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3화. 100년의 역사 (1)
한참 뒤, 용경이 천천히 고개를 떼고 말했다.
“야씨는 두 여인과 천하의 백성을 이용해 우리 시조 영왕을 통제했다. 하지만 난 운천월이란 단 한 사람 때문에 이미 모든 걸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이 돼 버렸지. 시조 영왕에 비하면 난 용씨 자손이 아닌 것 같아.”
“그건 이미 다 하늘이 정한 일이잖아요. 당신은 태어나길 용씨 자손으로 태어났고, 죽어서도 용씨 자손일 거예요. 다른 성은 다음 세상에서나 가질 수 있겠죠.”
“가능하다면 다음 세상엔 절대 용씨로 태어나고 싶지 않아.”
“나도요. 될 수만 있다면 나도 운씨로 태어나고 싶지 않아요. 조상님들이 지금 이 말을 들으시면, 관을 열고 나와 우리 목을 졸라 죽일지도 모르겠어요.”
“100년이 지났으니 환생한 지도 오래됐을 거야.”
그 말에 천월이 조금 웃다가 말했다.
“대장공주께선 영왕을 구하려다 돌아가셨고, 정청 황후는 영왕을 위해 기꺼이 당신 스스로를 희생해 황실로 시집을 가셨어요. 대장공주께선 참 보기 드문 진기한 분이신데, 아쉽게도 야씨 집안에서 태어나셨네요. 시조 황제가 대장공주에 대한 모든 기록을 없앤 것도 이것 때문이었나 봐요.”
“정청 황후에 대한 기록도 없어. 하지만 죽은 이보단 산 사람이야말로 제일 힘들겠지. 정청 황후가 평생을 굳건히 버틴 것도 영왕 때문일 거야. 영왕도 정청 황후가 살아계셨기에 살 수 있었던 거고. 눈으로 볼 순 없어도 마음은 평생을 살아있었을 테니. 정청 황후가 돌아가셨더라면 영왕의 마음도 죽었을지 몰라. 두 분은 서로를 향한 사랑으로 모진 삶을 버티신 거야.”
천월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장공주의 수기엔 그녀가 기억이 있을 때부터 죽기 전까지, 모든 생이 기록돼 있었다. 시조 황제는 대장공주의 기록을 다 없앴다고 생각했겠지만, 대장공주가 이렇게 자서전을 남겼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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