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화. 깊은 감정 (2)
천월은 의문스러웠지만 달리 말을 잇진 않았다.
“폐하, 이제 다른 일이 없으면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
곧 용경이 먼저 계단을 내려가며 황제를 향해 온화하게 인사를 전했다.
황제도 서슬 퍼런 눈빛을 감추고 다정한 목소리로 분부를 내렸다.
“경 세자, 오늘 고생 많았다. 한 달 동안 수고 좀 해 주어라! 내일 조회에 참석하는 것도 잊지 말고! 조회가 끝난 뒤에 영 소왕에게 침을 놔주고, 오후에는 의사전(議事殿)으로 가 진 승상의 일을 함께 도와주도록.”
“신 용경, 명을 받들겠습니다!”
용경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돌연 고개를 돌려 야천일을 바라보았다.
“7황자마마, 친우 사이의 의리와 연모의 감정을 잘 분별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황자마마께서도 상처를 받지 않으시겠지요. 황자마마께선 충분히 지혜롭고 총명한 분이니 그 차이를 응당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구분하지 못한다면 상처받는 건 오직 자신뿐이지 않겠습니까.”
야천일은 어두워진 낯빛으로 용경의 말에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용경은 야천일을 뒤로한 채 다시 천천히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경 세자!”
6공주가 치마를 들어 올리고 서둘러 용경을 쫓아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용경은 멈춰서 6공주를 내려다보며 담담히 말했다.
“6공주님, 3척 거리를 유지해주십시오.”
6공주는 용경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용경의 단호함에 뒤로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내 6공주가 매우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경 세자, 어찌 운천월의 말을 믿는 것입니까? 운천월은 7황자 오라버니와 정분을 쌓으며 동시에 뻔뻔하게 경 세자를 유혹했습니다. 한데 어찌…….”
6공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날카로운 바람 한 줄기가 6공주의 눈앞을 절묘하게 스쳐지나갔다. 용경은 고요한 눈빛으로 천천히 손을 내렸다.
Apoie seus autores e tradutores favoritos em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