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2화. 너무 사랑할 뿐이다 (1)
천월이 곧 매우 답답하다는 심경으로 천천히 이야기했다.
“10년 전, 창정의 조부님이 나 때문에 자결하셨대요. 그 이유로 10년 뒤에 지금 이렇게 날 찾아와 귀찮게 한 거고요. 용경, 나한테 이렇게 화내면 안 돼요. 난 아무 일도 아니라 여기려 했는데 당신이 그렇게 만들고 있잖아요.
이렇게 총명한 사람이 왜 바보처럼……. 창정의 조부님이 유언으로 내게 장가를 들라고 하셨대요……. 만약 당신이 자꾸 날 이렇게 밀어내면 자칫하다간 그에게 답해야할 상황이 올지도 몰라요…….”
용경이 세차게 돌아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천월은 격한 감정에 몸까지 떨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용경은 계속 차갑게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꼭 겨울바람에 부서진 눈꽃송이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분명 계절은 가을이었지만, 가을에 핀 계화도 마치 한겨울에 열린 한매를 보는듯했고 늘 온화했던 계화 향기도 매화 향기로 변해버린 느낌이었다.
차가운 이 남자에게선 뼛속을 파고드는 한겨울의 향이 번지고 있었다.
“용경…….”
천월도 처음 보는 용경의 차가운 눈빛에 위축되고 말았다.
용경은 순간 돌아서 천월의 손을 내리며 여전히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약점을 잡고 있는 게 아니었느냐? 나더러 돌아오라 해놓고 다른 사람과 그렇게 가까이서 즐겁게 지내다니. 10년 전엔 용풍을 위해 그 먼 천설산까지 가며 빚을 지더니 말이다……. 10년이 지나 난 네게 거대한 기쁨과 놀라움을 주겠다는 일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운천월, 정작 내게 엄청난 놀라움을 선사한 건 너였구나.”
천월도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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