!

쾅! 콰콰쾅!

[크헛!]

웨슬리의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의 어깨 보호 장갑이 날아가며 쓰러졌고, 옆쪽에 있던 두 기간트의 가슴과 해치가 잘리며 쓰러졌다.

위이잉! 쿠쿠쿵!

[죽어!]

푸욱!!

불의 대검으로 거신 괴수의 등을 찔렀다.

검이 거신 괴수의 몸을 뚫고 가슴으로 튀어나왔다.

[운명의 실타래를 연결합니다.]

"끄어어어!"

놈이 비틀거리며 뒤로 주먹을 휘둘렀다.

난 뒤로 물러섰다.

거신 괴수는 죽진 않았지만, 큰 타격을 입었다.

역시, 뒤치기는 효과가 좋았다.

놈이 검을 겨누며 내게 다가왔다.

"아이스 스피어!"

팟!

알리사가 얼음 창을 쏘아 거신 괴수의 허벅지를 공격했다.

얼음 창이 허벅지에 박히자, 거신 괴수의 움직임이 더 둔해졌다.

"지금이다! 모두 공격하라!"

화륵! 화르륵!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을 날렸다.

"죽어라!"

펑! 퍼퍼펑!

화르르르르!

화아아아아!

거신 괴수의 몸에 화염이 작렬했다.

거신 괴수는 두 팔로 얼굴을 보호했다.

"계속 마법을 쏴라!"

마법사들이 마지막 남은 마나까지 쥐어짜서 쉬지 않고 화염 마법을 날렸다.

[모두 공격해!]

쿠쿠쿠쿵!

푹! 푸푸푹!

십여 기밖에 남지 않은 기간트들이 달려들어 화염에 휩싸인 거신 괴수를 향해 검을 찔렀다.

"끄어어!"

쿵! 쿵!

거신 괴수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놈은 검을 휘둘러 자신을 찌른 기간트를 공격했다.

쾅! 콰쾅!

[뒤로 물러서!]

정말 지독한 놈이네!

온몸에 십여 개의 검이 박혀 있고, 내가 찌른 불의 검은 등에서 가슴까지 관통했다.

게다가 마법병단의 집중적인 공격을 몇 번이나 받았는데도 버티고 있었다.

'웨슬리, 마무리를 지어라!'

'네! 주군!'

거신 괴수의 공격에 쓰러졌다가 겨우 몸을 일으킨 웨슬리의 기간트가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기이잉! 쿠쿠쿵!

"끄어어!"

거신 괴수가 웨슬리의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부우웅!

하지만 동작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괴수의 검은 허공을 갈랐고, 몸을 숙였던 웨슬리의 기간트가 위로 솟구쳐 오르며 검을 찔렀다.

쉐엑! 푸욱!

검이 거신 괴수의 목을 뚫었다.

"끄어어······."

웨슬리가 검을 옆으로 휘둘렀다.

촤아악!

화염 공격으로 약해진 목이 절반이나 잘려나갔다.

그런데도 놈은 죽지 않았다.

웨슬리의 기체가 다시 반대쪽으로 검을 휘둘렀다.

쩌억!

쿵! 쿠앙!

거신 괴수의 목이 떨어져 나가자, 그제야 거대한 몸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기사회생(lv.max) 스킬을 사용합니다.]

아쉽게도 운명의 실이 끊어져 버렸다.

SS급 거신 괴수를 마법인형으로 만드는 것은 실패했다.

"끼이이이이이아!"

거신 괴수가 죽자 갑자기 지네 괴수가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주인이 사라졌기에 발광하는 것이었다.

"쿠아악!"

투웅!

꼬리에 매달려 있던 킹콩 괴수가 수십 미터를 날아가 모래 위에 거꾸로 처박혔다.

'인형의 집으로!'

충격이 컸기에 운명의 실이 많이 끊어져 인형의 집에 넣었다.

드라우켄 역시 놈이 발광하자, 공격은 하지 못하고 온 힘을 다해 바짝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웨슬리, 놈을 공격해!]

[네! 주군!]

기간트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하지만 놈이 꼬리를 휘두르자, 우수수 나가떨어졌다.

공격력은 거신 괴수보다 지네 괴수가 더 강력했다.

