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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화. 전우(戰友) (1)

586화. 전우(戰友) (1)

찬진은 줄곧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한 채 묵자를 따르고 있었다.

“사공 부인.”

영비가 맞은 편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찬진은 즉각 묵자의 곁으로 다가갔다.

“전 하루아침에 권력을 손에 넣고 천지가 개벽하듯 돌변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영부인이라는 칭호를 빼면 주변 사람은 물론이고 본인도 변하지 않았군요.”

영비가 뒤에 있던 호위들에게 물러나라 분부하고 이렇게 말했다.

“안심하세요. 제가 설령 당신을 해치려고 한다 해도 절대 대주에서는 그러지 않을 테니까요.”

묵자가 찬진에게 한번 눈짓하자, 찬진도 뒤로 물러났다.

“제가 변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당신은 분명 변했군요.”

묵자가 손에 들고 있던 낙엽을 비비며 이렇게 말했다.

“매번 당신을 볼 때마다 당신은 그 전과는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귀녀(貴女)였다가 다음에는 영빈(英嬪)이었고, 지금은 영비가 되셨네요. 다음번엔 황후가 되어있으시겠어요.”

“당신 말대로 되면 좋겠네요. 그때가 되면 당신이 절 도와준 것이니, 제가 두 배로 당신께 감사하도록 하죠.”

영비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당신은 이미 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셨습니다.”

상비가 영비에 의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묵자는 마음이 완전 후련했었다.

“하지만 당신에게 한마디만 더 해드리죠. 백 개의 다리를 가진 땅벌레들은 죽어도 꿈틀거리는데(*큰 세력은 단번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비유), 하물며 그녀는 아직 죽지도 않았잖아요.”

냉궁은 들어갈 수도 있지만 나갈 수도 있는 곳이니까 말이다.

영비는 안색이 확 어두워져서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언니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미운 걸까?

“제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 바라는 것이겠죠.”

붉은 단풍이 묵자의 눈 속에서 마치 불처럼 흔들렸다.

묵자가 말했다.

“전 단지 당신에게 필요한 이유를 주는 것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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