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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ia
Classificações insuficientes
385 Chs

63화. 훨씬 유용한 얼굴

63화. 훨씬 유용한 얼굴

루안의 가슴이 더욱 답답해졌다.

안 그래도 그녀의 자주 오란 말이 꼭 기방을 제집처럼 들락거리는 방탕한 공자에게 하는 말로 들려, 대체 자신을 뭐로 보는 것인지 고민을 하던 차였다.

그런데 인제 보니 평가가 너무 후했던 것이다.

‘방탕한 공자? 내가 몸 파는 이로구먼! 아니지, 몸을 파는 게 아니라 얼굴을 파는 것이겠지. 내 다시는 그 여자의 돈을 받으면 안 되겠어.’

그러나 이상했다.

돈을 주는 것은 분명 본인에게 손해인 것이 분명한데, 왜 그리 자신이 이득을 본 듯 행동한단 말인가?

“아니, 이런 우연이 있나! 루 형 아니시오!”

그때, 들려오는 은근한 목소리에 루안은 안 그래도 답답했던 가슴이 더욱 빡빡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성큼성큼 루안에게 다가온 유신지가 웃으며 물었다.

“향을 올리러 온 거요? 루 형도 참 세월 좋소!”

루안이 냉기가 뚝뚝 흐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긴 왜 왔지?”

그러자 놀란 토끼 눈이 된 유신지가 대답했다.

“당연히 향을 올리러 온 것이네만! 난 매월 조방궁에 왔었소. 우리 쪽 일을 하는 이들이야 늘 불운을 달고 살지 않소? 그래서 심신의 평안을 위해 참배하러 오는 것이지.”

미소를 지은 유신지가 말을 이었다.

“전엔 루 형이 이런 것들은 생각도 안 하는 것 같아 난 이런 것들은 무시한다 생각했는데, 요즘 생각이 좀 바뀌었나 보군?”

그의 대답에 루안이 긴장을 풀었다.

하긴, 이곳을 찾지 않던 이는 자신이 아니던가? 늘 오던 이가 유신지였으니, 오히려 그가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해야 맞았다.

“참배 끝내고 돌아가는 중이었던 것 같은데 그럼 잘 가시오! 다음에 또 봅시다.”

예상 밖에도 바로 루안에게 작별을 고한 유신지는 뜰을 지나 사방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사이, 한등은 기다리는 데도 여전히 루안이 움직일 생각을 않자 물었다.

“공자님, 저희 안 돌아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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