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화. 퇴위(退位) (3)
정겸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원래 그는 오늘 장생전으로 쳐들어가서 황제의 목숨을 거둬, 큰 공을 세울 생각이었다. 그는 분명히 미리 사람을 보내 장생전을 주시하고 있으라고 명해놨기에, 황제가 장생전을 떠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갑자기 장생전에 불이 났고, 이젠 정겸조차 황제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게다가 이제는 황성에서 유명한 귀족자제가 나타나더니, 자신과 군사들의 발을 전부 이곳에 묶어두고 있지 않은가!
정겸은 속으로 화를 냈다.
‘고집 세고 제멋대로인데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던 소혁의 소문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자신과 점점 가까워지는 두 소년을 보고 정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이라도 투항한다면, 내 너희들의 공을 기억해 주마. 그러나 이렇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 고집을 피우면, 내가 친히 염라대왕 앞에 보내 주마!”
휙!
그의 말에 대답한 건 허공을 가른 화살소리였다. 곧이어 정겸의 근위병이 화살을 막으려고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그 화살의 기세가 너무나 맹렬하여, 근위병은 팔이 쨍, 하고 울리는 걸 느낄 정도였다.
근위병은 그 화살을 쳐내지 못하고, 그만 검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에 정겸이 깜짝 놀라 얼른 몸을 피하자, 화살은 그의 뺨을 스치며 확연히 눈에 띄는 혈흔을 만들었다.
“감히 저것들이!”
뺨에서 흐르는 선혈을 문지른 정겸이 버럭 성을 냈다.
“죽여라! 당장 저놈들을 죽여!”
그러자 한회군이 활을 들고 당당하게 외쳤다.
“너희는 황제 폐하의 호위들이다! 그런데 지금 역도를 도와 악한 일을 돕는 것이냐? 반역을 도모하는 것만으로도 구족을 멸하는 중죄다! 만약 지금이라도 무기를 버리고 투항한다면, 내 직접 폐하께 가 너희들의 무죄를 증명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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