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9화. 젊은 장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만방자하게 나오는 진남왕부가 떠오르자, 안색이 납덩이처럼 파랗게 질린 황제가 가쁘게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는 얼른 정신을 안정시켜 주는 차를 몇 모금 마신 후에야 심신이 조금 안정되는 걸 느꼈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반드시 조속히 대유의 긴장된 국세를 안정시켜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이제야 7월에 한능부가 조회에서 꺼냈던 그 의견이 떠올랐다. 그때 한능부는 진남왕부의 적장녀를 서융과 화친시켜야 한다고 했었다.
당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황제는 황당무계한 생각이라고 여겨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화친 시기가 꽤 괜찮았다.
일단 진남왕부의 적장녀를 서융과 화친시키면, 황제 자신도 즉시 남강군에게 돌아오라고 소환할 수 있는데다 남강군과 한회군 사이의 동맹도 와해시킬 수도 있었다.
게다가 변변치 못한 조카 회군이에게 진남왕부가 그토록 꼴불견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었다.
그런데 화친이 성사되기도 전에 돌연 한회군이 나라를 배반하고 도망가는 불충, 불효, 불의를 저질렀다. 이는 정말로 한가의 자제답지 않은 처사였으며, 각별히 한회군을 위해 고심해 주던 황제의 마음을 저버리는 짓이었다.
이런 생각이 드니 황제는 차를 마셔서 겨우 가라앉았던 심화(心火)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해 미간을 꾹꾹 눌렀다.
“아바마마…….”
황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는 걸 한능번이 못 알아볼 리 없었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한회군을 위해 인정에 호소해 보려고 했으나, 황제는 더 이상 그의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번이 넌 물러가거라!”
피곤함이 배인 황제의 말투는 냉담했으며, 그 말엔 어떠한 질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예, 아바마마…….”
할 수 없이 한능번은 황제에게 읍한 뒤 물러갔다. 어서방 문턱을 넘어가는 그때. 황제의 다급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여봐라! 공군왕을 불러들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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