그때 괴조인형이 달려들자, 지네 괴수가 꼬리를 말아서 세웠다.

팟! 파파팟!

하늘을 향해 독침을 발사했다.

"끼앗!"

괴조인형이 독침에 맞고, 땅으로 추락했다.

난 곧바로 인형의 집에 넣었다.

"알리사! 마법을 써라!"

알리사가 달려와 얼음 창을 날렸다!

챙강!

하지만 놈의 껍질은 워낙 단단해 얼음 창은 그냥 깨져버렸다.

다른 마법병단의 마법사들은 마나가 고갈됐기에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젠장! 네놈의 진 보스였냐!'

난 죽은 거신 괴수의 등에서 불의 검을 뽑았다.

마나가 별로 없었기에 얼마나 싸울 수 있을지 몰랐다.

'아! 병정개미가 있었지!'

등에 육중한 마나 대포를 매달고 있었기에 움직임은 매우 둔했다.

하지만 잠깐은 거대 지네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와라!'

끼릭! 끼리릭!

20미터 길이의 거대 병정개미 여섯 마리가 나와 발광하는 지네 괴수의 몸통을 턱으로 물고 잡아당겼다.

'좋았어!'

여섯 마리가 머리와 배, 꼬리까지 골고루 붙어 잡아당겼고, 드라우켄이 등에 매달려 있었기에 잠시 놈을 붙잡아 둘 수 있었다.

난 대검을 들고 놈에게 달려들었다.

[파이어 스워드!]

화르르르!

난 놈의 등에 올라타 이글거리는 대검을 찔렀다.

파악!

[운명의 실타래를 연결합니다.]

'아! 약하다!'

힘이 약해 검이 박히다 말았다.

'드라우켄 검을 찔러라!'

"크아아아!"

부우웅!

드라우켄이 몸을 공중으로 띄우며 두 앞발로 대검 손잡이를 내려찍었다.

콰앙!

"끼이이이아!"

놈이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대검이 비스듬히 박히며 놈의 몸통을 뚫어버렸다.

'됐다!'

"끼아아아!"

갑자기 놈이 강력히 발버둥 치자, 드라우켄이 튕겨 나갔고, 병정개미 셋이 뒤로 쓰러졌다.

지네 괴수가 갑자기 머리를 모래에 처박았다.

파파파팟!

그리고 남은 병정개미들을 떨구더니, 감쪽같이 사라졌다.

지네 괴수는 도망친 것이다.

'어디로 갔지?'

급하게 눈으로 마나를 뿜어냈다.

도망친 놈의 흔적을 쫓았다.

그리고 잠시 후 푸른 빛이 멀리에서 반짝였다.

그런데!

놈은 모래를 뚫고, 거신 기사들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난 괴수 인형을 이끌고 놈의 뒤를 쫓아 달렸다.

지네 괴수가 모래 위로 튀어나오더니, 수백 개의 다리를 이용해 쏜살같이 암 드로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암 드로운! 위험해!]

암 드로운을 인형의 집에 넣으려 했지만, 그곳은 아직 운명의 실타래 범위 밖이었다.

위험을 느꼈는지 암 드로운이 몸을 돌렸다.

거대 지내가 턱을 벌리며 달려들었다.

"얼음 방패!"

쩍! 쩌쩌쩍!

암 드로운이 얼음 방패를 만들어 그 앞을 막았다.

콰아앙!

하지만 얼음 방패는 산산조각이 나고, 지네 괴수의 거대한 턱은 암 드로운과 방패를 동시에 물어버렸다.

콰직!

"으아!"

암 드로운은 한 손에 든 검으로 지네 괴수의 턱 사이에 보이는 입을 향해 힘껏 찔러넣었다.

파앗! 푸우욱!

"끼이이이아!"

쿵! 쿠쿵!

놈이 발광하더니 힘없이 쓰러졌다.

놈이 운명의 실타래 범위를 벗어나면서 운명의 실이 끊어졌기에 아쉽게도 지네 괴수에게 기사회생 스킬을 사용할 순 없었다.

[인형술사 레벨이 올랐습니다. (lv.72 -> lv.73)]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암 드로운이 크게 다쳤다.

