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4화. 살아 있는 얼음 조각
월흔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릉고홍도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찬합이 들려 있었다.
“주인님.”
설진의 목소리였다.
사릉고홍은 그를 무시하고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러나 설진은 사릉고홍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설진의 그림자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아침 식사는 당염원이 미리 주문해 놓은 소박한 음식들로 차려졌다. 두 사람은 주변의 기이한, 혹은 충격받은 시선을 무시한 채 평소처럼 식사를 즐겼다.
불과 방금 전에 월흔이 찾아왔다. 그 결과 두 사람이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없었던 일 같았다.
당염원은 그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그건 사릉고홍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들 눈에 두 사람의 죽음은 당염원의 손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을 때조차 사릉고홍의 마음은 당염원을 한순간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누가 당염원을 찾아왔는지, 또 그녀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까지 그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당염원은 이런 상황에 완전히 익숙해져 있었고 자신의 믿음에 대한 본능적인 자신감도 있었다. 그래서 방금 전 그 사람이 입을 열었을 때 이미 그가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알았다.
* * *
한 시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아침 식사는 끝이 났다.
그때 갑자기 주루 안에 요란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총애만 믿고 오만하게 군다는 그 요녀가 바로 이 건물 안에 있다고?”
호기심과 흥미로 가득 찬 한 여인의 목소리였다. 악의는 느껴지지 않는 거로 보아 분명 뭔가 재밌는 소문을 듣고 흥이 나 무심코 내뱉은 말인 것 같았다.
주루 안에 있던 사람들이 티 나지 않게 당염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당염원은 이런 시선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사릉고홍의 옷을 잡아당겨 이제 그만 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그녀는 여인의 말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잠재의식이 여인이 말한 요녀가 절대 자신은 아닐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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