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3화. 황작(黃雀)
엽윤명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랑마를 따라 죽붕으로 들어갔다. 죽붕 주변은 수많은 죽렴으로 만든 차일(遮日)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래서 안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사방이 어두워졌다.
엽윤명이 안쪽을 쓱 둘러 보았지만 붓 장수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고개를 돌려 물어보려고 했는데, 돌연 번쩍이는 은색 빛이 시야에 들어왔다.
랑마는 비수로 엽윤명 목의 대동맥을 겨누었다. 여기서 그가 손에 힘만 주면 엽윤명은 이 자리에서 바로 즉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비수로 엽윤명의 대동맥을 찌르려던 그 순간, 랑마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라서 두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갑자기 왼손을 뻗어 엽윤명의 목덜미를 손날로 내리쳤다.
“랑…….”
엽윤명은 한 음절을 내뱉자마자 목덜미에 가해지는 통증을 느꼈고, 곧바로 눈앞에 어둠이 닥치는 걸 보며 의식이 흐려져 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엽윤명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랑마가 옆에 서서 차가운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운 좋은 줄 알거라!”
랑마는 원래 엽윤명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으나, 갑자기 이곳이 전장이 아니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사람을 죽이는 건 쉬웠다. 그러나 사람을 죽이고 나서 몸에 피가 튀는 건 성가셨다. 일단 피가 튀게 되면 깨끗이 지우고 싶어도 쉽지 않았고, 몸에서 나는 피비린내도 잘 없어지지 않아서 귀찮은 일만 계속 생겨날 것이다.
랑마에겐 지금 이곳을 달아나는 게 제일 중요했다. 그러려면 아직은 조용히 움직여야 했다.
랑마는 죽렴 하나를 칼로 갈라 그 틈을 통해 바깥을 쳐다봤다. 이쪽으로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걸 확신한 후, 그는 엽윤명의 옆에 웅크리고 앉자 거침없이 그의 겉옷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그런 뒤 평범한 서생처럼 변장한 랑마는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죽붕을 나섰다.
혼절한 엽윤명은 길고 가느다란 헝겊에 입이 봉해지고, 손발이 묶였다. 그는 몸을 웅크린 채 죽붕 구석에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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