방패를 들었던 팔은 잘리고, 그의 갈비뼈는 모두 으스러지고 내장까지 다친 것 같았다.

그리고 의식이 전혀 없었다.

암 드로운과 연결했던 운명의 실도 대부분 끊어졌다.

'인형의 집으로!'

급하게 그를 인형의 집으로 넣었다.

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죽진 않았다.

하지만.

'능력이 초기화되다니!'

레벨도 1로 떨어지고, 원래 가지고 있던 스킬도 초기화됐다.

그래도 기억은 남아 있었기에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할 것이다.

암 드로운은 머지않아 거대 기간트에 타야 했기에 일부러 조금 덜 위험한 외곽에 배치했다.

혹시나 그가 다치거나 죽으면 안 되니까.

하지만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

다행히 죽지 않았지만, 레벨이 초기화됐으니 다시 키우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다.

문제는 자신들의 대장이 크게 다치고 사라지자, 거신 기사들의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대장 괴수들은 죽었지만, 아직 이 주변엔 수많은 괴수가 있었기에 그들은 계속 싸워야 했다.

그리고 나도 괴수인형과 마법인형이 대부분 많이 다친 상태라 다시 배치하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상태창을 열었다.

난 당장 암 드로운을 소생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었다.

[복제인형 제작(SS등급) - 인형술사의 능력을 일부 복사해 복제인형을 만들 수 있다.]

원래 운명의 실타래가 부족했지만, 오늘 자동인형이 많이 사라졌고, 스킬 레벨이 올랐기에 운명의 실도 여유가 있었다.

난 2,000개의 운명의 실타래를 이용해 암 드로운을 복제인형으로 만들었다.

제발 좋은 능력을 많이 복제하길······.

[암 드로운(lv.1) 복제인형이 만들어졌습니다.]

암 드로운의 상처가 급속히 치유되고, 눈을 떴다.

[암 드로운(lv.1)]

[클래스 – 거신족(F), 마검사(F)]

[고유 스킬 – 믿음의 실타래(lv.1), 기사의 무기고(lv.1)]

[특수 스킬 – 마나 실드(lv.3), 거신의 함성(lv.2) 얼음 마법(lv.4), 불굴의 기사(lv.3), 도약(lv.1), 양손 내려찍기(lv.1)]

[군단 보유 상황 – 1]

오! 헌터 능력이 생겼네!

내 능력 중에서 가장 좋은 헌터 능력을 그대로 복제했다.

그리고 특이하게 그의 헌터 클래스는 2개였다.

"끄륵!"

갑자기 거대 지네 괴수가 꿈틀거렸다.

놈이 아직 죽지 않은 것이다.

난 곧바로 놈의 등에 올라탔다.

기이잉! 쿵! 쿵!

[운명의 실타래를 연결합니다.]

그리고 남은 마나를 쥐어짜 놈의 입에 박힌 암 드로운의 검을 잡아당겼다.

촤아아아!

퀸급 오리지널 기간트가 지네 괴수의 입과 머리를 반으로 가르자, 놈과 연결된 운명의 실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드디어 놈을 죽였다.

[기사회생(lv.max) 스킬을 사용합니다.]

188. 퀸급 거신 기사.

188. 퀸급 거신 기사.

'이번엔 기사회생에 성공하길 빌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있다.

어렵게 키운 자동인형들이 소멸하고, SS급 군단장 거신 괴수도 기사회생에 실패했다.

게다가 그동안 이곳 대수림에서 사냥하고 기사단을 훈련하면서 강해 보이는 A등급 이상의 괴수를 상당히 많이 죽이고 기사회생 스킬을 사용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리고 지금 테오아칸을 지키는 수인들과 병력은 계속 줄어들고 있을 것이다.

신도 양심이 있다면, 이번엔 성공하겠지?

그 순간 운명의 실타래가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좋았어!'

[지네(lv.1) 허수아비 마법인형이 만들어졌습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100미터짜리 지네라 좀 징그럽긴 하지만 어떤가.

무려 SS급 괴수다!

땅도 파고 다니고, 웬만한 공격에도 끄떡없는 딱딱한 껍질과 꼬리에서 독침도 발사된다.

그렇게 여왕개미에 이어 두 번째 SS급 괴수인형이 생겼다.

