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화. 기루 (3)
“난 이만 가 볼게, 소백. 다음에도 차 마시러 올게.”
소혁은 아주 자유로운 모습으로 창문을 훌쩍 뛰어넘어갔다. 그러자 서재에 있던 밀실의 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그 안에서 검은 장포를 입은 남자가 걸어나왔다. 그는 검은 장발을 검은색 머리끈으로 느슨하게 묶고 있어서 아주 자유분방해 보였다.
이내 그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관어백을 쳐다보며 날카롭게 물었다.
“어백, 마음이 있으면서 왜 쟁취하려 들지 않는 거야?”
그는 겉보기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속으로는 깊이 탄식하고 있었다. 관씨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한 이후로, 관어백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 옛날,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던 활기찬 모습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지금의 관어백은 이미 세상을 떠난 관씨 가문의 영혼들 때문에 사는 사람 같았다.
관어백은 조용히 미소만 짓더니, 아직 다 읽지 않았던 서책을 들어 다시 보기 시작했다.
검은 장포를 입은 남자는 재미없다는 듯 손가락으로 코를 문질렀다.
그는 지금의 관어백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옛날 감추는 것 없이 시원하게 속마음을 말하던 소년이 너무나 그리웠다. 지금의 관어백과 말을 하고 있으면, 미어(*謎語: 수수께끼) 맞추기 놀이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 * *
안일후부를 나온 소혁은 곧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그는 사람을 시켜 3황자 한능부에게 밀서를 전달하게 한 뒤,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그날 밤 그는 잠을 푹 잤다.
다음 날, 소혁이 깨어나자마자 바로 한 일은 바로 단도를 던져 또 한 번 벽에 상처를 내는 것이었다. 그러곤 벽에 그어진 일곱 줄의 칼자국을 보며 한참 동안 바보처럼 실없이 웃었다.
그는 무술훈련을 한 뒤, 다시 서재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오성병마사로 나갔다.
하늘개가 해를 잡아먹은 기상현상으로 일어난 소동은 아직 완전히 잠식되지 않았다. 하지만 황도의 동성은 소혁의 맹렬한 기세와 수단 덕분에 다른 곳보다는 많이 안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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