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9화. 난초인기(兰花印记) (1)
천월은 힘찬 눈빛으로 야천일을 한번 훑곤 단전에서부터 단기를 끌어올렸다. 단기는 곧 손목으로 흘러 천월의 손을 막은 야천일을 향해 돌진했다.
“운리, 운 왕가 세자가 될 사람이 성지가 훼손 당하는 걸 이대로 두고 볼 건가?”
돌연 이어진 야천일의 서늘한 음성에 운리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운 왕가 세자가 된다는 이 영광은 이미 마음으로도 충분히 받아들였고, 이에 관한 준비도 모두 다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6공주와의 혼인은 전혀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6공주는 용경을 무척 흠모하여 칠석날 난동을 부리고, 연회 날에도 황명에 따라 현재 문을 닫아걸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운 왕가 세자 작위를 받는 날, 동시에 그녀와 혼인을 명받다니.
운리는 서로 손을 쓰려는 천월과 야천일을 보고 얼굴이 다 새하얗게 질려버렸고, 곧장 입을 열었지만 그 어떤 말도 하진 못했다.
“월이가 이 성지를 훼손시켜도 아바마마께선 월이와 운 왕가를 어찌하진 못하실 것이다. 그러나 운 왕가 방계는 별개의 문제지. 운 왕가의 방계는 수백에 달하고 모두 너와 비슷한 연배지?
네가 이제 이 찬란한 영광을 얻는 대신 운 왕가 방계에게도 적절한 보상이 주어질 것이다. 사내들은 조정에 들어가 무궁한 내일을 맞이할 테고, 여인들도 좋은 배필을 만나게 될 테지. 그러니 이 명을 거절하는 대가에 대해서도 잘 생각해 보거라.”
야천일의 말투는 여지없이 부드러웠지만 실로 분명한 경고가 담겨있었다.
천월도 이젠 인내심의 한계가 왔다.
“천일! 정말 하나하나씩 위협할 줄은 몰랐네요? 혼인이 무슨 장난인가요? 명을 받으면 그대로 이행해야만 해요? 운리가 이제 운 왕가 세자가 된 이상, 운리는 이제 제 오라버니예요. 오라버니의 혼사는 간단한 성지로 이뤄질 게 아니라 저희 조부님, 부왕께도 여쭤본 다음 제 동의도 얻어야 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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