일단 인형의 집에 넣고!

암 드로운을 꺼내기 위해 인형의 집을 열었다.

쿵!

'주군! 새로운 힘과 능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암 드로운은 내 시선을 느끼자마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왜 갑옷을 벗고 있어?'

'그것이 갑옷이 줄어들었습니다.'

'뭐?'

자세히 살피니, 갑옷이 준 게 아니다.

암 드로운의 체격이 더 커져서 이제 키가 13미터로 커졌다.

그러니 속에 입고 있던 옷이 터질 것 같지.

근데 체격이 왜 커진 거지?

세계수 열매를 먹어서 내 키가 커진 것과 관련 있는 건가?

아무렴 어떤가, 암 드로운이 룩급 거신에서 퀸급 거신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게다가 신체 능력도 더 좋아졌고, 온몸에서 강렬한 마나가 뿜어지고 있었다.

허! 이젠 S등급 괴수 정도는 혼자서 죽일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매우 좋은 소식이다.

내 능력 중에서 가장 좋은 것만 몽땅 복제했군.

이제 갑옷을 새로 만들어 줘야겠다.

'기억은 있는 거야?'

'죄송합니다. 방금 괴수에게 당한 기억까지 생생합니다.'

'다행이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괴수들부터 막아!'

'네! 주군!'

쿵! 쿵!

암 드로운이 인형의 집에서 나왔다.

그가 괴수와 한창 전투 중인 거신 기사들을 보았다.

"내가 왔다! 다들 힘을 내라!"

거신 기사단장이 더 크고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오자, 거신 기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 더 열심히 싸웠다.

그때 암 드로운이 달려오는 거대 괴수들을 향해 함성을 질렀다.

"으아아아!"

[거신의 함성(lv.2)이 퍼집니다. (반경 300미터)]

[300미터 내 적의 사기가 떨어집니다. (-10%)]

[300미터 내 아군의 사기가 올라갑니다. (+10%)]

암 드로운이 앞으로 내달려 주춤거리는 괴수를 단칼에 베어 버렸다.

'허! 신기하네. 군단 버프 같은 건가?'

거신 기사들의 사기가 올라가며 더욱 힘을 내 괴수를 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순간 힘이 불끈 솟는 것이 사기가 올라간 것 같다.

근데 왜 나한테도 적용되는 거지?

아니! 내 마법인형도 적용되는 것 같았다.

주변에 있던 괴수인형들과 뒤를 따라온 자동인형들도 사기가 올라간 것인지 더 힘을 내고 있었다.

이건 아무래도 암 드로운이 가진 믿음의 실타래(lv.1) 스킬 효과인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인형술사 능력 중에서 인형의 집을 복제해 기사의 무기고가 스킬로 생긴 것 같다.

일단 나중에 더 알아보기로 하고 암 드로운의 스킬 창을 닫았다.

[모두 이곳으로 집결하라!]

"집결하라!"

[집결하라!]

알리사와 마법병단이 먼저 다가왔고, 트라스의 개 기사단이 공간을 좁히며 다가왔다.

[비공정을 차례로 내려라!]

[네!]

무전을 치자 상공에 있던 비공정이 아래로 내려왔다.

[거신 기사들은 주변을 지키고, 마법병단부터 차례로 비공정에 올라타라!]

"네, 주군!"

수송용 비공정이 하나씩 내려왔고, 알리사와 마법사들부터 올라탔다.

마법사 다음엔 트라스의 개 기사단의 기간트가 올라탔고, 마지막으로 거신 기사단 차례였다.

[어서 차례로 올라타!]

"주군 제가 마지막까지 지키겠습니다!"

[아니다! 이곳에 마무리는 내가 하겠다.]

암 드로운도 고집을 부리진 않았다.

내 능력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기사단장이 기사들과 함께 올라타는 것이 정상이었다.

거신 기사들도 다 올라타자, 웨슬리와 자동인형이 탄 10여 기의 기간트와 드라우켄, 병정개미 6마리만 남았다.

[웨슬리, 먼저 올라타라!]

[네!]

오리지널 기간트에 탄 웨슬리와 내가 비공정에 올라탔다.

다음으로 10여 기의 기간트를 비공정에 태웠다.

