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화. 인연 (1)
이윽고, 야천경과 야천욱은 소왕과 모한이 잇달아 나오는 것을 보고 그들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이내 야천경이 즉각 소왕에게 질문을 건네 왔다.
“운 숙부님, 월 누이는 좀 괜찮습니까? 혹시 큰 부상을 당한 건 아닌지요? 월이의 진료를 돕기 위해 도성에서 여의(女醫) 두 분을 요청해 두었습니다.”
소왕이 곧 깜짝 놀라 야천경을 바라보았다.
“태자전하,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모한이 의술을 배운 걸 잊으셨는지요? 이미 천월의 진료는 끝냈습니다. 내공이 소진된 거 외에 몸이 좀 약해진 것뿐이니 아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야천경은 순간 안색을 굳혔다가 금세 평정을 회복하고 모한을 향해 웃어보였다.
“급한 마음에 운 세자가 의술에 능한지도 잊어버렸군. 영은 대사께서는 출가한 신분이라 경 세자를 진찰해 주는 것은 상관없지만, 월을 진찰하는 것은 불편함이 있을 것 같아 여인인 태의 두 분을 요청했었네.”
“태자전하, 그럼 이미 진찰이 끝났으니 태의는 돌려보내시는 게 좋겠습니다.”
이어진 소왕의 말에, 야천경이 서둘러 답을 이었다.
“아닙니다. 그 태의들은 여인에 관한 의술을 깊이 연마해 온 분들입니다. 하여 허약해진 몸을 잘 보양할 수 있게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니 진료는 한 번 받아보게 하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지요.”
소왕이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내 모한이 잠시 눈길을 돌려 야천경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는 야천경이 왜 여 의원을 불러 천월을 진찰하려고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경 세자와 천월이 지하 불당에 갇힌 채로 삼일 밤낮을 함께 있었으니, 그도 야천경의 걱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월 누이는 금(琴), 서화, 여인들이 즐겨하는 것들을 좋아하지 않고 무공을 좋아하지 않았습니까? 한데 지금 내공이 모두 소진됐으니 얼마나 상심이 크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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