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9화. 작은 불씨로 들판을 태우다
“용경, 그럼 당신이 보기엔 창정이 서남성에 도착도 못 할 것 같나요?”
“크고 작은 10여 개의 성을 뚫고 간다는 건 쉽지 않을 거야.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창정이라도.”
“작디작은 불씨가 들판을 태울 수도 있죠. 이번에 정말로 그 서남 천리 땅을 다 불태울 셈일까요? 태워도 나쁘진 않겠네요. 세상 사람들한테 천성이 어떻게 만신창이가 되는지 똑똑히 보여 줄 수도 있잖아요.”
용경은 잠시 발밑의 흙을 내려다봤다. 전엔 이 정원의 곳곳이 옥으로 된 조각상들로 가득해 꼭 사방 전체가 구중궁궐을 방불케 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 조각상들을 드러내자, 그 밑에 깔려 있던 흙에 풀뿌리 같은 것들이 자라나 있었다.
“바깥의 번성함은 바로 이 조각상으로 둘러싸인 정원과 같지. 일단 그 조각상을 드러내야 그 밑에 억눌려 있던 것들을 볼 수 있고. 털끝만큼도 드러나 있지 않았지만, 뿌리를 내리고 풀도 자라 벌레도 살고있어.”
“이미 조각상 밑둥부터 이끼가 자랐겠죠. 비옥한 땅이 아니라도 흙을 다시 갈아엎으면 모란도 심을 수 있다는 걸 누가 알겠어요?”
용경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그 뒤로 더 말하지 않고, 열심히 땅을 팠다. 몸이 회복된 건 아니나 이렇게 조금씩 움직이는 건 회복에도 꽤 도움을 주었다.
* * *
두 사람은 불과 두 시진 만에 정원 절반을 갈아엎었다.
“누님! 매형! 뭐해요? 영 왕가 세자, 세자비는 이제 귀농을 한 건가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천월이 바로 고개를 돌렸다.
자죽림 쪽에, 화려한 옷을 입고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한 소년이 보였다. 경쾌한 발걸음, 청량한 미소, 오늘 옥자석은 꽤 기분이 좋아 보였다.
“몸은 다 나았어?”
천월의 물음에, 옥자석이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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