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화. 곤경에서 빠져나오다 (1)
흥분한 천월과는 대조적으로 용경은 지극히도 고요한 낯빛으로 이야기했다.
“앞으로 널 계속 만나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한데 대학사의 병이 낫지 않는다면 매일 내 얼굴을 보게 될 지도 모르겠구나.”
“전 보기 싫어요! 멈춰! 나 수업 안 갈 거야!”
그러자 천월은 밖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게 그리 네 마음대로 될 것 같으냐. 이는 폐하께서 내린 어지이다. 이를 거부할 시, 폐하에 대한 항지(抗旨)가 되는 것이다. 조금 전 운맹 대총관께서 운왕전하의 당부가 적힌 서신을 주셨다. 상서방에 가 천월 널 잘 보살펴달라는 말씀이 적혀있더구나.
어제처럼 막무가내로 사혼을 청하거나 비상식적인 일을 하지 못하게 잘 지켜봐 달라는 당부말씀이었지. 나도 날 이렇게까지 신뢰하시는 운왕전하의 말씀을 차마 거절할 방도가 없어 응하게 되었다.”
“그렇군요. 경 세자도 참 억울하시겠어요! 제가 또 충동적으로 폐하께 사혼을 청할까 그런 건가요? 해서 저 멀리 영 왕가에서 운 왕가까지 와 날 괴롭히고, 그것도 모자라 황궁에서까지 절 괴롭히시려고요? 사람 괴롭히는 재미라도 들린 거예요?”
천월 역시 이 시대의 성지 위력이 얼마나 큰지는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바였다. 지금 딱히 이 생활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면 감히 황권에 도전장을 내밀 순 없는 일이었다. 하여 용경을 힘껏 쏘아보는 것 외엔 이 분기를 분출할 방도가 없었다. 이 상황에서까지 부드럽고 근사하기만 한 그의 목소리조차 짜증이 치밀었다. 또다시 온화한 용경의 눈빛과 다정한 음성이 전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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