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7화. 성자의 완패
영서의 신체는 현엽의 손에서 결국 잿더미로 변했다.
주변이 고요해졌다.
곁에 선 성자의 침묵을 느낀 현균은 상대의 생각을 헤아리지 못하고 현엽을 향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현엽, 성자께서 그만두라 하신 말씀을 듣지 못한 건가?”
현엽이 다시 한번 사릉무사를 향해 예를 올리며 간곡히 말했다.
“그 녀석이 저를 속여 어리석은 짓을 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분노를 참지 못해 손을 떼지 못했습니다. 부디 성자께서 탓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그의 설명에도 현균의 미간은 풀리지 않았고, 오히려 주름은 더욱 깊어졌다.
현엽은 항상 냉정했다. 순간적으로 분노를 참지 못하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가? 게다가 천존은 자신의 힘을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었기에 하찮은 천선 따위를 상대로 중요한 순간에 손을 떼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러니 손을 떼지 ‘못하는’ 상황 같은 건 애초에 발생할 수가 없었다.
현엽의 설명은 아무리 생각해도 허점이 가득해서 건성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사릉무사가 작게 웃었다.
“현엽천존 역시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겠지?”
현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릉무사가 건성으로 설명했다.
“잘못이 있으면 벌을 받아야지. 현엽천존, 천마궁의 무아옥(無琊獄)에 가고 싶은가? 아니면 성령당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현엽이 담담하게 말했다.
“자기 집에서 일어난 잘못을 어찌 다른 집에 보내 다스리겠습니까.”
이 자기 집과 다른 집이란 당연히 성령당과 천마궁을 말하는 것이었다.
사릉무사가 미소 지었다.
“머지않아 모두 한집안이 될 텐데 뭘.”
성령당이든 현가든, 모두 그의 사릉 가문과 천마궁에 속하게 될 거였다.
“역시 성자께선 영명하십니다!”
현균이 큰 소리로 웃었다.
그의 귀에는 사릉무사의 말이 천마궁이 곧 현가의 소유가 될 것이라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성자, 영명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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