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화. 투국(鬪菊) (3)
원옥이가 말하는 ‘재아’라는 규수는 열두세 살쯤 되어 보였는데, 외모는 예쁘다고 할 순 없었지만 청수한 편이었다. 하지만 웃는 모습을 보니 눈이 부셨고, 목소리도 꾀꼬리처럼 청아해 듣기 좋았으며, 반짝이는 두 눈동자는 생기 있어 보였다.
또한 꽃무늬가 들어간 귤색 배자와 연노란색 치마를 입고 있는 모습은 곱고 활발해 보였다.
재아, 아니 육영재(陸潁梓)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생각하고 계신 게 맞아요, 옥이 언니.”
그렇게 말한 육영재가 방긋 웃으면서 이번에는 육낭에게 인사했다.
“운안 언니.”
부운안의 눈빛에도 역시 웃음기가 깃들어 있었다. 부운안도 뭔가를 눈치챈 듯 보였다. 이내 부운안이 고개를 돌려 남궁월에게 육영재를 소개해 주려고 했다.
“아월, 이쪽은 육…….”
하지만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육영재가 부운안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화원 입구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오셨네요.”
부운안이 모르고 있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남궁월은 이번 생에서 재아라는 규수와 처음 만났지만, 그녀가 누군지는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상대방의 신분을 떠올린 남궁월도 투국 심사위원의 신분을 예상할 수 있었다.
이때, 주변에 있던 규수들도 투국대 쪽으로 오는 사람을 쳐다봤다. 그리고 마치 잔잔한 호수에 바위가 떨어진 것처럼,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원 입구 쪽에는 은국공 부인과 세자비가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인을 친히 응대하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 노인은 나이가 예순 쯤 되어 보였으며, 수염과 머리카락이 대부분 하얗게 변한데다 조금 수척해 보였다. 또한 노인이 입은 살구색 비단 장포의 가슴 중심과 옷소매에는 금사로 삼족룡(三足龍)이 수놓아져 있었다. 그리고 그는 머리에 벽옥관을 썼다.
다들 그 사람이 정확히 누군지는 몰라도, 최소한 친왕들 중 한 사람이라는 것쯤은 눈치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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