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2화. 죄책감
한편, 이 시각의 남궁부는 짙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남궁부 내의 하인들은 정신없이 손발을 움직였다.
“태의는 왜 아직도 오지 않는 것이냐?”
5황자 한능번이 조초한 마음으로 죽청각 안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러자 어느 어린 내관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말했다.
“전하, 이 시위가 서둘러서 태의원에 갔으니 금방 도착할 것입니다…….”
“전하.”
이때 조금 허약한 목소리가 나한상에서 들려왔다. 남궁흔이 한능번을 안심시키며 말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아흔, 괜찮을 리가 없잖느냐!”
한능번은 노심초사한 얼굴로 남궁흔을 쳐다봤다.
나한상에 앉아 있는 남궁흔의 왼팔에는 간단하게 몇 번 돌돌 말아 상처를 지혈한 하얀 천이 묶여 있었다. 팔에 묶인 천은 이미 선혈에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또한 눈을 자극하는 붉은 핏방울들이 남궁흔의 월백색 옷 위에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어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
피를 많이 흘려서 남궁흔의 안색은 무척 창백했으며, 심지어 입술조차 혈색을 잃어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한능번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다시 재차 재촉하려는데, 방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사동이 예를 표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둘째 소부인을 뵙습니다.”
‘육낭이 왔구나!’
암담했던 눈동자를 반짝 빛낸 남궁흔이 문발 쪽을 쳐다보았다.
곧이어 문발이 들리는 소리가 나더니, 금실로 나뭇가지 무늬를 수놓은 붉은색 배자를 입은 소부인이 부리나케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초조한 기색을 드러낸 그 소부인은 바로 부운안이었다.
부운안은 이곳이 바깥뜰이라는 것도, 5황자가 자리에 있다는 것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남궁흔이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여기까지 뛰어왔다.
부운안 뒤로 여종 두 명이 따라 들어왔다. 한 명은 깨끗한 물이 담긴 대야를 들었고, 한 명은 깨끗한 천과 교도(*交刀: 가위의 다른 말)가 놓여 있는 나무쟁반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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