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6화. 수줍음
“놀라긴 했어.”
소혁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하지만…….’
그는 남궁월이 이곳에 온다는 걸 알지 못해서, 무려 반나절이란 시간 동안 그녀를 못 본 게 내심 분했다.
주대성도 일 처리를 참 못했다.
자신에게 보낸 서신에 은광 이야기는 써 놓았으면서, 약방이 올 거라는 이야기는 한 구절도 쓰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약방이 올 거라고 조금이나마 얘기해줬다면, 나도 오늘은 성을 나가지 않았을 텐데. 그럼 얼마나 좋았겠어!’
소혁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남궁월을 보며 말했다.
“약방, 그래서 어떻게 이 서운함을 보상해 줄 거야?”
진지한 표정으로 생억지를 부리는 소혁을 보다가, 남궁월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녀는 기분 좋은 듯한 미소를 짓고는 맞잡은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아혁, 전쟁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우리 같이 별장에 가서 이틀간 있다가 와요. 거기 가선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단둘이서만 있는 거예요. 어때요, 좋죠?”
‘우리만 단둘이? 그럼 소비도 없는 거겠지?’
소혁의 눈이 반짝 빛났다. 마치 천년영지라도 먹은 것처럼, 몸에 있는 삼천 육백 만 가닥의 솜털이 다 편안하게 늘어지는 것 같았다.
얼른 그 망할 남량 놈들을 내쫓아버리고 싶었다.
* * *
이야기하는 새에 어느새 두 사람은 소혁이 기거하는 거처에 다다랐다.
백합과 화미가 오후 내내 방을 깨끗하게 청소해둔 덕에, 방에서는 은은한 훈향이 감돌았다.
소혁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자신이 지금 다른 방에 잘못 들어왔나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방 안에 있던, 눈에 거슬리는 나한상이 없어진 걸 보고는 눈을 가늘게 뜨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밤이 깊어 있었기에, 백합은 임자남이 데리러 와서 함께 거처로 갔고, 화미만 방 안을 지키고 있었다.
주인들이 돌아온 걸 보자마자, 화미가 얼른 앞으로 나와 두 사람을 맞이한 후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으시겠냐고 여쭈었다.
“아월, 너 먼저 씻고 있어. 난 서재에 가서 뭐 좀 가져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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