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도망가도 괜찮아 (3)
한참을 침묵하던 천월이 돌연 용경에게 물었다.
“세자, 얼마동안 날 가르칠 예정인가요?”
“이번에 네 천재성을 한 번 봐야겠구나. 내가 만족하면 그만 배워도 괜찮다.”
용경의 말에 천월이 실소했다.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계속 배워야 한다는 소리인가요?”
“아니. 내게 계속 가르침을 받고 싶어도 내가 그럴 여유가 없다. 어서 청완 공주가 완쾌되길 바라는 게 좋을 것이다. 그래야 운 세자가 다시 널 가르치게 될 테니.”
계속 눈을 꼭 감고서 이야기하는 용경을 보며, 천월 역시 그의 말처럼 되길 소망했다.
운모한은 비록 융통성이 없긴 해도, 용경처럼 검은 속내를 가지고 있진 않았다. 용경은 정말 무슨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 알 수가 없는 인물이었다.
이내 두 사람의 소리가 끊긴 마차엔 정적만 가득했다.
* * *
그로부터 이다경(*一茶頃: 30분)의 시간이 지났을 즈음, 마차가 멈추고 현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자, 선품각에 도착했습니다!”
“응, 주인장을 모셔오거라.”
용경은 여전히 마차 벽에 기댄 채 움직임이 없었고, 곧 현가의 발소리와 함께 마차 앞으로 다가오는 누군가의 총총거리는 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아주 공손하고 기품 있는 여인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임랑, 경 세자를 뵙습니다. 어쩐 일로 발걸음을 하셨는지요?”
“이리 와서 이 여인의 치수를 재어, 옷 한 벌만 만들어 주시게.”
용경의 말에 임랑이라 칭한 여인이 공손히 대답한 후 마차로 올라와 휘장을 걷었다.
임랑은 천월과 용경이 너무도 가까이 붙어있는 모습을 보고 약간 당황한 빛을 보였지만, 곧장 정신을 가다듬고 천월을 자세히 살폈다. 이내 임랑이 다시 마차의 휘창을 내리며 이야기했다.
“가서 적합한 옷으로 가지고 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알겠네.”
용경의 목소리가 밖으로 울려 퍼졌다. 천월은 미간이 살짝 찌푸려져 있었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고요히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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