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향규(香闺)에 들다 (1)
천월과 용경은 이제 번화한 거리로 들어섰다. 때는 오시(午時)였지만, 길에는 물건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했다.
번화한 이 길에 들어선 천월의 마음은 매우 복잡했다. 조금 전 일어났던 그 끔찍한 일들이 마치 꿈같이 느껴졌다. 아주 삭막하고 적막했던 그 참혹한 거리를 지나 들어선, 시끌벅적하고 번화한 이 거리, 극명한 이 대비가 사뭇 천국과 지옥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천월이 다시 고개를 돌려 용경을 올려다보니, 그는 여전히 덤덤한 얼굴이었다. 천월은 이내 시선을 옮겨 핏자국으로 얼룩진 소매를 내려다보았다. 지금 눈앞의 이 평화로운 천성의 광경은 과연 며칠이나 갈 수 있을까.
그렇게 천월이 하염없는 생각에 젖어있을 무렵, 갑자기 몸이 팔랑, 가볍게 떠올랐다. 깜짝 놀라 고개를 두리번거리니, 자신은 눈 깜짝할 사이에 어느새 용경의 두 팔에 포근히 안겨있었다. 깜짝 놀란 천월은 곧바로 화를 냈다.
“지금 뭐 하는 거죠?”
“상처가 깊은데 이렇게 막 걸어 다니면 안 된다. 내가 안아서 갈게.”
용경이 고개를 숙여 천월과 눈을 맞추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걸어갈 수 있어요.”
천월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용경을 쏘아보았다. 주변의 백성들이 그들을 발견하고 자신들을 바라보는 것 같아 두 볼도 발그레해졌다. 그에 다치지 않은 손으로 용경을 밀어내며 낮은 소리로 이야기했다.
“어서 내려놔요.”
용경은 외려 천월을 안고 있는 두 팔을 더욱더 단단히 고쳐잡았다. 그러곤 천월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많이 다친 것 같다면 몸이 다 나을 때까지 왕가에서 요양을 하도록 해라. 내일 상서방에도 나오지 않아도 된다.”
용경의 이 같은 말에, 천월은 곧바로 평온히 눈을 감고 용경의 품에 폭, 고개를 묻었다. 그러곤 그녀가 다친 팔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바깥으로 다친 팔을 대놓고 축, 늘어뜨렸다.
이내 용경은 낮은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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