그리고.

'모두 인형의 집으로!'

마지막에 괴수인형들을 한꺼번에 인형의 집에 넣었다.

그러자 성난 괴수들이 몰려와 허공을 공격했다.

[공중으로 날아올라라!]

고오오오! 휘이잉!

비공정들이 일제히 고도를 높였다.

그러자 공격할 상대가 없어진 괴수들이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았다.

이 괴수 녀석들의 마지막 명령은 우릴 죽이라는 명령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사라지자 명령을 수행하지 못했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내가 노린 것이 이것이었다.

지휘관이 없는 괴수는 추가 명령을 받지 못하기에 머지않아 흩어질 것이다.

[테오아칸으로 이동해라!]

"네!"

난 선미 갑판으로 올라갔다.

비공정이 테오아칸으로 이동하고 있을 때였다.

엘프 항해사가 소리쳤다.

"저기 대군주가 있습니다!"

대군주 2마리가 자신들의 괴수 군단이 테오아칸을 공격하는 모습을 멀리서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거신 괴수 군단장이 죽은 줄도 몰랐다.

거신 괴수 군단장이 죽었기에 이제 대군주에게 명령을 내릴 지휘관이 없었다.

하지만 대군주는 아직 자신의 괴수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었기에 지금도 테오아칸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놈들 옆에는 친위대라고 할 수 있는 거대 괴수 오십여 마리밖에 없었다.

"근처에 기사들을 내려라!"

"네!"

암 드로운과 거신 기사들이 먼저 강하했다.

그리고 나도 기간트에 타고, 트라스의 개 기사단과 차례로 강하했다.

[암 드로운 거신 기사단이 좌측의 대군주를 맡아라! 우린 우측의 놈을 맡는다!]

"네! 주군!"

암 드로운과 거신들이 대군주를 향해 달렸고, 나와 웨슬리, 트라스의 개 기사단이 또 다른 대군주를 향해 달렸다.

[놈들을 죽여라!]

"공격하라!"

두 대군주가 후미에서 나타난 우릴 보며 괴성을 질렀다.

"끄어어어!"

"끄어어어!"

그러자 옆에 있던 친위대 거대 괴수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놈들은 우리 상대가 아니었다.

오리지널 기간트와 거신 기사들이 몰려가 거대 괴수들을 죽이자, 대군주들이 놀라며 다시 괴성을 질렀다.

"끄아아아!"

"끄아아아!"

그러자 테오아칸을 공격하고 있는 괴수들이 방향을 돌려 우리 쪽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대군주들도 죽긴 싫은 것 같다.

[모두 공격하라! 대군주를 죽여라!]

[와아아아!]

친위대 괴수가 다 쓰러지자, 대군주가 주춤거렸다.

갑자기 도망쳐야 할지 싸워야 할지 헛갈리는 듯 보였다.

놈들은 뒤늦게 거신 괴수 군단장을 찾는 것 같았지만, 이미 놈은 죽었다. 그러니.

[너도 죽어!]

푹! 푸푸푹!

다구리 앞에 장사가 없는 법이다.

오리지널 기간트로 이루어진 트라스의 개 기사단이 사방에서 몰려와 검을 찔렀다.

그리고 나도 검을 찔렀다.

[운명의 실을 연결합니다.]

곧바로 놈과 연결된 운명의 실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놈이 죽었다. 뒤로 물러서라!]

오리지널 기간트들이 뒤로 물러섰다.

[기사회생(lv.max) 스킬을 사용합니다.]

앞서 SS급 지네 괴수를 마법인형으로 만들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대군주(lv.1) 허수아비 마법인형이 만들어졌습니다.]

'오! 됐다!'

터질 때, 연속으로 터지는구나!

연거푸 괴수를 마법인형으로 만들었다.

기대하지 않아서 그런지, 기쁨이 더 커졌다.

대군주(lv.1) 허수아비를 인형의 집에 넣었다.

그리고 옆쪽에 대군주를 쳐다봤다.

'저쪽은 이미 끝났네!'

암 드로운이 이미 대군주의 머리를 벤 상태였다.

빨라도 너무 빨랐다.

