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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5화. 용경의 화살

985화. 용경의 화살

용경과 한참 시선을 주고받던 고상경이 천천히 주변으로 눈길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경 세자, 처음 뵙겠습니다. 오래전부터 그 명성은 많이 들었습니다.”

용경도 우아한 미소를 그리며 화답했다.

“마찬가지입니다, 위대한 명성의 장군을 이제야 뵙게 되는군요.”

“경 세자, 근데 곁에 있는 그 여인이 욕심나는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고상경은 천월을 거론하면서도 사실 내내 천월에겐 눈길 한번 보내지 않았다. 이는 온전한 도발이었다. 그저 오만하고 도도한 자태로 용경과의 기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뜻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천월도 이를 알고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저 자식이 일부러 선수를 치고 있잖아? 용경은 지난번 네가 내 손등을 문 것도 똑똑히 기억할 텐데, 용경이 복수하는 게 두렵지도 않나?’

이내 곁에서 용경이 말했다.

“세상에 우리 부인을 원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지요. 그러나 고 장군께선 우리 부인 마음에 들 재주가 있다고 생각합니까?”

“한번 시험해 보시지요!”

용경은 곧장 뒤의 병사에게 화살을 건네받고 고상경을 향해 던졌다.

그냥 아무렇게나 편히 던진 화살이었지만, 속도는 빛처럼 빨라 어느새 바람을 뚫고 정확히 고상경의 미간 쪽으로 날아갔다.

“대장군을 보호하라!”

고상경의 곁에 있던 사람들이 대경실색하면서 서둘러 방패를 꺼냈다.

“모두 비켜라!”

고상경이 호통을 치자, 방패를 든 무리가 금세 한쪽으로 비켜섰다. 그 후, 고상경은 허리에서 보검을 꺼내 용경의 화살을 맞받아쳤다.

챙-

공기를 가르고 질주하던 화살은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꽂혔다.

고상경은 뒤로 몇 걸음 물러나 씩, 웃었다.

“경 세자, 그 대단한 명성도 별 볼 일 없군요.”

“그런가요?”

용경도 고요히 미소를 보였다.

“예로부터 아름다운 미인을 영웅이라 칭하진 않았지요. 경 세자께는 대단하신 미색 외에 영웅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는데, 차라리 그 대단하신 사랑도 단칼에 포기하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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