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장. 군영에 핀 한 송이 꽃
군영의 후문을 통해 밖으로 나간 이들은 뒷산에 올라가 일부러 아주 무성하게 자란 풀숲을 고른 후, 그 아래에 구덩이를 파고 찬합을 깔끔하게 묻어버렸다.
주달이 찬합을 묻으며 중얼거렸다.
“천지신명이시여, 꼭 근언이에게 여인을 주셔야겠거든 이제는 소부의 소저 말고 다른 집안의 여인으로 좀 보내주세요. 근언이가 좋아할 만한 그런 여인으로요.”
그러나 진지하고 간절한 주달의 말은 곧 소달에게 가로막혔다.
“소 형님이 어떤 유형의 여인을 좋아하는지 알기나 하세요?”
찬합을 다 묻은 후 두 사람은 땅을 잘 밟아 고르게 만들었다. 찬합이 감쪽같이 묻힌 것을 확인한 그들은 재빨리 그 자리를 떠났다.
* * *
만약 소여옥이 자신이 직접 만든 간식을 두 병사가 홀라당 먹은 후 찬합마저 땅에 묻어버렸다는 것, 그리고 소근언은 그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 화가 나서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이 사실을 모를 뿐 아니라, 지금쯤이면 소근언이 간식을 다 먹은 후 찬합의 바닥에 새겨져 있던 자신의 이름을 발견했을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예전의 옷과 이번 찬합의 일이 합쳐진다면 적어도 그는 ‘옥’이라는 글자를 기억하게 될 터였다. 그렇다면 나중에 자신과 만나서 ‘소여옥’이라는 이름을 듣게 되면, 소여옥 자신에게 남다른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곧 만나게 될 예정이었다. 세를 잃은 소석은 폐위된 초봉가를 따라 멀리 떨어진 지방으로 떠났다. 그녀가 간 곳은 워낙 먼 지방이라 어쩌면 아직도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치스럽고 귀하게 자란 대소저가 커다란 고생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소여옥은 어떠한가? 온갖 고생 끝에 그녀는 소부로 돌아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종의 시중을 받으며 호의호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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