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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ia
Classificações insuficientes
385 Chs

285화. 상전의 명을 구실로 삼아

285화. 상전의 명을 구실로 삼아

장복궁을 나온 류명주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마음에 근심이 가득했다.

‘신비가 임신한 아이가 처음부터 이상하긴 했어. 지금 또 이런 일이 생겨서 지온 소저가 남게 됐는데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마마?”

향설이 의아하다는 듯이 그녀를 불렀다.

류명주는 마음을 가다듬고 가마에 올랐다.

‘장복궁을 잘 주시해야겠어. 문제가 생기면 바로 소식을 전해야지.’

* * *

뒤이어 황후도 나와 아무 말 없이 화춘궁으로 돌아갔다. 궁으로 돌아온 그녀는 손을 휘저어 대문을 닫으라고 하고는 심복 궁녀만 남기고 다 내보냈다.

“마마? 왜 그러십니까?”

“네 생각에 신비와 태후가 좀 이상하지 않으냐?”

대씨 성을 지닌 심복 궁녀가 궁금하다는 듯 말했다.

“이상하다니요? 소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마마께서 말씀해주십시오.”

황후가 말했다.

“태후께서 신비의 복중 용종에게 특별히 관심이 많으신 듯하구나. 설령 지난번에 현비 때문에 놀라셨다고 하더라도, 오늘 두 사람은 서로 호흡이 맞아도 너무 잘 맞아.”

“그, 그렇습니까?”

“그 둘이 대화할 때를 생각해보아라. 다른 사람이 끼어들 틈이 있었느냐?”

심복 궁녀가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도 같았다. 두 사람이 서로 말을 너무 빨리 주고받는 통에 황후조차 끼어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태후께서 본궁도 못 믿으시면서 그 지온 소저를 믿었단 말이야.”

심복 궁녀가 황급히 말했다.

“태후마마께서 일부러 그러신 게 아니라 현비의 일 때문에 많이 놀라신 것 아니겠습니까.”

황후가 손을 내저었다.

“본궁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다. 지난번 현비에게 일이 생겼을 때 태후께서 중간에서 이어주지 않으셨다면 우리 심씨 가문과 폐하와의 관계가 이렇게 친밀해지지는 못했을 거야. 이 점은 본궁이 태후께 당연히 감사를 드려야 할 일이지. 그래서 본궁이 더 이상하다는 거야. 지난번에는 호의를 베푸시더니 이번에는 왜 비빈들 앞에서 본궁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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