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8화. 새로운 삶 (2)
“월아!”
이때, 회색 직철(*直裰: 도포와 비슷한 긴 옷)을 입은 누군가가 청량하게 웃으며 방 우측에서 앞마당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너희도 날 도와 약재를 말리러 왔느냐?”
남궁월과 마주보고 웃은 소비가 얼른 자원하며 나섰다.
“외조부님, 약재를 어떻게 말리는지 저한테도 가르쳐 주세요!”
“할아버지.”
남궁월은 방긋 웃으면서 소비를 한번 쳐다본 다음, 애교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랑 비아 아가씨가 선물을 준비해 왔어요.”
말을 마친 남궁월이 눈짓을 보내자, 백훼는 곧바로 남궁월과 소비가 며칠 동안 힘들게 필사를 마친 『남강본초』를 꺼내 임정진에게 건넸다.
임정진은 첫 장을 펼쳐보자마자 두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점점 몰입을 했는지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 약초는 어제 산에서 봤던 것 같은데, 이런 약초였구나…….”
온 신경을 책에 집중하고 있는 임정진의 모습을 보니, 이 자리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잊은 것 같았다.
남궁월은 웃으면서 한기하와 눈빛을 교환했다. 한기하도 그간 임정진을 따라다니다 보니, 임정진의 이런 성격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비아 아가씨.”
남궁월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웃으면서 소비에게 말했다.
“우리도 할아버지를 도와 반하(半夏)와 곽향(藿香)을 말리…….”
말을 하던 남궁월은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주변을 쭉 둘러봤다.
마당에는 약초를 담는 광주리가 있었다. 그 안에 향여(香茹), 시호(柴胡), 진피(陳皮), 행인(杏仁) 등 여러 가지 약초가 더 담겨있는 게 보였다.
“기하야, 혹 할아버지께서는 더위를 가시게 하는 약을 조제하고 계시는 중이니?”
광주리에 담긴 약초들을 보던 남궁월이 곰곰이 생각하며 물었다.
그 말에 한기하는 대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 의술이 월이의 반만큼만 따라가도, 훗날 무궁무진하게 쓰일 수 있을 거야.’
“월아, 네 말이 맞아.”
한기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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