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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장. 전자는 바람 같다면, 후자는 구름 같았다

502장. 전자는 바람 같다면, 후자는 구름 같았다

정자에 들어선 진운서는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곧장 다른 쪽에 있는 돌의자에 가서 앉았다.

원래 정자 안에는 많은 규수가 서 있었는데 진운서가 도착하자 하나둘씩 멀리 흩어졌다.

곧 정자 안에는 세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사만아는 입을 감쳐물고서 진운서를 피해 달아난 규수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여유롭고 담담한 모습으로 돌의자에 앉아있는 진운서를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싶어 조금 의아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분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 약삭빠른 규수들은 진운서와 어울리고 싶지 않아 멀찍이 피한 모양이었다. 이는 진운서와 함께 있으면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가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진운서의 옷차림은 다른 규수들보다 상당히 소박했다.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면 입체적으로 놓인 자수와 정교하게 틀어 올린 머리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다른 여인들의 화려하고 울긋불긋한 옷차림이 가져다주는 아름다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하필 진운서는 그런 소박한 옷차림을 했을 때 뭔가 더욱 색다른 느낌이 났다.

진운서의 단아한 아름다움은 속세를 떠난 사람처럼 청아했으며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겼다.

그러니 감히 누가 진운서와 한 무리에 있고 싶겠는가?

사만아는 진운서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품에 점점 시선을 빼앗겼다.

심지어 이런 숙모가 있다면 분명 남들 앞에서 위신이 단단히 설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오직 이런 여인만이 세상에 둘도 없이 잘난 사내인 그녀의 숙부와 어울릴 수 있었다.

“운서야, 어떤 문으로 들어온 거야? 왜 난 너를 보지 못했지?”

순간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만아는 그제야 상지말이 진운서에게 다가가고 있음을 발견했다.

상지말은 처음으로 진운서에게 다가간 사람이었기에 뭇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되었다. 정자 밖에 있던 규수들이 분분히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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