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9화. 뜬금없는 사냥 (2)
관어백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그 화살이 날아가는 모습을 주시했다. 머릿속에 수많은 장면이 떠올랐다.
이번에 서융으로 출정하기에 앞서서 그는 소혁과 며칠 동안 청운오에서 각종 계책과 대책에 대해 상의했었다. 앞으로 있을 싸움에서 실수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중 어느 날 밤, 달을 보며 대통주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관어백이 농담처럼 꺼냈던 말이 있었다.
혈기왕성한 어린 시절, 언젠가는 혼자 먼 서융 땅으로 가서, 제 손으로 직접 서융 도성의 성벽에 선전 포고서를 날려 보내, 모든 서융 사람들에게 관가군의 위력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이다.
그 말은 그저 술을 마시다가 농처럼 꺼내 본 것이었다. 그러나 소혁은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가 관어백의 바람을 실현해 주었다.
소매 속에 감춰진 관어백의 주먹에 힘이 꽉 들어갔다. 서서히 눈시울이 따가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관어백은 끝까지 화살을, 과거에서 날아온 것 같은 그 화살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이때, 그 화살이 성벽 위에 꽂혀 있는 굵은 깃대에 정확하게 꽂혔다. 화살촉이 깃대를 뚫고 지나가자, 깃대는 순식간에 부러졌다. 그러자 깃대 위에 걸려 있던 서융 깃발이 부러진 깃대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그 성벽과 소혁 일행이 서 있는 곳은 1리 정도 떨어져 있었기에 당연히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지만, 소사는 그 깃대가 똑 부러지는 소리를 또렷하게 들은 것만 같았다.
깃대가 똑 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그토록 매끄럽고 또렷하게 나다니, 정말이지 속이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소 세자가 말했던 사냥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소사의 입꼬리가 남몰래 살짝 올라갔다.
세 청년은 산바람 속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잠시 후 관어백의 온화한 목소리가 천천히 들려왔다.
“오백 보 거리에서 깃대를 맞히다니. 아혁, 그새 궁술이 또 늘었구나.”
“그야 당연하지!”
소혁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뽐내듯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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