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화. 춘화(春畵) (2)
밤하늘의 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고, 곧 두 부녀는 함께 화원에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대나무숲 쪽에서 조용히 시를 읊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물은 이리저리 꽃밭을 감싸고, 달빛은 싸락눈처럼 꽃과 나무를 비추네. 서리가 공중에서 날지 않고 내리니, 물가의 모래섬은 보이지도 않는구나. 아득한 하늘에는 먼지 한 톨 없는데, 달만 홀로 하늘에서 하얀빛을 비추네. 강가에서 처음으로 달을 본 자 누굴까…….”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웬 날씬한 자태의 여인이 푸른빛이 도는 흰색 옷을 입은 채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여인의 옷에는 매화꽃이 수놓여 있었다.
여인은 두 부녀를 등지고 대나무숲에 선 채 시를 읊었다. 그녀의 자태는 마치 봄꽃처럼 가늘고 여려 보였고, 옷자락은 바람에 흔들흔들 나부껴 사람을 유혹하듯 눈길을 끌었다.
남궁월은 보자마자 그 여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거기서 일부러 고상한 척 시를 읊고 있는 여인은 바로 소경평이었다.
한참 좋았던 기분이 순식간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남궁월은 살짝 눈을 내리깔며 자신의 눈 속에 깃든 원한을 감췄다.
두 부녀와 등지고 서 있던 소경평은 갑자기 놀란 듯 말없이 휙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발갛게 물들어 있는 그녀는 가냘픈 모습으로 남궁목을 한번 쳐다보았다.
“둘째 오라버니, 월이와 이곳에는 언제부터 계셨던 것인가요?”
“방금 왔다.”
남궁목은 눈에 잘 띄지 않을 만큼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그녀와 거리를 두며 말했다.
“우리 부녀가 사촌 누이의 흥취를 깨트린 모양이구나.”
“오라버니, 그렇게 말씀하시면 평이가 서운합니다.”
소경평은 남궁월을 본 척도 안 하며 입술을 몇 번 달싹이더니, 큰 용기를 낸 척 말했다.
“목이 오라버니, 평이는 최근에 시를 짓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직접 그 장소에 가면 무언가 영감을 얻지 않을까 싶었지요. 오라버니, 오라버니께서 제게 좀 알려 주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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