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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6화. 똑 닮은 부자

1616화. 똑 닮은 부자

한 시진이 지나자 연회도 끝났다. 손님들이 한두 명씩 잇따라 작별을 고하자, 왕부도 시끌시끌하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조용해졌다.

연회가 끝날 때까지 겨우 기다린 소혁은 얼른 벽소당으로 돌아가 그의 세자비와 속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눈치 없는 진남왕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으려는 듯, 연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그를 서재로 불러들였다.

이때, 태양은 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해 눈이 따갑던 햇빛을 거둬들이고 있었다.

어두침침한 안색의 진남왕은 자리에 대충 걸터앉은 소혁을 노려보았다. 저 불효자식만 봐도 속에서 부아가 치밀었다.

‘에휴. 세자비가 좋은 사람이라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내 귀한 손자가 제 아비처럼 삐딱하게 자랐을 게야!’

진남왕은 술을 깨는 데에 효과가 있는 차를 억지로 목구멍에 부어 넣었다. 이제야 화가 좀 가라앉는 듯 했다.

이내 진남왕이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질문했다.

“불효자식, 넉 달도 넘게 어딜 쏘다니고 온 게냐?”

홍목으로 된 권의에 비스듬한 자세로 기대어 앉아 있던 소혁이 오른쪽 팔꿈치를 옆에 놓인 탁자 위에 올린 후, 주먹으로 뺨을 받친 채 늘어져라 하품하고 대답했다.

“서융에 갔다 왔습니다.”

‘서융?’

소혁의 대답은 진남왕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 있었다. 진남왕은 너무 놀란 나머지 화가 났던 것도 다 잊었다.

‘잠깐만! 저 불효자식은 성격상 원래도 이득이 되지 않는 일에는 움직이지 않고, 남에게 손해를 끼쳐 가면서도 자기 이익을 챙기는 놈이다. 그런 놈이 몇 만 대군이나 이끌고 한가하게 서융에 유람이나 다녀온 건 아닐 텐데?’

진남왕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그는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다급히 다시 물었다.

“서융에는 왜 갔느냐?”

그러자 소혁이 눈썹을 꿈틀거리고 환하게 웃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서융을 치려고요.”

‘뭐? 서융을 쳐? 저 불효자식이 감히 저런 말을 잘도 하는구나! 하지만 문제는 진짜로 실행으로 옮겼냐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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