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화. 부친 (4)
탁자 앞으로 가던 천월은 또다시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다. 한동안 심각한 얼굴로 말없이 운왕을 쳐다보던 천월은 결국 한 마디로 응수했다.
“역시나 더 의심할 것도 없이 제 친조부님이 확실하시네요!”
“못난 녀석! 난 원래부터 네 조부였는데 의심은 무슨!”
운왕이 재차 수염을 쓸며 천월을 노려봤다. 천월도 눈을 살짝 부릅뜨곤 탁자 앞에 앉아 젓가락을 들었다. 그녀는 정말 숨도 안 쉬고 음식을 거의 흡입하기 시작했다.
“영 왕가에선 밥도 못 얻어먹은 것이냐? 그 녀석을 어찌 해보진 못했어도 네 밥은 챙겨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 망할 녀석! 감히 내 손녀를 굶기다니.”
운왕은 천월을 보며 용경을 욕했다. 그에 천월이 가만히 고개를 들고 운왕을 쳐다보았다. 이제껏 내내 경 세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조부가 용경을 망할 녀석이라고 욕하다니……. 천월은 멍한 얼굴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의외네요. 용경이 조부님의 친손자는 아닐까 의심했었는데. 그래도 절 손녀로 생각해주시는군요.”
운왕은 콧방귀를 뀌었다.
“못난 것! 그 녀석이 내 손자가 되길 얼마나 바랐는데! 허나 이번 생은 틀린 것 같다. 물론 손녀도 나쁘진 않지. 아쉬운 건 체면을 세워주거나 발전하기는커녕, 이리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사내 하나 어찌 해보지 못한단 게지. 언젠가 그 해국 공주가 돌아오면 넌 그냥 질투할 일만 남은 게로구나.”
천월은 다시 울컥했다. 이 일은 정말 자신의 마음속에서 계속 풀기 힘든 갈등으로 자리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제 앞에서 해국 공주 얘긴 꺼내지도 마세요! 고의로 절 힘들게 하시려는 건가요? 공주에게 이번 생에 용경과 혼인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하세요! 오기만 한다면 정말 그 공주를 어떻게 할지도 모르니까요. 저와 혼인하지 못한다면 용경도 평생 혼자 살아야 해요. 그리고 제가 죽는다면 용경도 죽여주세요.”
운왕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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