암 드로운이 25미터짜리 거대 기간트에 타면, SS급 괴수도 홀로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대 기간트에 들어갈 마석 배터리가 벌써 걱정되긴 하지만.

[괴수가 몰려온다! 모두 비공정에 올라타라!]

[어서 자리를 떠라!]

몰려오는 괴수를 피해 우린 다시 비공정에 올라탔다.

그리고 유유히 테오아칸으로 향했다.

이제 전투는 끝이었다.

난 선미 갑판으로 올라가 인형의 집을 열었다.

거대 지네 허수아비와 대군주 허수아비, 그리고 코린트 왕국의 원로원에서 수십 명의 마법사를 죽이고, 기사회생에 성공한 거신 마법사 허수아비가 다섯!

이렇듯 강력한 허수아비가 많아졌다.

거기에 기간트에 탈 수 있는 마나인형 허수아비가 아직도 50명이나 더 있었다.

하지만.

'운명의 실타래가 다시 부족해졌군.'

스킬 레벨이 꾸준히 올랐지만, 이번에 암 드로운을 복제인형으로 만들며 또다시 운명이 실이 부족해졌다.

현재 남은 운명의 실타래는 700개 정도라 이제 꼭두각시를 만들 때 더 신중해야 했다.

슬쩍 고개를 돌려 대수림을 쳐다보았다.

저기 어딘가 여왕개미가 있다.

내 첫 번째 복제인형에 거는 기대가 컸다.

이번에 여왕개미를 불러오려다가 말았다.

아직 여왕이 대수림에 간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군단이 성장하기엔 시간이 한참 부족했다.

내 마법인형 군단이 S급 괴수를 상대할 수 있을 때가 5년 차였으니, 여왕에게 시간을 더 줘야 했다.

그리고 여왕개미와 개미군단은 레기우스와 불카누스를 상대할 때 사용할 생각이었다.

영원히 그놈들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오크 차원을 불바다로 만든 놈들을 언젠간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빙결의 오브도 더 늘려야 해······.'

현재 남은 빙결의 오브는 달랑 2개.

최후의 순간을 위해 아껴두고 있었다.

하지만 레기우스와 불카누스를 상대하기 위해선 빙결의 오브가 더 필요했다.

옛날에 이데아 제국의 거신 원정팀이 5개의 오브를 가지고 갔음에도 실패했다고 들었다.

아마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거나, 빙결의 오브가 부족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 빙결의 오브를 더 만들어야 했다.

'그럼, 드로리안 왕국을 한번 방문해야겠네.'

드로리안 왕국 외곽엔 툰다라 대마경이 있었고, 그곳에 다바르라는 S급 거대 파충류 괴수가 살고 있다.

다바르는 냉기 브레스가 무려 500미터나 나가는 괴수로 드라우켄만큼 크고 강력한 놈이었다.

그 다바르의 심장이 바로 빙결의 오브의 주재료였다. 심장 하나로 오브를 몇 개나 만들 수 있을진 모르지만, 최소한 오브가 5개 이상은 필요할 듯 보였다.

그리고 드로리안의 대수림 관문인 메제트의 탑(전격)도 찾아갈 생각이었다.

알리사의 말로는 전격 마법은 강력했고, 대부분 범위 공격이 가능한 광역 마법이었기에 거는 기대가 컸다.

"와아아아!"

"승리의 용사들이 왔다!"

소리만 들어도 수인들의 함성인 것을 알았다.

선미 갑판에서 내려다보자, 성벽 위에 수인들이 함성과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근처에 살아 있는 괴수는 보이지 않았다.

성을 공격하던 괴수들이 전부 사막으로 흩어졌다.

이제 남은 괴수들은 팀을 짜서 사막으로 보내 차례로 정리하면 끝이었다.

"착륙시켜라!"

"네!"

우리 비공정이 착륙하고 나와 기사들이 내리자, 수왕과 수인들이 우르르 몰려와 다시 환호성을 질렀다.

"타일러 대공 만세!"

"타일러 대공 만세!"

"와아아아아!"

힘든 싸움이었지만, 이렇게 환호하니 보람이 느껴졌다.

이번엔 특히 작전이 좋았다.

만약 처음부터 계속 막기만 했다만, 피해가 엄청났을 것이다.

그렇게 모두 함께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