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2화. 춘절 밤 연회 (1)
용경은 연하게 웃다가, 용봉패를 꺼내 옥청청에게 건넸다.
“어머님, 이번 일은 다 어머님께 달렸다는 걸 아시지요?”
“그때 이 물건들을 주고받을 때, 내 딸도 역대 운 왕가 딸들처럼 영 왕가 사내를 좋아하면 어떡하나 생각은 했는데. 결국 운명은 벗어날 수 없구나.”
“운명보단 하늘이 정한 인연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리겠지요.”
옥청청은 문득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용경을 바라보았다.
“우리 소경이는 영 왕가 사내들처럼 아주 아름답고 뛰어나지만, 역대 영 왕가 사내들이 늘 품고 있던 부처님 같은 마음은 없었지.”
용경도 연하게 미소지었다.
“영 왕가에도 100년에 한 번쯤 이례적인 사람이 태어나나 봅니다.”
순간 옥청청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십여 년 전 죽은 사람이 갑자기 살아 돌아온 것도 경악할 일인데, 혼약까지 무르자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울까. 일이 해결된다고 해도 앞으로 운 왕가엔 큰 파도가 닥칠 것이다.”
“그건 조금도 두렵지 않습니다. 전 그저 그 혼약만 취소되길 바랍니다.”
용경의 결연한 눈빛에 옥청청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당시 천성의 조훈을 따라 황제와 신물(*信物: 혼인 증표)을 교환했으니, 그 혼약도 내가 파기해줘야지. 난 이제 아버님을 뵈러 가야겠다.”
옥청청이 일어나자, 남릉예도 얼른 따라서 일어났다.
“나도 가겠습니다.”
“넌 여기 얌전히 있어. 섭정왕부가 운 왕가랑 붙어 있단 걸 몰라? 거기보단 여기가 훨씬 더 안전할 것이다.”
“어머니가 내 곁에 있는데 누가 감히 날 건드린다고요.”
옥청청도 팔짱을 끼고 살갑게 구는 남릉예를 더 이상 밀어내지 않았고, 그냥 웃으며 함께 방을 나섰다.
* * *
천월은 저 커다란 키로 옥청청의 팔짱을 꼭 끼고 가는 남릉예를 보고 인상을 구겼다.
“저 사람이 무슨 황제예요? 남량 신하들이 보면 피가 거꾸로 솟겠네.”
그러자 용경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형님은 몰라도 네 어머님 역시 아직 어린아이 같으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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