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0화. 도취되는 향 (1)
백모소는 한능부가 제 말을 믿는 모습을 보고는, 혹시라도 깊이 캐물을까 봐 얼른 화제를 돌렸다.
“……사전에 전하와 상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한 건 제 잘못입니다. 하지만 기회라는 게 얻기 어려운 법이잖습니까. 만약 그날의 기회를 놓쳤더라면, 아마 두 번 다시는 확인할 길이 없었을 겁니다.
이제 전하께서도 아시겠지요? 근 2년간 누가 계속 전하의 일을 망쳤는지, 우리의 진정한 적이 누구인지 말입니다.”
‘그래……. 소아가 말해 주지 않았다면, 소혁과 관어백이 작당한 걸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 어쩐지, 매번 일이 생기면 진남왕부와 연관이 있더라니, 그때마다 난 철저하게 실패했었지.
그런데 사실은 관어백이 배후에서 계략을 짰던 거로구나. 소아는 날 위해 치욕도 참고 막중한 임무를 짊어지고 있었는데, 난 소아를 의심이나 했다니. 그래서는 안 됐는데!’
한능부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말했다.
“소아야. 너만 고생하게 만들었구나.”
“전하의 대업을 위한 일인데, 이 정도 고생이야 못 할 일이 뭐 있겠습니까?”
백모소는 온순하게 한능부의 품에 기대며 조용히 말했다.
“전하, 전하만 절 믿어 주신다면, 전 그것만으로도 족합니다.”
두 사람은 조용히 서로에게 기대었고, 한참이 지나고도 헤어지기 아쉬워했다.
한능부는 재차 백모소의 손을 잡았다. 까맣게 빛나는 눈동자에는 그녀와 떨어지기 싫은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이내 한능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소아야, 날이 좋은데, 나와 함께 정원에 가 산책이라도 하지 않겠느냐?”
백모소가 아리땁게 웃었다. 백모소의 맑고 서늘하던 눈동자에는 지금은 물처럼 부드러운 마음이 담겨 있었다.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가는 두 사람 사이에 따뜻하고 훈훈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백모소의 까만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옥 같은 피부는 마치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백모소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갑자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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