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4화. 압박을 가하다 (2)
진남왕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조금 경직된 목소리로 말했다.
“마마, 저희 소씨 가문의 규율에 따르면, 며느리가 시집온 지 석 달이 지나야만 족보에 올릴 수 있고, 그때부터 소씨 가문의 진정한 며느리가 됩니다. 그런데 세자비는 남강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소씨 가문에는 정말로 그런 규율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규율은 소씨 가문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가문에서 가규에 이런 조항을 넣은 건, 갓 들어온 며느리가 현숙하고 효성이 깊은지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남궁월은 소혁과 혼인한 뒤에도 계속 남강과 멀리 떨어진 황도에서만 지냈다.
그래서 진남왕이 억지로 갖다 붙인 이 이유도 사리에 어긋나는 말은 아닌 셈이었다.
진남왕은 헛기침을 하고 양심을 속이면서 말했다.
“하지만 본왕도 요새 세자비가 현량하고 정숙하고 덕이 있다고 느끼고 있던 참이라, 이틀 전에 이미 가주께 말씀드렸고, 6월 초열흘날이 길일이라 하여 그날 족보에 올릴 예정입니다.”
영양 대장공주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진남왕이 지금 겉발림 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진실을 드러내면 일시적으로 통쾌함을 느낄 순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영양 대장공주는 여전히 정색한 얼굴로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렇다 하니 나도 마음이 놓이는군.”
영양 대장공주의 말투는 자연스러운 것 같았지만, 화를 내지 않고 있음에도 위엄이 느껴졌다.
단정히 앉아 진남왕의 눈을 응시하기만 하는데도 위엄이 드러나서, 진남왕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한가득 흐르고 있었다. 마치 젊었던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이후에도 영양 대장공주는 진남왕에게 남궁월의 계례 준비는 자신이 할 것이라고 말했고, 더는 이곳에 오래 앉아 있지 않고 바로 몸을 일으켜 작별을 고했다.
진남왕도 영양 대장공주를 서재 밖까지 친히 배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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