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공즉시색, 색즉시공
시혁은 손을 뻗어 빠르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제자리에 서서 한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방 안에 급속도로 무서운 냉기가 가득 찼다. 시혁은 매서운 눈빛으로 옆의 지훈을 보며 말했다.
“너 봤어?”
지훈은 놀라서 문 옆에 바짝 붙어 서서는, 겁에 질린 채 말했다.
“내가 안 봤으면 형수님인 줄 어떻게 알았겠어! 형 설마 이것도 질투해? 형수님 꽃잎에 가려져 있어서 나 아무것도 못 봤어! 게다가 내가 형수님 발견 못 했으면, 오늘 밤 형수님이 어떻게 됐을지 누가 알겠어. 어쨌든 내 공이 큰 거 아니야? 민우를 제외하고 어디 가서 이런 훌륭한 어시스트를 찾겠어, 난…….”
그 말에 시혁은 소리를 질렀다.
“꺼져!”
“치, 살려주셔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살아남은 지훈은 재빠르게 방을 빠져나갔다.
* * *
지훈이 떠나자, 시혁은 바로 방문을 걸어 잠갔다. 머릿속이 하얘진 그는 침대에서 열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순백의 큰 침대, 새빨간 꽃잎, 반쯤 가려진 도자기 같은 피부. 눈을 가린 하얀 레이스 아래에서 그녀의 속눈썹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으며, 이미 땀에 젖은 얇은 천이 온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옥처럼 흰 발가락은 극도의 공포와 긴장감 때문에 귀엽게 오므리고 있었다.
이러한 광경은 오랫동안 영서를 향한 제 욕구를 참아온 시혁에게 그야말로 가혹한 형벌과도 같은 시련을 안겨주었다.
시혁은 목이 점점 말라와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래서 손가락을 뻗어 거칠게 자신의 넥타이를 살짝 풀어헤쳤다.
시혁의 움직임이 너무 커서 영서가 기척을 느꼈다. 그러자 영서의 전신이 떨리기 시작했다. 영서는 몸부림을 치며 침대 밖으로 이동하려고 시도했지만, 약 기운 탓인지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아무리 애를 써도 겨우 2cm 정도밖에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숨이 더 가빠지고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으며, 땀이 귀밑머리까지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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