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화. 아버지는 소인배
소유심은 의자에서 일어나 소유절의 눈을 마주 보며 간절히 말했다.
“형님, 동춘성은 소씨 집안의 업적이나 다름없습니다. 저는 한순간의 패기로 하루아침에 이 모든 것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이곳은 우리 집입니다! 만약 패한다면, 곧바로 신복하세요. 제가 사릉고홍이라는 사람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얼마나 무자비한지는 똑똑히 볼 수 있습니다. 그의 무자비함 때문에 우리 소씨 집안이 일궈 놓은 업적을 잃어선 안 돼요. 그에게 신복하고 그를 적대하지 않으면, 사릉고홍 역시 우리 소씨 집안에 손을 대지 않을 것입니다.”
동춘성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자란 곳이다. 그래서 그는 이곳의 모든 것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곳의 가족을 위해서, 또 이곳을 위해서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어쨌든 그는 일생 동안 가장 신경 썼던 그 두 가지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안색이 바뀐 소유절이 그에게 물었다.
“사릉고홍이 소가에 손을 대지 않을 거라고 보증할 수 있나?”
소유심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님! 만일 이번 작전이 실패로 끝나면 우리 소씨 집안이 아무리 반항한다 한들 모두 죽고 말 겁니다.”
그의 말에 소유절은 몸을 절로 떨었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알겠다. 이 일은 내가 고려해 보마.”
소유심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결코 더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동춘성에 대한 애착이라면 소유절 역시 적지는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 * *
시간이 흘러 해가 서산으로 지고 저녁노을이 온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금국 금침전(錦寢殿).
내각 곁채, 그윽하고 옅은 훈향이 공기 중을 떠다녔다. 조용한 방 안의 분위기는 은은하게 비치는 불빛과 딱 알맞았다. 수묵 병풍 뒤에 놓인 침상에는 비단 수가 놓인 월백색 면사가 드리워져 있었고, 얇은 비단 이불이 깔려 있었다. 사릉고홍은 그 위에 누워 조용히 잠을 자고 있었다. 이때 그의 촘촘한 속눈썹이 가볍게 떨리더니 이내 두 눈이 천천히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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