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화. 성지 (3)
천월도 열심히 배울 것이라고 야무지게 입을 꼭 다물다가, 문득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제야 천월은 정문 앞에 많은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본래 이 고대에선 황명을 받을 때면 온 집안사람들이 무릎을 꿇곤 했다. 역시나 오늘도 운 소왕을 필두로 하여 각 처소의 서모, 소첩, 서녀, 운 왕가 방계 식구들이 모두 나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운왕과 운모한을 제외한 모두가 운 왕가 대문 앞에 나와 있었고, 서녀들 사이 맨 앞에 있던 운향하는 질투 가득한 빛으로 천월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월은 계속해서 주변을 살피다, 운 소왕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있었다. 아마도 운 소왕 역시 성지의 내용을 전혀 예상하지 못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버지 운 소왕의 모습은 하루 새 몇 년은 더 늙은 듯했다. 아마도 어제 자신과 용경이 황제에게 사혼을 청했던 것이 엄청난 충격을 안겼을 것 같았다. 곧 천월은 천천히 시선을 옮겨 곁에 있는 운맹을 바라보았다.
“조부님은요?”
“요 며칠 몸이 좋지 않으셔서 현재 처소에서 요양 중이십니다.”
놀란 얼굴로 있던 운맹이 황급히 대답했다.
“아, 조부님께 가봐야겠어요!”
천월이 성지를 들고 왕가 안으로 들어가다, 용경을 돌아보았다.
“같이 뵈러 갈래요?”
“응, 운왕 전하께서 편찮으시다니 얼른 찾아봬야지.”
용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왕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천월 아가씨, 걸음을 멈추십시오. 소인 아직 전할 말이 남아있습니다!”
그때, 문래가 천월을 불러 세웠다.
“나한테 할 말이 남아있다고?”
천월이 멈춰서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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