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화. 오늘 밤 여기 있으세요
비록 태하가 민우에게 당하긴 했지만 현철과 영순의 표정은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열 때문에 민우의 정신이 조금 어지러워진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모두 사라졌다.
그들 모두 민우가 똑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까 민우의 행동은 분명히 고의였다.
민우는 보면 볼수록 시혁의 어렸을 적 모습과 정말 똑같았다. 아빠처럼, 민우도 말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있었다. 그 때문에 시혁의 부모는 너무 답답했다.
시혁의 부모는 자애롭고 자랑스럽다는 듯 민우를 쳐다보고 있어서, 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태하는 눈꼴셨다.
‘됐어, 됐어. 내가 희생해서 민우가 괜찮다는 걸 증명했잖아?’
결국,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모두 식사를 마쳤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민우가 한마디도 하지 않아, 다들 아쉬워했다.
* * *
저녁 식사 후, 영서는 시혁과 시혁의 부모님이 상의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민우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어쩌죠? 우리 민우가 여전히 말하는 걸 싫어한다고요!”
영순은 한숨이 절로 나왔고, 현철의 얼굴도 매우 무거웠다.
태하는 다시 자신의 체면을 회복하기 위해 전공지식을 들먹이며 설명했다.
“사실, 굉장히 간단한 문제예요. 민우의 마음속 깊이 어두운 그림자가 있어서 말을 하기 싫어하는 겁니다. 무의식중에 계속 자기보호와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어요.
하지만 민우가 좀 진정된 상황에다 완전히 믿는 사람 앞이라는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아무런 유도가 없어도 민우 스스로 말을 하려고 할 겁니다. 이건 제가 전부터 판단했던 방향과 사실 매우 일치하고요.”
“그럼 선생님 말씀은, 우리 민우가 말을 하려면 의지를…… 그 여…….”
현철은 ‘그 여자’라고 말하려다가 이내 잔기침을 하며 말을 바꾸었다.
“한영서 씨한테 의지해야 하는 거요?”
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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